세상 과연 바뀌었나?
한상균, 대법원 유죄 확정
백남기 사망 등 경찰 책임은 없고 시위자만 유죄 받는 게 현실
    2017년 05월 31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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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 폐기’ 등의 요구를 내건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31일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위원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지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배태선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도 징역 1년 6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앞서 2015년 11월 14일 민주노총 조합원을 비롯해 각계 단체는 노동개악과 국정교과서 폐기, 최저임금 1만원, 쌀값 안정화 등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한 위원장은 이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올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4월 16일 세월호 추모집회 등에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도 받았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시대적 흐름을 역행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고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살수차 운영이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촛불집회 이후 집회·시위 자유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최근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 차벽과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한 경찰의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차벽 설치와 살수차 운용이 위법하다는 점을 경찰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앞서 1심은 “시내 중심에서 대규모 폭력사태를 일으킨 것은 법질서의 근간을 유린하는 행위”라며 징역 5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집회 신고에 대한 경찰의 전체적인 대응이 당시로서는 위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다소 과도했던 것으로 보이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이 시위대를 자극했던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된 현 시점에서 피고인을 장기간 실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이런 문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면서 징역 3년 및 벌금 50만원으로 감형했다.

2심 재판이 있던 당시는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매주 열리고 있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감형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한 위원장 측의 차벽과 살수차 운용의 위법성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오히려 경찰의 차벽 설치가 물리적 충돌을 유도한다는 일각의 지적과는 정반대로 경찰의 차벽이 폭력 방지용이라고 봤다.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선고공판 방청을 위해 대법원을 찾은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집시법,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형 3년을 주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면서 “다툼의 소지가 많았던 사안이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심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다룰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도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사법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대법원 결론이 나온 직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매우 유감”이라는 당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추 대변인은 “당시 집회가 격화된 것은 경찰의 집회 방해, 살수차 발사 등 과잉 대응에서 비롯됐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사망자까지 발생한 당시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 시민들은 공권력에 가로막히고, 공권력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했고, 촛불혁명의 정신은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 비롯됐다”며 “무소불위의 폭력으로 국민을 탄압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당시 사건에 대해 하루 빨리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실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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