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기구 분권화 없이
    민주주의 회복은 불가능
    [시민혁명과 대선②] 정치개혁-2
        2017년 04월 25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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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혁명과 대선②] 정치개혁-1

    헌정파괴, 권력기구 전체가 문제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국가정보원은 보수단체를 조종하여 여론을 왜곡하는 헌정파괴를 저질렀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통령 비서실과 문체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각종 검열, 심지어 대법원이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까지 한국의 국가권력기구는 검열과 사찰로 얼룩져 있다. 전체주의 공안통치 그 자체다.

    권력의 하수인 구실에 충실했던 검찰은 권력의 범죄행위가 드러나자 범죄 은폐를 방조하는 낌새다. 공권력의 다른 한 축인 경찰도 불법 권력자를 단죄하려는 주권자 시민의 집회를 훼방 놓기 일쑤였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촛불⦁탄핵정국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른 당연한 결정을 하면서도 거드름을 피웠다. 태산같이 쌓인 인권 경시의 과거를 눙칠 속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이런 권력기구의 폭압 체제 위에서 이뤄졌다.

    박근혜 체제의 헌정유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형사 처벌로 해소될 사안이 아니다. 권력기구의 혁신적 분권화와 고위공직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따르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으로 회귀는 불가능하다. 지배체제의 헌정유린 실상이 드러난 시점에서도 권력기구의 공식적인 반성이나 진실규명 또는 재발방지책 마련 등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 전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제1항이 무색하게도 공무원들은 권력자를 위해 봉사해 왔다. 공무원을 다시 국민에게 복무토록 하려면, 국가 기구의 분권과 민주적⦁법적 통제를 강화하고,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무원이 부당한 명령에 불복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상명하복의 위계적인 조직을 개혁할 방도가 필요하다. 공무원도 민주시민이다.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기본권 그리고 노동3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저항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부정의에 맞설 용기는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와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집권세력의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내부 장치다.

    외부의 응원과 통제 또한 필요하다. 공익제보자를 강력하게 보호하고, 고위공직자의 ‘법 왜곡죄’와 국민파면제가 그에 상응한다. 법 왜곡죄는 고위공직자, 특히 법관과 검사 등 사법기관이 법률을 집행하거나 재판할 때 헌법을 위배하거나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 처벌하는 죄다.

    공권력의 분산 없는 법치는 없다

    민주화 이후 비밀정보기관의 후퇴와 함께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게 됐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신조어가 고발하듯 권력 편향적이었다. 검찰은 전국 일체형 위계조직이어서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상명하복체제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

    검찰의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수사와 기소의 결합이 막강 권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우려하지만, 검찰은 기소권을 통해 이를 통제할 수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경우에도 가칭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수사처) 설치는 의미가 있다. 경찰과 검찰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국회의원, 검사, 법관 등 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의 전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 대통령의 친족이 저지른 모든 범죄행위와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며 공소를 유지하는 직무는 별도의 기관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수사처의 구성원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직무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소 여부 결정을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게 하며, 매년 국회에 업무계획을 제출하도록 한다. 또한 퇴직자는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공직에 임용될 수 없고 변호사로서 일정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검찰과 수사처의 기소권 행사에 대해서도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하여 일정 범죄의 경우 반드시 기소하게 함으로써 기소권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 검찰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검사의 법무부 직원 겸직을 금지하고, 청와대⦁법무부⦁국가정보원 등 외부 기관 파견을 금지하며, 퇴직 후 최소한 5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일정 기관에 임용될 수 없게 해야 한다.

    공권력의 다른 한 축인 경찰은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 사실상의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정보기관도 아니면서도 치안정보 수집(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이라는 미명 하에 시민사회 진영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악법의 대명사인 집시법에 근거하여 집회⦁시위에 대한 규제권한을 남용하고 있으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보다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광범위한 정보 수집 업무를 박탈하여 범죄수사 개시 후 필요최소한 범위에서만 정보 수집 직무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 집시법을 개정하여 집회⦁시위 신고사항을 대폭 줄이고 집시의 금지 또는 제한 조항을 대폭 삭제함으로써 경찰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범죄 수사의 경우 자치경찰제를 도입하여, 중앙경찰의 직무를 전국 차원 범죄 수사로 한정하고, 일반 범죄 수사의 경우 지방정부 단위의 자치경찰에서 처리하도록 한다.

