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이과 선택의 갈등
[누리야 아빠랑 산에 가자⑬] 진로
    2017년 03월 31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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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늦잠을 잤다. 무학여고로 간 중학 친구 지화랑 새벽 4시 넘도록 놀다 잠든 까닭이었다. 나는 간밤에 소시지 계란말이를 만들어 줬다. 팥빙수도 사다줬다. 지화는 아침에 돌아갔다. 집을 나서기 직전이었다. 딸이 말했다.

“아빠랑 산에 가는 이유가 다이어트는 15프로나 20프로 정도고, 40프로는 아빠랑 대화하면서 정을 나누는 거야. 이젠 산에 안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그리곤 집에 돌아와서 다시 물어보니까,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말할게. 내가 산에 가는 이유는 다이어트 50프로, 아빠 좋아서 40프로, 산이 좋아서 10프로야.”

내 얼굴에 함박미소가 번졌다.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제 아빠와의 대화에 건성이거나 피한다는데, 나는 고등학생 딸과 대화를 하고 등산도 함께하는 아빠였다. 복 받은 인간이었다.

나흘 전, 자정 넘어 들어간 때였다. 딸이 침대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아내가 붙어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친구나 선생이나 그런 것 때문은 아니야. 그냥 답답하고 짜증나서 그래.”

평소와 다름없이 11시까지 야자하고 귀가한 상태라 했다. 아이에겐 평범한 하루였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고등학교 때는 그럴 때가 있어. 당신은 그냥 가서 자.”

아내의 권고를 따랐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등교를 준비하는 아이에게 넌지시 묻자,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문과 이과 선택하는 것 때문이야. 국어는 재미없고, 수학과 과학은 재미있는데, 수학이 점수가 잘 안 나와. 그래서 어디로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것 때문에 입학 전형도 정하지 않고 그냥 공부하는 게 짜증나. 선생님한테 상담해 볼 거야.”

오늘, 산에서 다시 꺼냈을 때 딸은 한숨 쉬며 말했다.

“마음은 이과를 선택하고 싶어. 수학하고 과학을 더 해 보고 싶어. 근데 수학은 점수가 안 나와서 이과 가면 못 따라갈 것 같아. 친구도 그러더라고. 수학보다는 국어를 더 잘 하니까 이과가 안 맞는 것 같대. 모르겠어. 답답해.”

“사람은 잘하는 것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게 일치하면 좋은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아. 그러면 일단 잘하는 것을 우선 하고, 하고 싶은 것을 천천히 준비하는 게 좋아.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다가 그게 안 되면 인생을 망칠 수 있어. 하고 싶은 것을 실패하고 나서 나중에 잘하는 것을 하려고 해도 때를 놓칠 수 있지. 아빠가 보기에도 넌 문과가 맞는 것 같아. 이과 가면 수학Ⅱ를 못 따라갈 거야.”

산에서 딸은 참외를 못 먹었다. 오이와 쑥떡도 힘들어 했다. 입술 안쪽이 헐었다. 밤늦도록 공부하느라 숙면을 못한 이유 아닐까 싶었다. 오늘도 졸린다 했고, 사모바위 밑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고 25분가량 잤다.

한

딸아이는 아무나 쉽게 즐길 수 없는 산중 낮잠의 맛에 빠졌다

“임상심리사가 돼서 정신병원에서 일하고 싶어.”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딸이 한 말이었다. 문과로 방향을 정한 듯싶었다. 심리학은 문과생이 지망하는 학과였다. 2013년 6월 2일, 10차 동반산행이었다.

필자소개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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