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돌풍, 지속될까?
노이즈 마케팅 그리고 시대정신
[대선후보 인상비평③]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2017년 03월 20일 09: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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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정국에서 가장 큰 히트 상품은 안희정이다. 난,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안희정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그가 야당의 도지사인데 이명박의 4대강 개발에 상당 부분 지지를 하면서부터였다.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그의 노림수가 차기 대선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들었지만 더 큰 관심을 갖지 않아서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정치인 안희정의 가장 큰 장점은 정치의 속성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는 행동은 천진난만하다. 어리숙함과 노련함을 겸비한 캐릭터거나 겉과 속이 안 맞거나 말과 행동이 아직 정비가 안 되었거나, 일 것이다. 이런 캐릭터는 한국 정치에서 아직 만나 본 적이 없다. 이 점에서 안희정에 대한 기대는 의외로 독특한 포인트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원래 정치인에 대한 기대는 그 최대치가 그가 뱉은 말의 액면가에서 나오는 것이다. 통상 그 말의 액면가보다 더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기에서 안희정의 적폐 청산과 통합이 지어내는 이중주를 한 번 보자. 그는 현재로서는 청산보다는 통합에 방점을 둔다. 그런데 그가 대통령이 되면 그 누구보다 적폐 청산을 깔끔하게 처리할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가 지금 통합을 외치는 것은 선거 전략일 뿐, 혹시라도 대선에서 이기면, 친일과 같이 범주 설정이 어렵거나 4대강 문제 같이 통치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한국 사회의 더 고질적인 적페의 뿌리를 분명히 뽑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문재인은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쉴 새 없이 적폐의 대상을 영입하는 중이다. 안희정이 말로 대연정을 한다면 문재인은 행동으로 대연정을 하는 셈이다. 물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그들을 내치고 적폐 청산에 더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이라고 본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살아온 내력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정치의 생리를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할 텐데, 문제는 그들 대부분은 문재인에 대한 비판은 별로 없고, 안희정이 제기한 “개혁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연정을 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에 대한 비판만 넘쳐난다. 안희정 말대로 그들과 연정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도 충분히 일리 있는 말로 받아들이고 더 깊은 논의를 해야 되는데 그들이 그런 수준에 이르기에는 감정이 허락하질 않아서 일 것이다. 차라리 나중에 문재인이 통합에만 앞장 설 뿐, 적폐 청산을 거의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현재 속이라도 시원하니 문재인의 청산 대상의 영입에 대해서는 그리 날을 세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나는 두 사람 다 적폐 청산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일정 부분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부문에서 시늉은 내겠지만. 문재인은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적폐 청산은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한다고까지 발언했다. 참으로 유치찬란하다. 그럼에도 안희정은 문재인을 독하게 비판하지 못한다. 그 점을 물고 늘어지질 않는다. 그 또한 “개혁에 동의한다면”이라는 말도 아니고 막걸리도 아닌 레토릭에 스스로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안희정이 실력이 부족해서 디테일에 약한 건지, 이번에는 목표를 2위에만 둠으로써 다음에 문의 파트너로서 문재인 지지자의 지지를 얻을 요량으로 이 정도로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체가 미숙한 듯하기도 하고, 노회한 듯하기도 하다.

문재인의 가장 큰 불리한 점이자 동시에 유리한 점은 그에 대한 비토 세력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그로 인해 그 반대급부가 만만치 않게 크다는 현상이다. 더욱이 이 현상은 ‘지역’ 문제와도 교묘하게 결부되어 있는 터라 무조건적으로 문재인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보수 세력이 궤멸한 현재 그 보수 세력을 흡수할 만한 후보로는 안희정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희정이 이런 점에서 보수 쪽으로 확실하게 고개를 돌린 것은 노회한 듯하다. 그런데 그는 딱 거기까지 했어야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선한 의지’ 발언으로 집토끼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뒤 다시 기수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래도 여전히 갈 곳 없는 보수표는 안희정의 ‘선한 의지’를 믿고 싶어 한다. 더불어 민주개혁 진영에서도 그에 대한 적대적 반감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가 ‘노무현의 적자’이면서 그들 모두가 안희정에게 빚 진 것이 있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라고 본다. 이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본다. 그가 노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마음이 급해졌는지 욕심이 과해졌는지 합리성이 떨어진 공격이 자꾸 생긴다. 노련미가 떨어지고 피라미 냄새가 난다. 문재인이 특전사 군복무 시절 표창을 받았다는 것을 자랑한 모양인데 이걸 호남 사람들에게 사과하라고 한 모양이다. 그 표창 받은 일은 한 군인이 복무를 잘 한 것에 대해 한 군 책임자가 상을 준 것이다. 518 이전의 일이고, 개인 전두환의 일이라 할 수 없다. 이런 비합리적인 공격을 하면 안희정도 결국 구태 정치인으로 전락한다. 곧 따라 잡을 것 같이 보일 때, 그때가 가장 위험할 때다.