    국가정보원 분해가 국가권력 민주화의 첫걸음

    국가정보원(국정원)은 공작정치와 공안통치 체제의 중심에 있다. 국정원이 2008년께부터 보수 민간단체를 조종해 사이버공간에서 권력의 입맛에 맞는 여론을 조작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러한 헌정파괴 행위가 가능했던 것은 해외정보수집권한 외에 국내보안정보의 수집권한과 공안사건의 수사권 등 과도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민주적⦁법적 통제수단이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은 국정원을 가칭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해 북한을 포함한 해외 정보의 수집으로 그 직무를 축소하고 그 외의 국내 정보 업무, 대공 수사기능,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 사이버안전 업무 등을 국정원으로부터 박탈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되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형법으로 흡수함과 동시에, 국정원이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사찰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시킨 테러방지법도 함께 폐지해야 한다. 비밀정보기관의 경우 비밀성 때문에 항상 불법성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 ‘정보기관감독위원회’를 국회 정보위원회 산하에 설치하여 각종 정보기관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군대의 인권 친화적 혁신은 국가안보의 핵심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논란을 비롯해 우리 군에 대한 미흡한 문민 통제 역시 해결해야할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이나 군부독재 시절 군의 정치 개입 등에 대해 제도적 청산과 재발방지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 않았고, 심지어 일제의 잔재인 계엄법을 제대로 개정하지 않음으로써 계엄 상황에서 군이 과도하게 민간을 지휘⦁통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제대로 된 민주적 통제 없이는 계속되는 방산비리는 물론, 가혹행위와 성폭력 및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사망 사건 등 인권침해 문제의 해결도 요원하다.

    분단이라는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시급한 것은 국회 내에 국방감독관을 설치해 지속되는 군 인권 침해 문제를 구제하고, 불시 방문⦁점검을 통해 효과적인 입헌 민주주의적 통제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순수 민간인 출신, 특히 여성을 국방부장관에 임명하여 헌법이 명령한 문민통제의 원칙을 강화하는 것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군인에 대한 평화⦁인권⦁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며, 해외파병활동을 국회가 통제하고, 전시작전권을 미국에게서 완전히 회수하며, 계엄법을 전면 개정하여 계엄 시에도 군이 인권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장하여 민간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인권적 병역의무행정을 구현하는 길이다.

    독재 권력에 맞서지 못한 법원의 독재화, 인권과 분권 속에서 답을 찾아야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법원은 그간 정치권력에서 독립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는 등, 국민의 인권을 구제하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고 평가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법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법원 내부는 물론 헌법기관 추천 등에서도 공평무사한 인사권을 행사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판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학술 활동까지 통제했다는 정황마저 드러나고 있다.

    법관도 민주시민이다. 법원의 정책은 물론 국가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물론 법관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이는 심급제도와 탄핵제도 그리고 판례비평 등을 통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와 정치 활동 보장은 사법부에서도 핵심 사안이다.

    ‘제왕적 대법원장’ 권력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임명을 결정하는 별도의 기관을 설치하고, 법원의 주요 업무를 심의·의결하는 법원 내 합의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방법원장의 직선제는 그 합의체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노동법원 등 전문법원과 전문대법원을 설치함으로써 권리 구제의 충실성을 높여야 한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인해 흡사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인식되게 된 헌법재판소는 그간 국가보안법, 사형제, 열손가락 지문날인, 전교조 법외노조화, 평시 군사법원 등 비민주적 법률들을 합헌으로 정당화한 바 있다. 또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양심적 병역거부권, 군인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권리, 평화적 생존권 등을 부정하는 권력을 위헌이라고 심판하지 않았다. 재판관의 인권친화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 헌법재판소는 과잉의 보수적인 결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형사법적 판단에 치우침으로써 헌법의 민주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관의 법관 자격 요건을 폐지하고, 일정 사건의 경우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을 하는 헌법배심제를 도입하며, 헌법재판관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해야 한다.

    국회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현행 87년 헌법이 군사주의와 권위주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헌법은 국회에게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부여했다. 문제는 국회가 입법권과 국정통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것이고, 국회의원 권력 유지를 위해 지방분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 권력을 강화하는 개헌을 하면 마치 나라가 바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국가권력기구를 개혁하는 일은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 책임이다. 국회가 국민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주권자가 ‘직접 입법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주권은 국회의 입법권, 통상적인 헌법개정권, 심지어 헌법보다 상위의 권력이다. 주권자국민은 국회 의결 없이 헌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 주권자시민이 일일이 촛불집회를 통해 국정 방향을 논할 수는 없기에 입법권의 분권화는 절실하다. 국민이 직접 입법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지방정부 또한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는 ‘통법부’와 ‘제왕적 국회(의원)’의 오명을 벗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국가권력기구 분권화와 국민의 직접입법권 인정 그리고 지방분권화의 헌법적 책무를 완수함으로써 인권적인 민주공화국 체제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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