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환 작업 중 철도노동자 사망
철도노조 "무리한 인력감축이 산재 사고 반복 원인"
    2017년 05월 29일 12: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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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를 연결·분리하는 입환 업무를 하는 철도 노동자가 27일 사망했다.

29일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광운대역에서 화물열차 입환 작업을 하던 노동자 조 모씨가 역 구내 선로전환기 인근에 쓰러져 있는 것으로 동료가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가슴과 어깨 사이 상처로 인한 과다출혈이 사인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목격자가 없는 상황이라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기관사가 기관차를 운전하면 조 씨와 같은 수송원이 화물열차 난간과 간이발판에 의지해 이동하며 화물차량을 연결, 분리하거나 선로전환기를 조정한다. 조 씨는 이 업무를 하던 중 화물차량 가장 뒤에 시멘트를 싣는 벌크차에서 이동 중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조 씨가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를 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조 씨가 업무 중 착용했던 목장갑 빨간 부분이 난간 손잡이에 밀리듯이 묻어 있었다. 조 씨가 추락 전 난간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는 흔적이다. 또 열차 바퀴에도 조 씨가 추돌한 흔적도 발견됐다.

사고 현장 근처를 살펴보는 모습(사진=철도노조)

문제는 이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의 중대한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입환 업무를 하던 중 추락하며 장애가 생기거나, 열차 충돌에 의한 뇌출혈, 추락으로 인한 허리 및 꼬리뼈 부상 등부터 추락 후 열차바퀴에 쓸려 들어가 사망한 사고까지 있었다.

기관차에서 화물차량을 연결, 분리하는 입환 업무(수송원)는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노동강도가 센 업무로 분류된다. 특히 조 씨가 근무했던 광운대역은 화물열차를 취급하는 역이라 다른 역에 비해 노동강도가 더 상당하다. 워낙 노동강도가 세고 위험해 광운대역 입환 업무자를 철도노동자들은 베테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망한 조 씨도 그런 베테랑 노동자 중 한 명이었던 셈이다.

이 업무는 3명씩 2개 조를 나눠 모두 7명이 근무를 한다. 그러나 노조 등이 업무 일지 등을 확인한 결과, 조 씨가 사고를 당한 당일 오후엔 4명이 근무했다. 철도공사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대체근무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오전에 지정휴일을 받은 1명이 대체근무를 위해 출근했으나 공사 측은 인건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체근무자에게 퇴근을 지시, 결국 오후에 조 씨를 포함한 4명이 2개 조가 해야 할 업무를 모두 해야 했다.

철도공사의 무리한 인력감축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철도공사는 초동보고서에서 조 씨의 사망을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규정했다가 노조의 항의를 받고 과다출혈로 수정했다.

철도노조는 29일 오후 서울역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노조는 이번 고인의 사망이 안전을 무시한 채 인건비를 아끼겠다며 지속적으로 인력을 감축해온 철도공사 경영진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면서 “필요한 인력의 절반밖에 안 되는 인력으로 무리하게 작업을 강요해 고인은 물론 고인의 동료들조차 심각하게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철도공사는 인력이 부족해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를 막은 채 끊임없이 ‘돈타령’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수송업무는 그 높은 위험성 때문에 이미 같은 장소는 물론 수송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장소에서도 중대한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반복되는 재해를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고인이 사망한 지 사흘이 되도록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철도노조는 “이번 고인의 사망과 관련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하며,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작업을 강요한 책임자의 사과와 처벌을 촉구한다”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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