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인사 논란 첫 언급
"공약은 원칙, 적용에선 기준 필요"
"준비 과정의 여유 없었다. 야당과 국민께 양해 부탁"
    2017년 05월 29일 05: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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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등에 대해 “지금의 논란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만약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원회 과정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렇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되면서 논란이 생기고 말았다”고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5대 비리 배제 원칙이 깨끗한 공정 사회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발생한 논란들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 현실성 있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의 문제가 있는 인사는 고위공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 공직 후보자에게서 연달아 위장전입 문제가 제기됐고, 야당들은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다 구체적인 인사원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인사원칙 마련을 지시하면서 공약 후퇴 지적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후퇴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할 준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이 인사원칙 위배논란을 이유로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보류한 것에 대해 “제가 당선 첫날 총리를 지명을 했는데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지명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고 우회적으로 야당들을 비판했다.

국민의당 “협력”, 자유당 “수용불가”, 바른정당 “인준절차 응할 것”
정의당 “동의” “5대 인사원칙에 성차별적 인사 배제 방안 포함 제안”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로 국민의당은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 뒤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그럼에도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 (고위공직자 배제 5대) 인사원칙을 포기한 데 대해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조건으로 내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의 일부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보고 선택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스스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에 관한 5대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5대 원칙에 포함된 위장전입도 여전히 준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야당에 양해를 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대통령이 원칙을 포기한 데 대한 유감 표명으로 이해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인사검증 세부 기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청와대 내부의 이야기로, 대국민 입장표명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당 또한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자 국회 인준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정의당 의원단은 입장문을 내고 “의원총회를 열고 이낙연 총리후보자의 인준과 관련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한 결과,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하며, 이낙연 총리후보자 인준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규제프리존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거나 김영란법의 수정을 언급하는 등 개혁과는 동떨어진 입장을 보여준 점은 우려스럽다”며 “이러한 모습은 총리로 인준되면 방향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난 문제는 단지 이낙연 총리후보자의 문제만은 아니다. 향후 다른 국무위원들의 인준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문 대통령이 천명한 5대 원칙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하루 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이 원칙이 과거와 같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5대 인사원칙에 성차별적 인사를 배제하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혜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성차별적 언행은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기존 5대 원칙과 더불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준점”이라며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약속한 정부의 의지를 인사검증에서부터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도 인사기준의 새로운 원칙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추 대변인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 “저서에 담긴 그의 생각들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옹호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거론하기조차 저급한 문장들은 명백히 성폭력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가치와 정면으로 반하는 자격미달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은 여성공직자를 발탁하는 등 단순히 성비를 조절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성별을 뛰어넘어 구성원들이 성평등한 관점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성평등사회가 실현되려면, 공직에서부터 젠더폭력 인사를 검증, 배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은 문 대통령의 해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총리 인준에 응하기로 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감안하여 향후 인준절차에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신환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고 한 것에 대해 “전형적인 남 탓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지금 이낙연 후보자 총리 인준이 안 되고 있는 이유가 본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인사원칙에 저촉되고 있기 때문인데 문 대통령은 전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며 “더욱이 이대로 이낙연 후보자가 인준되면 사실상 대통령 공약이 파기되는 것인데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오는 31일 의원총회를 열고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양해를 구하며 이 후보자 인준을 요청한 것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부분의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총리 인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빨리하려다 보니 검증 못했다는 이유에서 총리 인준을 해달라는 것은 받을 수 없지 않냐는 의원들의 의견이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선거 전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라는 것인데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다급한 나머지 총리 인준을 받기 위해 즉흥적인 제안을 한다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교육을 위해서 간 것은 선하게 보이고,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 간 것은 나쁜 것처럼 보이는 게 있다”며 “교사가 강남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한 것은 오히려 부동산 투기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얘기하는 가치관을 가진 분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이 문제를 더 이상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여론이 좋다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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