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등·공공성의
새 민주공화국을 위하여
[시민혁명과 대선➀] 촛불 시민혁명과 주권자 시민의 탄생
    2017년 04월 24일 1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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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은 박근혜 정권 즉시퇴진과 민주평등 국가시스템 구성을 위한 전국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시국회의)와 공동으로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가칭) 연재를 시작한다. 시국회의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4단체를 포함해 박근혜퇴진 촛불정국에서 전국의 4천여명 교수연구자들의 서명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권을 조기에 퇴진시키고 민주, 평등, 공공성의 방향으로 대한민국의 재구성을 위해 결성된 조직이다. 시국회의는 2016년 말부터 준비해, 2017년 1월 18일과 19일 양일간의 의견수렴 심포지엄을 거쳐, 촛불시민혁명의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 재구성 의지를 담아 2월 28일 국회에서 “2017 민주, 평등, 공공성의 새 민주공화국 정치사회적 제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박근혜 이후 촛불 시민혁명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한 것이다. “2017 민주, 평등, 공공성의 새 민주공화국 제안”은 총론과 정치개혁, 외교안보개혁, 시민교육, 차별철폐와 인권, 공공적 민주경제, 생태안전사회, 노동존중사회, 문화사회 등 여덟분야 25개 영역에 걸친 사회대개혁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주권자 시민의 의지로 부패한 권력을 퇴진시키고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역사적 대선국면에 있다. 이 시점에서 이번 대선이 반드시 반영해야 할 촛불시민혁명의 사회대개혁 의제를 시리즈로 제시하고자 한다.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은 4월24일부터 총9차례에 걸쳐 칼럼 형식으로 레디앙에 게재할 예정이며  다른 진보매체에서도 동시에 연재될 예정이다. 게재는 (1) 총론: (2) 정치개혁 (3) 외교안보 (4) 시민교육 (5) 차별철폐와 인권 (6) 공공적 민주경제 (7) 생태안전사회 (8) 노동존중사회 (9) 문화사회의 순으로 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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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

민주공화국 제안 심포지움(사진=민교협)

“이게 나라냐?”를 외치는 시민들이 작년 10월말부터 19차례에 걸쳐 자발적, 주체적으로 광장에 모였다. 이러한 시민들의 결집(結集)은 헌정파괴와 국정농단의 주역 박근혜에 대한 분노가 발단이 되었지만, 나아가 “박근혜가 망친 나라를 우리가 바로 세운다”는 시민들의 주권자 의식을 본격적으로 일깨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것은 박근혜 정권에 주어졌던 권력을 주권자인 시민 스스로 회수하는 과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의 존재방식을 시민들 스스로 깊게 고민하도록 한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촛불항쟁은 시민혁명이다

이 촛불항쟁은 1987년 불완전한 민주주의와 1997년 재벌지배 신자유주의가 착종되어 발생한 첨예한 사회적 모순과 위기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이 나서서 부패하고 시대착오적인 최고공직자를 거부하고, 새로운 국가와 민주주의를 강제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일획을 긋는 정치혁명이다.

이 항쟁은 전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와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가 중첩되는 상황에서 권력과 자본의 대대적인 공세에 대해 노동자, 민중의 커다란 저항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투쟁과 2015년 민중총궐기와 백남기 농민사건 등이 그것이다.

2016년 촛불항쟁은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95%에 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었지만, 여기엔 다양한 층위의 정치적 지향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참여한 시민들의 이념적 차이나 정치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촛불항쟁은 권력의 교체와 민주공화국의 재구축, 그리고 민주, 평등, 공공성을 향한 사회개혁의 과제를 제기한 시민의 자율적 ‘정치혁명’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촛불 시민혁명은 그 정치적 변혁을 통해 길게 보아 70년 한국 현대사의 해묵은 구조적 폐단[적폐, 積幣]을 해소하고자 하는 혁명이며, 짧게는 1987년 민주주의의 한계와 1997년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려는 혁명이다.

이 혁명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향후 값지게 발전시켜야 할 새로운 민주주의의 두 가지 획기적 계기를 잉태하고 있다. 하나는 민주주의의 주체, 즉 ‘주권자로서 시민’이 탄생해 그 발전의 계기를 형성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 시민들의 지향목표로서 ‘민주공화국’이 실천적으로 재발견된 것이다.

