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과연 대안인가
예외 없는 공평·유연한 징병제 필요
    2017년 04월 12일 10: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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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늘 군사적 긴장과 위기가 지속되는 지역이다. 당연히 한국 정치에서 군대와 안보 문제는 중요한 정치사회적 이슈이다. 최근 군과 관련하여 모병제 주장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모병제는 주로 진보 쪽의 주장이었는데 최근에는 보수 일각에서도 주장하고 있다. 모병제와 징병제 논의에 대해 평화재향군인회 전 사무처장이었던 김환영씨가 기고를 해왔다.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문제제기라는 생각이다. 반론 등이 있으면 언제든지 게재할 생각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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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표상이자 사회복지 정책의 모범사례로 자주 소개되는 북유럽 국가들의 징병제로의 복귀 지속(2016년 노르웨이, 2017년 스웨덴, 2018년 예정 네덜란드 등)에 진보 진영이 상당히 당황해하는 것 같다.

국내 대선 정국에서도 소위 보수 진영의 남경필 경기지사의 25만-30만 병력 규모의 전면적 모병제 주장에, 모병제를 진보의 표식으로 삼았던 진보진영이 적지 않게 당황해하면서, 징병제의 의무복무기간을 6개월(심상정)에서 10개월(이재명)로 하고, 병력 규모는 오히려 남경필 주장보다 많은 40만(심상정)에서 50만(이재명)을 주장하는, 궁색하기 그지없는 이름의 한국형 모병제(심상정)와 선택적 모병제(이재명)를 주장했다.

여기에 유럽의 징병제 복귀는 남녀평등 징병제로의 전환이라 그 충격은 진보진영에게 상당한 것 같다. 왜냐면 남녀평등은 진보 진영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의제이기 때문이다.

징병제를 극복해야 할 제도로 보는 진보 진영은 병역을 남녀가 동일하게 부담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형식은 평등이지만 양성 피해 퇴보”(노동자연대 차승일)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껏 “예외 없는 공평하고 유연한 징병제”를 주장해온 필자는, 북유럽 국가들의 선택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여권 신장 일정에 맞추어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도입 여부 및 시기 등이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모병제에 관한 진보 진영의 인식에 대한 필자의 오랜 문제의식을 밝히고, 진보 진영의 국방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해서, 흔들림 없는 국방 정책에 관한 공유된 인식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군

1.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가 일정 규모 이상의 평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징병제가 비난받을 일이 아니며, 경제 규모가 큰 주변국을 둔 상대적으로 재정적 규모가 작은 국가는 자신의 국가에서 원하는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장에 의존하는 모병제에만 매달리지 않고, 좀 더 적극적인 징병제를 통해서 일정 수준의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타당한 국방 정책적 결정이다.

지리적 역사적 정치 통합 사회인 개별 국가 등에서 다른 국가 등의 무력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군사력은 유사 이래 존재해왔다. 인간의 가장 비이성적인 모습인 전쟁이 사라져, 인류사에서 군사력이 존재하지 않는 신뢰 위에 살아가는 사회는, 전 인류의 꿈이자 이상일 것이다. 기필코 성취해야 할 세상으로 가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한다.

그러나 인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역시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인식이다.

그렇다면 민주 국가에서 군사력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이 적절한가? 군주가 국가의 주인인 군주 국가에서는 국방은 군주의 의무였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백성을 동원하여 인적 자원을 채우고 백성에게 세금을 거둬 장비를 마련하여 군사력을 유지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 국가에서는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의무이다. 우리 헌법도 그래서 국방의 의무를 그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렇다고 모병제가 국민개병제의 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장교와 부사관은 이미 전면적으로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그 세금으로 병력 모으고, 장비를 구입하여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적 재원이 충분한 미국과 같은 나라는 수요와 공급의 자유로운 시장 원칙에 충실한 모병제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원의 한계가 있는 국가는 적정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병력과 장비의 전부를 시장에 맡겨서는 이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먼저 장비를 보자! 장비도 국영기업을 운영하는 등 국가가 직접 마련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은 시장원리에 따라 소요될 수밖에 없고, 많은 부분은 사기업에게 시장가격에 따라 구입해야 한다. 국가 예산이 부족하다고 필요한 물자를 강제로 빼앗아 올 수는 없지 않는가? 물론 전시에는 징발이 가능하다. 전시 징발에 대비한 법령은 우리나라도 잘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평시 징발은 사회주의 국가라면 모르겠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일이며, 장비 도입 비용을 줄이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

다음은 병력이다. 현재의 대한민국과 같이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군인의 정치적 참여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군인노조를 불법화하는 징병제는 야만이지만, 시장에서 결정된 임금이 아닌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 징병제는 가능하다.

그 전제는 우선 예외 없이 공평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왜냐면 노동력을 제공할 것인지 얼마에 제공할 것인지의 자유로운 의사 합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일방적인 가격으로 자신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분담하는 것보다 수십 배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선 후보자에게 본인과 자식 병역을 문제 삼고, 공직자와 그 자식에게 병역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재벌2,3,4세, 유명 연예인들의 병역 미이행에 대해서 비난하고, 메달로 병역을 가름하는 것에 비난 여론이 있는 것이다.

다음은 유연해야한다. 그것은 징병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 때문이다. 지나치게 강압적이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히고 말기 때문이다. 양심적인 병역 거부자의 대체복무는 인정하고, 운동선수나 연예인들 등 특정 시기의 활동이 중요한 사람의 입영 시기 등도 유연해져야 한다. 그러면 시장비용보다 적은 비용으로 병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여 약소국도 적정 규모의 군사력 유지가 가능하다.

