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혁명의 의미와 분석
    [책소개]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손호철/ 서강대출판부)
        2017년 03월 11일 1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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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주류세력은 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생겨난 신생국중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박근혜게이트는 촛불의 외침처럼 “과연 이게 나라이기나 한 것인가?”를 자문하게 만들고 있다. 촛불혁명은 가장 표층인 ‘사건사’측면에서는 박근혜게이트로 표출된 박정희체제가, 중간수준에는 87년 헌정체제가, 심층에는 97년 IMF사태에 따라 생겨난 헬조선과 흙수저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게이트와 촛불혁명은 해방 70년사와 민주화 30년, 신자유주의 20년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사태가 해방-정부수립 70주년, 민주화 30주년, IMF경제위기 20주년에 터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박정희신화와 87년체제, 그리고 “돈 많은 부모를 만난 것도 실력”인 97년 체제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공화국을 구상하도록 만들고 있다. 2017년 체제는 촛불시위에서 한 여고생의 말대로 “사람을 돈과 이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탈신자유주의체제이어야 한다. (본문 중에서)

    박근혜 게이트와 1500만 시민이 참여한 역사적인 11월 시민혁명은 왜 일어난 것인가? 박근혜 게이트와 촛불혁명은 묻는다. 박정희 신화는 맞는 것인가? 87년 민주화는 이대로 좋은가? 정권교체가 되면 헬조선은 끝나는가? 헬조선을 벗어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 책은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대표적인 진보 정치학자중의 한명인 손호철 서강대학교 교수의 고민의 결과이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가 이 책의 핵심으로 촛불혁명이 왜 일어났는가를 체계론적 시각에서 박정희 체제, 87년 민주화 체제, 97년 신자유주의 체제와 관련시켜 분석하고 대안인 2017년 체제가 갖추어야 할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2부는 이론적 전제로서 체제란 무엇이며, 우리는 87년 체제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97년 체제에 살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일부가 주장하듯이 보수정권의 08년 체제에 살고 있는가, 헌법을 바꾸면 체제는 바뀌는가? 등의 이론적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1부 내용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촛불혁명

    박근혜의 집권이 아버지에 빚지고 있고 게이트 역시 블랙리스트, 정경유착, 공작정치 등 유신적 통치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게이트는 단순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넘어서 박정희 신화, 박정희 체제의 재평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신화를 후진국 소련을 세계 양대 강대국으로 만든 스탈린주의와 비교해 평가하는 한편 우리의 경제발전이 박정희 때문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신화에 불과함을 신생국 중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 대만, 싱가포르, 홍콩과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즉 고도성장의 원인은 박정희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승만 시대도 박정희 시대만큼 빠른 성장을 했고, 박정희는 1979년 경제의 실패로 죽어야 했으며, 97년 경제위기로 박정희 향수가 살아났지만 사실은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은 박정희 모델이라는 점에서 박정희 향수는 “위기 때문에 위기의 원인제공자를 그리워하는 희극”이라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민주화 30년의 명암

    이번 게이트와 촛불혁명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불완전한 민주화 역시 자리 잡고 있는 바, 이 책은 민주화 30년의 명암도 함께 분석하고 있다. 우리의 정치적 민주주의는 87년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사상의 자유의 제한 등 때문에 국제기준으로 볼 때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제한적 정치적 민주주의’에 머물러 있고, 노무현 정부를 정점으로 이후에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위임민주주의 역시 사라지지 않다가 결국 박근혜 게이트로 폭발하고 말았다. 제왕적 총재와 사당체제라는 낡은 정당정치도 사라지지 않았고 전근대적인 지역주의는 지역균열지수가 아직도 60%에 가깝게 나타나는 등 오히려 87년 이전보다 후퇴했다. 부정부패도 박근혜 게이트 전에 측정한 것이 세계 50위권으로 박근혜 게이트까지 포함하면 어느 수준인지 생각하기도 싫다.

    헬조선의 근원인 97년 체제는 어떠한가? 우리는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고도성장을 계속했지만 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의 고저축률을 무시한 IMF의 BIS(자본대비 부채율) 규제에 의해 저부채-저투자-저성장의 악순환이 자리 잡으면서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됐다.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라는 자유주의 정권하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더 빠른 성장을 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결코 성장에 무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미국식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말로는 분배를 이야기했고 보수세력은 좌파라고 비판했지만 분배에서 무능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가 2007년 대선과 총선에서의 보수세력의 압승이다. 1997년 가난한 사람일수록 김대중을 찍었지만 2007년 대선에서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명박을 찍었다.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파견근로와 비정규직을 대폭 허용했지만 서구와 달리 이를 뒷받침해주는 복지제도가 취약해 한국과 유럽의 바쁜 점만 모아놓은 최악의 조합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헬조선이다. 한마디로, 과거 독재시절은 ‘정치적 감옥이지만 경제적 안정’이 있었다면 지금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지옥’이 결합한 사회이다. 게다가 “돈 많은 부모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는 정유라의 표현대로 신분의 세습화는 절망 그 자체이다.

