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집회현장에
경찰 살수차·차벽 없어지나
경찰, 수사권 조정 앞두고 인권친화적 변신 노력
    2017년 05월 26일 04: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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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제로 ‘인권 경찰’이 되길 요구하면서, 경찰이 집회 현장에 살수차(물대포)와 차벽을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고 백남기 농민이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경찰의 인권 경시 태도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이대형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26일 부산경찰청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앞으로 집회 현장에 경찰력, 살수차, 차벽을 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계획”이라면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집회·시위, 경찰 인권 문제 등을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집회 주최 측이 자율적으로 집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기조가 바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사, 생활안전, 교통 등 기능별로 인권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뿌리까지 인권 의식이 함양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지방경찰청 단위까지만 있는 인권위원회를 경찰서 단위까지 구성할 것”이라면서 “제도와 법령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인권 침해 소지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제도 도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2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차벽, 살수차 사용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이러한 인권 개선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개선안엔 영상 녹화 의무화, 유치장 시설 개선 등의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처럼 발 빠른 대처에 나선 데에는 청와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청와대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제고 방안과 관련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언급하며 경찰 내 인권침해적 요소가 방지돼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발표했다. 수사권을 얻고 싶다면 먼저 인권경찰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 셈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염원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경찰 자체에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개혁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경찰은 조 수석의 발표 직후 경찰청 현장활력태스크포스(TF)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인권 친화적 경찰을 구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경찰 차벽 설치에 대해 이미 위헌 판결을 내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09년 6월 경찰이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싸 시민 통행을 막은 것과 관련해 “불법, 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8년과 2012년에 “살수차는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명확한 사용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도 있다.

그러나 경찰은 헌재 위헌 판결, 인권위 권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도심 집회가 개최될 때마다 교통, 통행권 문제 등을 근거로 차벽을 설치하고 살수차를 사용해왔다.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대회에선 고 백남기 농민이 쌀값 안정화를 요구하며 차벽을 밧줄로 끌다가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사고까지 벌어지면서 ‘살인경찰’이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기관과 기관장 평가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포함시키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 수석은 “인권위 권고에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관과 기관장 평가를 통해 수용률을 높이는 방안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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