안희정

사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안희정의 노련함은 그의 노이즈 마케팅에서 나왔다. 그가 존재감마저 없었을 때, 그가 발언을 하면, 그 발언은 항상 상당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에 대해 그는 다시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언론의 주목을 스스로 만들어 간 것이다. 그는 해명하는 자리에서 이승만 박정희가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한 적도 없다,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과 무조건 연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라고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존재감은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자신이 꺼낸 의제에 대해서 충분한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얍삽하다 할 수 있지만, 정치라는 게 유권자와 맞물려 가기 때문에 얍삽하다 해도 어쩔 수 없다. 결국, 그의 정치 언어의 일차적 목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려는 것이었다. 단, 주목을 받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이제 어엿한 2위이고 결선투표로 나갈 가능성이 큰 마당에 굳이 그런 노이즈 마케팅 전술을 쓸 필요가 없다. 이제는 안정적이고, 포용적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 것으로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주목을 받는 것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가능하지만, 안정감을 주려면 시대정신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과 그에 대한 일관된 입장이 있어야 하는데, 시대정신에 입각한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 현재 안희정은 10년간 일 하는 사람에게 1년의 안식년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해서 뭇매를 맞는 중이다. 남들과 다른 공약을 내야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강박 관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시대정신을 파악하지 못해도 너무 못 한 것이다. 지금 ‘헬지옥’이라고 부르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부분이 노동이 많고 휴식이 적어서일까? 근속 기간이 10년이 채 되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인 현실에서 과연 저런 정책이 – 일자리 나누기나 노동 강도의 문제에서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 – 유권자에게 얼마나 강한 임팩트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안희정의 경력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오랫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그의 정치적 적자라는 점과 2010년부터 7년째 충남도지사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안희정과 관련해서 전자는 과잉 부각되고, 후자는 과소 조명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대권주자 중 기초 및 광역단체장 출신은 이재명, 손학규, 안희정뿐이다. 손학규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이재명과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박원순과 비교할 때 안희정의 정치와 행정을 보여주는 뚜렷한 업적, 성과, 정치적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

긍정/부정 평가와는 별개로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배당·무상산후조리·무상교복 지원 등의 정책 추진, 성남시 부채 문제와 지방재정 개혁 문제로 중앙정부와 대립하면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던 것,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시립대 반값등록금, 청년수당, 노동친화적 행정 추구 등과 비교할 때 안희정 도정을 대표하거나 기억나게 할 수 있는 뚜렷한 행정적 성과나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여론조사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안희정이 1위를 다투는 등 높은 순위를 얻고 있지만 광역시도에 대한 정부합동평가 등에서는 그렇게 좋은 성적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다. 개인적 이미지 관리에는 능하지만 정치행정적 결과물에서는 굵직한 게 없다는 뜻이다.

단체장으로서의 역할과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이 그 권한과 정책 범위 등에서 같을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과거는 미래를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거울이라는 점에서 안희정의 충남도지사 7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대연정 논란이나 친노라는 프레임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안희정이 자신의 정책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상황에 따라서 말을 바꾸지 않으려 하는 태도는 상당히 안정적인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줄 만하다. 그 좋은 예가 동성애 법안에 대한 개신교 측과의 충돌 때 그가 취한 태도다. 애초에 같은 입장을 취했던 문재인은 말을 바꿨고 안희정은 말을 바꾸지 않았다. 안희정이 ‘간’을 보지 않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그의 뚝심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소위 ‘빠’라는 광기 어린 열성 지지자들이 별로 없어서 일 것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몰락은 의외로 평범한 데서 나올 수 있다. 적을 미워하다 판단이 흐려지는 거다. 그리고 그 적에 대한 앙심은 대부분이 ‘빠’와함께 자가발전 된 것이 많다. 안철수가 그랬다. 그런 점에서 안희정은 그럴 걱정은 없을 듯하다. 자기 관리도 좋고, 지지자 관리도 좋다.

그렇지만 결국 안희정 돌풍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전술만 있을 뿐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룬 때다. 세계사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비폭력 혁명을 1차 이룬 시기다. 소위 촛불 민심이 이 엄청난 역사를 이루어냈는데, 그들은 이 역사가 뒤로 후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안희정은 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이재명이 현재로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박원순도 마찬가지라 해서 마치 민심이 개혁 진보 쪽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였다면 오산이다. 그런 방식으로 하면 작은 목표는 잡을 수 있겠지만 큰 목표는 결코 잡을 수 없다.

통합의 기치를 드는 게 민주당의 국민경선제에서 2위로 올라가고, 그것이 차차기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은 문재인의 집권과 그 정부의 성공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문재인은 집권에는 성공하겠지만, 그 정부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느닷없이 온 기회를 그냥 얻어 탔을 뿐, 사회 변혁과 국가 개조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다. 그의 집권은 개혁 진보 세력의 집권도 아니요 민주당의 집권도 아니다. 다만 ‘더문캠’의 집권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차기 정부에서는 또 한 번의 소용돌이가 칠 것이고, 개혁 진보 세력은 다시 큰 싸움에 들어갈 것이며, 그 이후로는 다시 더 큰 변혁과 진보의 회오리가 칠 것으로 본다.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 안희정의 가장 큰 착오다. 통합이란 태평성대에서나 할 이야기다. 지금은 난국이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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