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는 생지옥?
[철도이야기] 어처구니 없는 죽음
By 유균
    2017년 04월 04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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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입니다. 모처럼 명절날 가족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기관차에 화장실이 있다, 없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형은 있다고 말하고 저는 “제가 기관사는 아니지만, 철도에서 일한다, 화장실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형을 이해시키지 못해서 “언제 청량리로 모실 테니까 직접 기관차에 들어가 확인해 보시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내가 봤다”며 우기는 형이 싫어서 저도 양보하지 않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형이 보셨다는 것은 열차가 역에 정차했을 때 이상 유무를 점검하기 위해서 엔진룸의 문을 열어 보는 장면을 보고 아마 그렇게 말한 듯합니다. 얼핏 뒤에서 보면 마치 오줌 누는 모습과 비슷하기도 합니다. 또 “서울서 부산을 가자면 5시간 이상 운전하는데, 어떻게 오줌을 한 번도 안 누고 갈 수가 있느냐?”며 화장실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은 대전과 동대구에서 기관사가 교체되어 운전한다고 말했지만, 형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엔진룸ㅂ

기관차의 엔진룸 모습

하긴 88년 파업 때 요구사항 중에 하나가 화장실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으니까 형의 생각이 틀린 말도 아니네요. 또 94년 파업 때 가족들이 “남편을 돌려 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고 하니, 기관사들에게 시간 외가 200시간이 넘도록 운전시켰습니다. 시간 외가 200시간을 넘었다는 말은 규정 192시간을 넘어서 200시간을 더 운전했고 그렇게 되면 3-4일에 한 번 집에 들어갈 정도를 혹사시켰다는 뜻입니다.

그 부분은 좀 차치하고 기관사에게는 기관차가 사무실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식사하며 운전하기도 하고, 운전대기로 걸리면 의자에서 앉은 채 잠시 쪽잠을 자기도 합니다. 열차운행 시간에 맞춰 근무하는 특성 때문에 식사 시간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우니 도시락을 준비해서 운행 중 잠시 정차할 때나 대기할 때 짬짬이 식사를 합니다. 혹여 기관차에서 식사한다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그렇게 오랜 시간 운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먹고자고

기관사들의 먹고 자는 모습

또 잠을 쫓는 일 또한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은 저녁에 잠을 자는 것이 자연적인 일입니다. 그것을 거스른 행동이 절대로 쉬울 리가 없지요. 게다가 기관차 안의 엔진 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시끄럽습니다. 그 안에서 잠시라도 눈을 붙인다는 것은 인체의 신비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의 시작과 끝이 보통 사람들처럼 정해진 시간이 아니고 열차행로에 맞춰 있어 들쑥날쑥하니 생활이 불규칙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가면 그 일에 맞게 몸이 적응되지만, 역시 생리현상은 예외인 듯합니다. 실제로 생리현상을 경험한 기관사는 생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이상하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20-30년 정도 근무했다면 그런 곤란한 일을 몇 번쯤은 겪지 않겠습니까?

싸고

그림=권오석

화물열차는 그래도 좀 나은 편입니다. 시간에 그다지 쫓기지 않기 때문에 통과역이라도 잠시 세우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객열차나 전동열차는 자기 스스로 몸을 관리하는 방법 이외에는 특별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화장실 가는 일이 없도록 열차운행 전이나 도중에 물을 안 마시고 때때로 식사를 거르기도 합니다. 또 비닐봉지나 물병, 심한 경우 기저귀도 사용하는데 이는 모두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수가 있습니다. 만약에 여객열차나 전동차를 운전하는데 설사가 나올 것 같다면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것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사협의 안건으로 간이 화장실 설치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추정컨대 ‘각 역마다 화장실이 많이 있으니 그걸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 정도겠지요. 기관사나 열차승무원이 이용할 수 있도록 승강장 끝에 간이화장실을 만들어 주면 되는 그런 간단한 해결책을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이제야 개선되니 그저 기가 막힐 뿐입니다.

간이화장실

간이화장실 모습

급한 용변 처리하려다 추락, 지하철 기관사 사망“생리현상 해결할 수 없는 지옥의 직업”, 서울지하철노조 “기관실에 간이화장실 설치”

이꽃맘 기자(2007.12.10)

급한 용변도 해결할 수 없는 죽음의 지하철

지하철을 운전하던 노동자가 급한 용변을 처리하려다 추락해 잇따라 오던 지하철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오후, 지하철 2호선 1593호 전동차 뒤쪽 기관실에서 운행을 하고 있던 김 모 씨가 급한 용변에 문을 열고 이를 처리하려다 추락해 뒤이어 오던 1591호 전동차에 치어 사망했다. 사고가 나던 날 김 모 씨는 심한 배탈로 인해 설사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지하철노조는 “간이화장실조차 없는 기관실이 승무원의 사망사고를 불러왔다”라며 “기관실 내 간이화장실을 즉시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연맹에 따르면 지하철 기관사와 차장은 용변이 급한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어, 한번 기관차를 타게 될 경우 2~4시간씩 용변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사망한 김 모 씨도 설사병으로 인해 용변을 처리하지 못하자 판단력을 잃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일부 기관사들은 신문지나 소변통을 갖고 전동차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세상 기사에서)

필자소개
철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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