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프랑스 정치
결선투표와 6월 총선 전망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 당선 확실시...핵심은 6월 총선의 결과
    2017년 04월 24일 09: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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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1차 투표결과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정치조직 이름으로 출마한 무소속의 에마뉘엘 마크롱(23.9%)과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21.4%)가 결선에 진출했다. 선거 중반 이후 돌풍을 일으키며 기대를 모았던 ‘불굴의 프랑스’의 장 뤼크 멜랑숑(19.6%)은 공화당(LR)의 프랑수아 피용(19.9%)에 4위를 차지하는데 머물렀다. 집권사회당(PS)의 브누아 아몽(6.4%)은 5위에 그치며 전후 최저의 득표율을 올린 사회당 후보로 기록됐다.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 따르면 마크롱이 결선에서 압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왼쪽부터 르펜, 마크롱, 아몽, 피용, 멜랑숑 후보

선거 후반까지 줄곧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르펜은 선거 직전 마크롱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해 2위로 결선에 진출하는데 그쳤다. 급진좌파 멜랑숑이 결선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공화당과 사회당 지지자들이 마크롱으로 표심이 이동했다는 것이 언론들의 분석이다. 멜랑숑의 선전으로 소신 투표가 가능했던 결선투표에 균열을 가져온 것이다. 급조된 선거조직인 앙 마르슈가 기대 이상으로 연착륙한 것도 마크롱이 1위를 차지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요인이었다는 평가다.

“NON!” 2002년 프랑스 대선에 등장했던 구호가 다시 등장했다. 극우 후보인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공화국의 모든 세력들이 단결하자는 것이다. 2002년 르펜의 아버지인 장 마리 르펜이 2위로 결선에 진출하자 시라크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극우 후보에 반대하는 투표에 참여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피용과 아몽은 즉각 마크롱을 차선으로 선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멜랑숑은 “마크롱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의 길이 아니”라며 동참 요청을 거부했다.

‘데가지즘(Degagisme)’은 이번 선거에서 등장한 새로운 구호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멜랑숑의 적극적으로 사용한 ‘데가지즘(Degagisme)’은 구시대와 인물의 청산을 의미한다. 아랍의 봄에 등장한 구호로 멜랑숑은 기존의 양대 거대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 체제를 무너뜨리자는 의미로 사용했다. 멜랑숑의 주장은 결승선 앞에서 좌절한 대신에 유권자들은 무소속의 신진정치인 마크롱과 극우정당의 르펜을 선택하며 양당체제를 흔들었다.

1차 투표에 따르면 6월에 실시될 하원의원 선거도 예측하기 쉽지 않아졌다. 지난 대선에서는 프랑스 서쪽은 사회당이 동쪽은 공화당이 강세를 나타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서쪽은 앙 마르슈의 마크롱이, 동쪽은 국민전선의 르펜이 대부분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원의원 선거가 결선투표 한 달 후에 실시되는 특징 때문에 그동안 대통령 당선자를 배출하는 정당이 승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원의원 선거가 ‘허니문’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프랑스 하원의원 선거는 대선과 마찬가지로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득표하는 과반수 당선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이 때문에 사회당 강세지역에서는 사회당이 공화당 강세지역에서는 공화당이 당선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양당체제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결선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불분명해진 것이다. 1차 투표에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정당의 후보가 2위를 차지했는지가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대선

대선 1차 투표의 결과(왼쪽)과 2위 득표자의 분표(오른쪽)

불굴의 프랑스의 멜랑숑은 서쪽의 주요도시인 낭트와 보르도 등에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투표의 표심에 큰 변동이 없다면 하원의원 결선투표에서는 불굴의 프랑스 후보들이 앙 마르슈 후보들과 맞붙게 된다. 앙 마르슈는 급진좌파의 당선을 막기 위해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불굴의 프랑스는 사회당 지지자들에게 기대를 해야 하는 구도다. 보르도 지역의 데파르트망(department, 지자체)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불굴의 프랑스가 대부분 2위라는 것과 극우전선의 지지자들이 앙 마르슈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최대의 약점이다.

불굴의 프랑스에게 더 유리한 지역은 마르세이유를 비롯한 남부 선거구들이다. 공화당의 텃밭이지만 극우전선의 르펜이 1위를 휩쓸었다. 극우전선과 불굴의 프랑스의 결선이 유력해진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는 공화당과 사회당의 지지자들이 극우전선을 지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불굴의 프랑스에게는 기회다.

앙 마르슈는 마크롱이 서쪽에서 1위를 휩쓸고 2위가 불굴의 프랑스라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이 급진좌파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앙 마르슈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거 당선자를 배출할 수도 있다. 국민전선의 르펜이 1위를 휩쓴 스트라스부르와 같은 동북부 지역에서 대부분 2위를 기록한 것도 호재다. 대선과 마찬가지로 반(反) 국민전선 표가 결집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사회당과 공화당 소속이 아닌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적이다. 유럽에 불고 있는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정당의 양당체제의 와해가 프랑스에도 닥친 것이다. 독일 등 다른 유럽나라와 달리 정당투표제를 실시하지 않는 프랑스도 다당제의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하원의원 선거의 결과에 따라 사회당이 몰락할 수도 있으며, 공화당이 과반의석을 획득하기는커녕 제1당을 차지하는 것도 불투명해졌다. 현재 하원의석은 사회당 273석, 공화당 199석, 녹색당 17석, 공산당이 10석을 차지하고 있다. 멜랑숑이 속한 좌파당은 3석, 국민전선은 1석이며 마크롱의 앙 마르슈는 의석이 없다.

필자소개
인문사회과학 서점 공동대표이며 레디앙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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