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부기장 과로사 인정,
조종사노조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폐기"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 비행시간 증가 등 노동조건 악화"
    2017년 04월 04일 03:48 오후

Print Friendly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연대협의회가 4일 근로복지공단이 근무 중 심장마비로 숨진 저가항공사 조종사에 대한 과로사 산업재해를 인정한 것과 관련, 정부와 항공사를 비판하며 “항공재벌특혜에 불과한 항공운수사업에 대한 필수공익사업 지정 폐기 등 항공운수노동자에 대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한국공항공사노조로 구성된 항공연대협의회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으로 조종사노동조합들은 탐욕스러운 항공사들과 무책임한 정부의 정책을 제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조종사 부족 등 노동시장 붕괴와 비행안전 예산 축소 등 항공안전은 급속도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근무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이스타항공 소속 부기장 A씨에 대해 “평소 건강했던 고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한 극심한 과로 및 스트레스 이외에 별다른 유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재해로 판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항공기 조종사들의 보편적 업무 환경과 A씨의 개별적인 업무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불규칙한 근무와 야간근무, 빈번한 비행일정 변경,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 등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보고 산재를 인정했다.

항공기 조종사의 과로사 산재 인정은 2000년 대한항공 부기장의 과로사 산재사망 이후 17년만이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국 푸켓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오기 위해 비행 준비를 하던 중 조종실에서 의식을 잃어 공항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사인은 ‘급성심장마비’였다. 40대 초반인 A씨는 이스타 항공에서 4년 넘게 근무했으며 과거 병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A씨의 과로사가 “예정된 참사”라는 것이 항공사 노조 내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항공연대협의회는 “비행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종”이라며 “탐욕스러운 항공사들과 정부의 무대책에 의해 조종사 노동시장이 붕괴되고 사기업인 항공운수사업장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단체행동권 행사를 제한한 결과, 조종사들의 비행시간 증가 등 노동조건 악화가 임계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2000년 초 양대 항공사에 조종사노조가 결성되기 전 살인적인 비행스케줄 편성은 다수의 항공사고로 이어졌다. 대한항공 부기장 과로사 또한 이 때에 벌어진 것이다. 이후 조종사들이 노조를 결성해 비행시간을 줄이면서 2013년까지는 인명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7년 항공운수사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무력화되면서 노동조건은 악화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저가항공사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돼 조종사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조종사들의 비행시간과 노동조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노동조건은 날로 악화되는데 반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힘을 정부가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2015년부터 조종사의 근무 형태, 휴식시간 등을 점수화해 피로도를 관리하는 조종사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 구축을 추진했으나, 예산 등을 이유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항공연대협의회는 “한국형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늘려 항공안전을 강화하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객실승무원의 각종 휴가, 병가사용을 공공연하게 제한하는 항공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비예산 축소, 정비인력 비전문화와 항공업무 외주화 등 항공안전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들을 즉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