북유럽의 징병제는 비난 받아야 할 일이 아니며,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징병제는 이해될 수 있으며, 다만 예외 없는 공평성을 높이기 위해서 간부도 ‘선 징병 후 모병’으로 전환하고, 각종 병역 특례를 일소하고, 재벌이나 고위 공직자 자녀 병역면탈 처벌 철저 등이 검토되고,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책도 도입된다면 현행 징병제는 훌륭한 국방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2.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는 진보진영이 4년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모병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장교, 부사관들도 장·단기 구분 없이 모병했다가 그 중에서 장기 복무 지원에 탈락한 인원은 해고해야 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 복무의 희망이 없는 병사를 모집해서 운영한다는 것은 진보 진영의 그간의 주장과 너무나 앞뒤가 맞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다. 이는 그간의 비정규직 철폐 주장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하는 주장이다.

3. 인공지능과 로봇 등을 통한 장비 효율을 높이자는 주장은, 그간 평화를 주장하는 진보 진영의 주장에 배치되는 야만적 주장이다.

병력을 줄이고 장비를 강화하자는 발상은 지극히 야만적이고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쟁은 인간의 비이성적 모습의 극치이자, 인간 의지의 파괴적 충돌이다. 인간의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장비의 강화는 장비가 인간을 짓밟은 야만의 모습이다. 핵의 전쟁 사용을 막아야 하는 것과 동일하게, 전쟁에서의 로봇 사용을 막아야 하는 이유이다.

아직까지 인류는 전쟁을 종식시키지 못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대량 살상 무기나 로봇 등 장비의 강화는 인류의 힘을 모아서 막아야 한다. 그것은 인류의 종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화적 주장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진보 진영의 인공지능과 로봇을 언급하는 대선 공약은, 군사력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한 것이거나 그간의 반전평화운동을 이끈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4. 시장의 기능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는 진보 진영이, 이 분야만은 시장에 이리도 맹신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 분야는 노사 간의 계약이 있지만 그 계약이라는 것이 자유로운 개별 인간의 의사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노동법이 존재하는 것이고, 영세 자영업자,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 역시 같은 논리이다. 그런데 어째서 사병의 모병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예단하여 모병제가 징병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는 것인가?

5. 시장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것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모병제에 숨겨진 의도는 자본과 지배세력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우리 사회의 험한 위험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의도이고, 거추장스러운 병역의 도덕성에서 탈피하려는 기득권층의 의도라는 것이 남경필의 전면적 모병제에서 드러난 것이다.

평시 병역이라 할지라도 병역이라 함은 본질적으로 본인의 생명을 담보로 타인의 생명을 해하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시장 가치를 통해서 그 가치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피하지만 야만적인 것이다.

얼마를 받아야 목숨을 담보로 하는 서비스에 대한 시장 가격인가? 그러므로 병역은 징병을 일반으로 하고 모병은 징병으로 해결할 수 없는 최소한으로 머물러야 한다.

현재의 모병제 주장은 기득권 자본 지배 세력이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분담해야 하는 징병을 손쉬운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기득권세력의 열망이지 다수 민중의 열망은 아니다. 기득권세력의 요구를 철저히 대변하는 모병제 주장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주장인가?

6. 87년 체제는 군사독재국가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 그 슬로건이었다.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는 정의고, 국가권력을 통한 자유는 권력에 야합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체제는 우리가 선출한 국가권력에 의해서 보장되는 자유이어야 한다. 그래서 노동권이 국가에 의해서 보장되어야 하고, 시장의 약자, 청년, 노인,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가 국가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모병제는 두발 자유화와 경제 자유화(작은 정부, 규제완화, 민영화, 효율화 등등)를 같은 것으로 인식해버린 87년 체제의 유산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촛불 혁명의 시기이다. 영원할 것 같던 친일·군사독재·자본세력이 촛불의 힘에 밀려 우두머리 박근혜를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민주화, 자유화를 내걸고 투쟁하여 민주화를 이룬 87년 체제는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었고, 그 정신은 계승되어야 한다. 그러나 87년 체제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겪으면서 그 한계를 분명히 했으며, 민중의 지지를 받는데 거듭 거듭 실패하였다.

문재인 정권이든 안철수 정권이든 그 한계를 넘는 것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진보세력은 다음을 준비해야한다. 대안세력의 통합을 통해서 민중의 뜻을 받드는 정책적 대안들을 준비하여, 국민들이 다시 실망해서 대안을 찾을 때, 지금처럼 사분오열되어서 수구세력에게 또다시 기회를 넘기는 우를 범하지 말고, 민중의 선택을 받아야 대한민국 사회가 희망이 있다. 분명 멀지 않은 시일에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국방 분야의 국민적 합의도 역사적 관점과 새로운 사회의 원칙이라는 관점을 잘 살펴서 촘촘히 준비되어야 한다. 진보 진영의 논쟁을 촉발하는 차원에서 제가 감히 결론을 내리면, 모병제 주장은 수구기득권세력의 주장이거나, 아니면 87년 체제의 관성이며, 예외 없는 공평하고 유연한 징병제가 정답이다. 마지막으로 진보 진영의 국방정책에 대한 자신감 넘치는 열정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국군바로세우기범국민운동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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