주권자 시민의 탄생

고대 도시국가의 주체로서 ‘시민’이 등장한 이래로, 공화제에서 시민은 보편적 주체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결국 시민은 국가가 존립해야 하는 목적이고, 국가의 주체, 즉 주권자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루소의 표현으로 하자면, 시민은 국가의 목적인 ‘일반의지’, 즉 국가가 추구해야 할 공공적 의무의 형성자다. 시민은 개별자로서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스스로의 행복, 안전, 생존 등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통의 약속을 만들고 국가를 형성하는 집합적 주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시민은 스스로의 기본권과 시민권을 국가의 존립목적인 ‘공공적 의무’로 만들며, 이 공공적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정부와 권력을 형성—또는 위임—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번 촛불 시민혁명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가에 예속되어온 신민(臣民)의 역사를 거부하고, 스스로가 국가를 주체적으로 구성하는 주권자로서의 시민(市民)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주권자 시민’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소위 ‘황국신민’이라는 식민지 노예 상태를 극복하고 독립국가의 상으로 민주공화제를 제시하면서 그 주체로서 국민—국민주권—개념을 최초로 확립한 식민지 독립운동, 즉,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남북이 분단되고, 냉전이 내재화되는 독재적 상황에서 ‘시민’을 동결시키는 방식으로 국민국가가 형성되었다. 결국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개념에 기초한 주권자로서의 시민 개념은 소멸되어버린 채, 민중에게 친미, 반공, 독재를 수용하고 예속적인 ‘신민’으로서의 삶을 강요하는 체제가 형성되었다. 1987년 학생 등 민중세력에 의해 형식적 민주주의를 달성하였으나, 그 민주주의는 시민이 부재하고 국가의 공공적 의무가 지극히 허약하게 규정된 대통령 직선제일 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권자 시민’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도입 이래 다양하게 발현된 민주주의의 위기를 통해서였다. 신자유주의는 독점재벌에게 극단적인 이윤추구의 기회를 주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을 일상적인 생활, 생계, 생존의 위기에 빠트리는 양극화의 ‘헬조선’을 가져왔다. 이에 시민과 시민사회는 미선 효순 사건, 노무현 탄핵, 한미 FTA, 광우병 사건, 4대강 사업 등 민주주의의 위기에 끊임없이 저항하면서 주권자로서의 역량을 성장시켜 왔다.

‘주권자 시민’이 세대를 아울러 가장 큰 규모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대참사였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신자유주의와 기생적 권력에 의해 파괴된 사회와 국가, 그리고 우리 삶의 현주소를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월호 이후 새로운 인식 프리즘을 통해 시민들은 박근혜가 벌인 공화국 파괴, 권력 사유화 및 절대화, 독점재벌과의 뇌물복합체 형성 등 권력의 적대적 변질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광장에 집결함으로써 시민으로서의 공통성을 확인하고 ‘주권자 시민’으로서 관념적 자각과 정체성을 강화하게 된 것이다.

촛불 시민혁명과 ‘진짜 민주주의’

해방이후 민주공화국은 헌법이나 교과서에 박제되어 막연히 “국민들이 주인되는 민주적 정체(政體)”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게이트는 이 민주공화국을 시민들이 재발견하는 데 혁명적 ‘기여’를 해주었다. 즉 박근혜 정권으로 시민들은 ‘국가란 무엇인지’를 분명히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국가파괴의 모습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새롭게 건설해야 할 국가체제의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 주었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이 보여준 것들을 뒤집어보면 민주공화국의 대체적인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이를 기초로 시민들은 스스로가 지향해야 할 국가로서 공공적 시민의 공통의지에 입각한 국가, 이를 올바로 법제화한 입헌주의, 국가의 공공적 의무를 책임있게 실천하는 민주적 권력, 궁극적으로는 평등을 지향하는 시민적 공동체 등 민주공화제의 기본골간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이 올곧게 주권자로 서는 명실상부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상상하는 데 있어서 이번 촛불 시민혁명이 87년 민주주의체제와 97년 신자유주의체제의 모순이 집약된 지점에서 발생했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87년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주권자 시민의 부재, 그리고 시민적 합의에 기초한 국가의 공공적 의무의 추상성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국가의 공공적 의무를 형성하고 이를 지탱할 주체의 힘이 대단히 미약했기에 권력의 사유화와 절대화—소위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컸던 것이다. 불완전한 87년 민주주의체제가 야만적 신자유주의라는 97년 체제와 맞물림으로써, 슬프게도 민주주의가 불평등과 극단적 양극화를 정당화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국민적, 시민적 삶의 안정성을 보장해주기는커녕 그들을 ‘헬조선’이라는 상시적인 삶의 위기로 몰아간 것이다.

