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성과연봉제 "위법"
    양대노총 공공 공대위 "사법부가 전 정권의 억지 법리 탄핵한 것"
        2017년 05월 19일 05:1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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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노동계는 “당연한 결과”라며 전체 공공기관에 강제 도입된 성과연봉제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바꿀 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5월 이런 절차 없이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노조는 이에 지난해 11월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노조는 취업규칙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소송도 함께 제기했는데, 지난해 12월 가처분 담당 재판부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경영평가에 포함한다는 기획재정부 지침을 어길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기재부에서 인센티브를 받아 노동자들에게 배분한 점이 기각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18일 재판부는 “인센티브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며, 노동자들이 받게 될 지속적인 불이익에 비해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성과연봉제 확대로 일부 노동자들이 입게 되는 임금, 퇴직금 등의 불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이 노동자의 명백한 반대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할 정도로 절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근로기준법 94조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은 다른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성과연봉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동자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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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노동절 집회 행진 모습

    성과연봉제 투쟁을 벌여왔던 공공부문 노조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19일 논평을 내고 “지난한 투쟁 끝 단비와도 같은 이번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면서 “기획재정부는 관련 지침과 성과연봉제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법 해석 및 적용의 주체인 사법부가 전 정권이 저성과자 해고를 도입하기 위해 동원했던 억지 법리 전체를 직접 탄핵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공공기관 종사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정권의 성과연봉제 탄압에 동참했던 모든 공공기관에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함께 성과연봉제 도입 이전으로 임금체계를 원상회복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또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공기관들이 위법하게 추진한 성과연봉제를 지금 즉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임금체계 개편논의는 노사 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가 불법지침을 폐기하고 민주적 노정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치권도 박근혜 정부에서 파탄난 노사정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일방적 성과연봉제 도입 중단 및 직무급 임금체계를 공약한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백 대변인은 “지난 16일 출범한 대통령직속 일자리 위원회는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청년일자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개선 문제 등 노동현안들을 제한 없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계와 재계도 열린 마음과 진일보한 태도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헌법 가치에 걸맞은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로 노동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노동개악의 민낯이 드러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노동문제는 노동 당사자들의 참여로 가장 합리적인 대안 도출이 중요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 폐지’를 약속했던 만큼, 새로운 노사협력 방안을 도출하는데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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