    그러면 2017년 체제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것은 기본적으로 박정희 체제, 87년 체제, 97년 체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우선 박정희 체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박근혜의 탄핵을 넘어서 과감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같은 적폐청산은 박근혜의 반민주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 청산과 인적 청산이란 두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박근혜의 표현으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게이트는 “검찰의 민주화 없는 의미 있는 민주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시민대표들이 참여하는 검찰위원회를 만들어 검찰을 통제하고 사법부에 대한 선거제도도 삼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87년 체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개헌을 논의하면 개헌연대에 의해 적폐청산의 기회는 물 건너간다는 점에서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 후 개헌을 하자는 것 역시 개헌을 다시 정치권만의 논의로 귀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광장이 중심이 되어 개헌이 아니라 ‘새로운 공화국’이라는 시각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주.평등.연대’에 기초한 새로운 공화국은 기본권강화,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지방분권적 남한 연방제 등 권력분산이외에도 이번 사태가 보여준 대의제의 실패를 보강하기 위해 국민소환제, 시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를 대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고장난 대의민주주의를 고치기 위해 선거연령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낮추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독일과 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희망버스, 노숙투쟁 등 거리의 정치가 일상화된 것은 정치가 ‘사회적 갈등의 조정’이라는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지금의 지역정당에서 이념정당, 정책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안이 없다’ 아니라 ‘대안은 수없이 많다’

    97년 체제를 넘어서기 위해는 신자유주의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는 패배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TATA(There are Thousand Alternatives)이다. 사실 김대중 정부가 97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신자유주의는 2008년 월스트리트 위기로 이미 파산했다. 정리해고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대안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장노동시간을 줄이고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고 덜 부유해도 자기시간을 즐기는 문명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와 소위 진보시민단체들의 재벌 지배구조 개혁도 소액주주권리 강화를 통해 외국 투기자본의 목소리와 배당만 늘려주고 주주가 왕인 미국식 ‘주주(sharehoder)자본주의’가 가는 잘못된 길이었다. 주주만이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등 모두를 생각하는 ‘이해당사자(stakeholder)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 그 방법 중의 하나는 북구식의 산업민주주의와 노동자 경영참여다. 신자유주의의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도 신화다. 블랙리스트 만들고 CJ 사장 날리는 것이 규제완화인가? 그리고 세월호 비극도 노후선박의 규제완화의 결과이다. 관료적 규제에 대한 대안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공공성에 기초한 사회의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이다.

    나아가 이 책은 촛불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퇴진행동으로부터 보수의 개혁을 대표하는 바른정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란 자유주의정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해결해야 할 각각의 과제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봤다.

    예를 들어 퇴진행동은 박근혜 퇴진 후 “박근혜 퇴진이란 목표가 달성됐으니 해체하자”는 ‘최소주의’ 노선도, 정반대로 전위적 시각에서 촛불을 ‘혁명운동’으로 발전시키려는 ‘최대주의’ 노선도 지양하고 시대적 과제를 대중의 상태와 바람과 조화시키는 지혜와 ‘최적주의(optimal) 노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정당들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이념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결선투표제의 도입이나 촛불경선을 통한 촛불공동정부의 구성, 나아가 바른정당 등과의 사안별 연대가 필요하다.

    문제는 촛불이 아니라 ’촛불 이후‘이지만, 이를 한 발자국 더 끌고 가면 문제는 집권이 아니라 ’집권 이후‘이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전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적 야당이 현재 하는 짓(미르 파동 중 재벌연구소장들 회동, 법인세인상 약속 폐기, 선거캠프인사들과 보도되는 예비내각 명단 등)을 보면 설사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탈헬조선‘이 아니라 헬조선1기(김대중, 노무현), 핼조선 2기(이명박, 박근헤)에 이은 ‘헬조선 3기’와 ‘삼성공화국 시즌 2’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떨쳐낼 수 없다. 그러면 이번 게이트로 수그러든 박정희 향수는 다시 살아날 것이고 제 2의, 제 3의 박근혜 역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광장과 진보세력의 압박이 중요하다.

    촛불은 위대하지만 지속될 수 없고 따라서 정치적 주체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답답하게도 이를 주체화시킬 어떠한 정당이나 정치세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위대한 투쟁을 탐욕스러운 야권이 분열해 망치고 만 4.19학생혁명, 80년 봄, 87년 6월항쟁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촛불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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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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