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탄핵사건에는 민감
    백남기 국가폭력은 500일째 침묵
    투쟁본부, 수사촉구 1인 시위와 집시법 개정 운동 추진
        2017년 03월 27일 06: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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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500일이 되는 날인 27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의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은 다시 한 번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은 타당한 이유 없이 유가족에게조차 수사 경과를 공유하지 않는 등 사실상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백남기투쟁본부, 가톨릭농민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민주노총 등 24개 단체들은 이날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일이 되도록 ‘죽은’ 사람만 있고 ‘죽인’ 사람은 없고다 ‘죽인’ 사람을 처벌하라는 요구에도 답이 없다”며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시켰지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은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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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지난 2015년 11월 14일 쌀값 안정화 등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고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선제적으로 설치한 차벽 앞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백남기투쟁본부 측 법률대리인단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 주 당시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진두지휘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관련자를 살인미수로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발생 500일이 지나도록 진압책임자 7명 중 단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마자 부검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유가족의 반대에도 강제로 부검을 집행하기 위한 부검영장을 2번이나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병원 측은 고인의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하면서 국가폭력 사건을 은폐기 위한 정부의 개입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백남기 국가폭력 사건 청문회까지 열린 바 있다.

    백남기 농민 법률대리인단의 간사인 민변 송아람 변호사는 “민변 백남기 농민 변호인단은 사건 발생 직후 강신명 등을 살인미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사건 발생 500일 넘도록 수사 의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면담에서도 검사는 수사하고 있다며 기다리라고만 하고, 또 검찰은 변호인단의 질문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 또 경찰은 재판부가 요청하는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정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 팀장은 “수사 내용을 묻는 것이 아니라, 수사가 얼마나,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검찰은 답하지 않고 있다”며 “유엔은 인권침해에 대해 즉각적이고 실효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책임 방기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를 국가가 재판에 회부하지 않은 것으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정현찬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검찰은 직접 물대포를 가하거나, 지시한 경찰들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아직 까지 전혀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한 사람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검찰은 하루빨리 사법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벌써 500일이 지났지만 해결된 일이 없다. 이미 너무 오래 기다렸다.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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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도라지씨를 시작으로 백남기투쟁본부 등 단체들은 이날부터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의 근거가 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을 위한 입법청원 운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는 방법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처벌, 법제도적인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촛불집회 과정에서 시민들은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으로 체험했다”며 “그러나 경찰이 이 과정에서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집시법 등의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촛불집회가 열릴 때마다 세종로 사거리 북쪽 지역에 대해 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집회 및 행진을 금지했다. 이에 퇴진행동 법률대응팀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행진을 허용하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야 결국 행진로를 열었다. 이런 일은 거의 매주 반복됐다가, 집회 규모가 백만 이상을 돌파하자 더 이상 집회 금지를 거론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의 규모가 광장에 모이지 않았다면 2015년 11월 14일에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 사태가 재연됐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이승훈 시민사회연대회의 사무처장 또한 “천만 촛불 그 이전에 6개월 전 만해도 집회가 열리기도 전에 차벽이 쳐지고 표현의 자유는 그 차벽에 갇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그 힘으로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집시법, 공직선거법 등의 악법이 개정돼 다시는 백남기 농민처럼 국가폭력에 의해 쓰러지는 일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남기 투쟁본부 등은 청와대 앞 100m, 국회 앞 100m 등 집회시위에 관한 금지 장소 규정 삭제, 교통소통 등을 이유로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경찰의 재량권 남용 금지, 차벽 설치와 물대포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수많은 적폐 청산의 과제가 있지만 민주주의의 핵심인 집회시위 보장이야 말로 반드시 쟁취해야 할 적폐 청산과제”라며 “우리는 오늘부터 시민들과 함께 입법 청원 운동 전개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국회 찾아가 국회와 대선후보들 압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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