그러므로 새 민주공화국은 촛불 시민혁명이 밝혀놓은 ‘진짜 민주주의’의 정치적 지향을 반영해야 한다. 이는 주권자로서 시민의 삶을 보장하고, 민주공화국의 원리에 충실한 국가를 구축함과 동시에, 경제와 사회를 시민이 민주적으로 통제해가는 새로운 민주주의 요소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우리는 민주, 평등, 공공성의 민주공화국으로 제안한다.

민주, 평등, 공공성의 민주공화국과 개혁 과제들

이상과 같이 촛불 혁명을 통해 드러난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핵심 가치는 민주(인간, 시민이 중심에 서는 사회), 평등(양극화를 넘어서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고, 기회균등을 완성하며 최소한의 분배적 평등을 추구), 공공성(주권자 시민의 공통의 행복과 안전, 생존 등 공공적 의무의 명기), 공존과 연대(시민적 자유에 기초한 주체적 연대를 통한 공적 시민의 형성), 안전생태(공화국 내적 자연적, 사회적 위협과 위험으로부터 시민적 안전 확보), 그리고 평화(공화국 외적 관계의 평화를 통한 시민적 안전 확보)의 6대 가치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민주공화국이 추진해야만 할 구체적 개혁 부문으로 정치개혁(선거정치구조, 국가기구, 지방분권, 언론), 외교안보(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 공공적 민주경제 구축(재벌, 공공부문, 복지, 보건의료 농업), 생태안전(탈핵, 환경기후변화, 산업안전), 노동(노동정책, 비정규직), 사회적 차별 극복과 인권(젠더, 성소수자와 다문화, 노인 및 장애인), 시민교육(교육거버넌스, 유초중등, 대학, 교육노동), 문화(주거환경, 문화정책, 시민과 문화) 등 여덟 부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송1

교수연구자 시국회의에서는 촛불 혁명의 기본 가치와 개혁 과제들을 새로운 시민사회, 사회적 인권, 시민교육, 정치, 경제, 복지, 노동, 안전생태, 평화, 문화 등에 이르는 상호연계되고 선순환적인 10부문으로 재구성했으며, 이 과제들을 통해서 촛불 시민혁명의 가치가 구현되는 역동적으로 심화되는 민주주의의 구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송2

새 정부는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해야

현재 우리는 대통령 선거라는 역사적 국면에 진입해있다. 그러나 현재 야당 등 정치사회는 촛불 시민혁명으로 발생한 시민사회 내부의 혁명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보수층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 구도가 펼쳐짐으로써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이 훼손되고 개혁의 좌표 또한 대단히 모호해지는 그야말로 혼돈의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한국정치의 불안과 혼돈은 자각된 시민사회의 점증하는 개혁요구와 질적인 성장, 다른 한편으로 시민세력과 괴리된 구태의연한 정치사회 간의 모순으로부터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새 정부가 다시 촛불 시민혁명의 기본가치를 충분히 살려서 필수적인 개혁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촉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대선 이후 전개될 개헌 국면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국가(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공공적 의무의 강화, 선거와 정당 등 대표제에 대한 획기적 개선, 민주적 기본권의 향상과 정치적 시민권의 강화, 일상적 삶, 즉 직장과 지역에서 직접민주주의 요소와 시민사회 성장환경의 강화 등 촛불 시민혁명의 요구를 적확히 반영해 민주, 평등, 공공성의 민주공화국이 출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정에 나서야 한다.

필자소개
한신대 교수, 교수연구자시국회의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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