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시나리오 가동?
헌재 부정, 특검 봉쇄, 대리인단 막말
노회찬 “자진 하야 언급, 밖에서 피우는 연기 아냐”
    2017년 02월 23일 11: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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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나오는 ‘질서 있는 퇴진론’이 청와대 측에서 주문한 시나리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차원에서 판결 전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 재판관들에게 ‘망언’을 쏟아낸 것 또한 헌재의 탄핵 인용 판결을 부정하기 위한 사전작업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것 또한 이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의 수사기간이 연장된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하게 되면 특검의 구속수사를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전략적 꼼수라는 것이다.

헌재 부정, 특검 봉쇄, 대리인단의 막말…청와대의 시나리오?
노회찬 “질서 있는 퇴진, 밖에서 피우는 연기 아냐. 청와대 주문인 듯”

이와 관련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헌재 판결 전 스스로 대통령 직을 사임해 헌재가 탄핵 인용이라는 결정 자체를 내리지 못하도록 헌재를 무력화하고,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특검도 무력화해서 대통령의 형사소추 당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시나리오가 작동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노희범 전 헌법연구관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와대 측에서는 (탄핵 인용) 심판 결과에 대한 예상을 하고 자진 하야 선택지를 생각해 해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우택 자유한국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 탄핵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사법처리 면제를 조건으로 자진 하야를 주장한 바 있다. 야3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주호영 원내대표를 제외한 다른 지도부들은 사법처리 면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는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전날인 22일 진행된 16차 변론에서 강일원 헌법재판관을 향해 “국회 수석대리인이냐”고 막말을 하더니 급기야 기피 신청까지 하고 나섰다. 또 박 대통령을 지칭하며 “법관이 약한 여자 하나의 편을 들어야 한다”거나 “우리나라에서 잘못하면 내란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재판부를 향해 협박성 발언도 내뱉었다.

대리인단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망언을 두고 변론은 정치선동에 가깝다. 그러나 이 또한 헌재 판결을 부정하기 위한 계산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최선을 다해서 대통령을 변호하고 헌재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헌재의 판결을 거부할 논리와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헌재를 거부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헌재의 판결이 내려진 뒤에 거부하는 게 아니라 판결 자체가 안 내려지도록 봉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밖에서 연기 피우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서 주문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 불복 차원의 하야, 국론 분열 야기…의도한 듯”

범보수진영의 질서 있는 퇴진 주장과 대리인단의 막장극을 종합하면, 헌재 불복 차원의 자진 하야 가능성은 높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진영 간 대립과 분열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질 경우 보수진영에선 검찰의 대선 개입이라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란을 만들어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정권 심판이라는 이번 대선의 본질을 흐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대선 국면 중에 검찰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강제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엄청난 국론 분열과 논란이 야기된다”며 “대통령 측도 그런 걸 의도하지 않았나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를 향해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지 않겠다고 불복하겠단 의미”라면서 “헌법재판관들에 대해서 ‘국회 측 소추위원의 대리인이냐’, 이런 막말에 가까운 표현을 한다는 것은 이 재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 불복 방법의 일환으로 자진하야를 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지 않고,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로, 반대 측은 반대 측이 주장하는 대로 팽팽한 상태로 끝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의원은 “(최후 변론이 있는) 27일경에 대리인단이 3월 3일로 (박 대통령 출석) 연기 요청을 하면 헌법재판소에선 안 받아주지 않겠나. 그런 경우에 ‘피소추인이 출석하겠다는 데도 헌법재판소가 막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이를 빌미 삼아서 헌법 재판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런 의도를 가지고 특검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 27~28일 이후에 대통령 측에서 헌법재판소에 사퇴하는 그런 모습으로 하고, 후에 곧바로 닥칠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에 논란을 벌이는 그런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야 후에도 헌재 탄핵심판 내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헌재 판결 전 자진 하야를 할 경우 헌재가 이 재판에 각하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견해로 보인다. 그러나 헌재가 심판 청구 이익 예외를 할 가능성도 있다. 심판 청구 이익 예외란, 심판 대상이 사라졌다 해도 범죄 행위의 반복을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각하하지 않고, 재판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헌재의 최종 결정 내려지기 전에 대통령 스스로 하야해버리면 파면할 상대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에 탄핵 심판을 종료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가 다른 많은 헌법 소원에서 심판 청구 이익의 예외라는 것을 거듭 천명했다. 위헌 행위가 장래에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헌법 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해서 긴요한 경우에는 심판 청구 이익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최종결정까지 갈 수 있다고 헌법재판소가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가 저는 바로 이 심판 청구 이익의 예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경우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임 교수는 “대통령이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해서 단죄인 탄핵을 받아야 한다면 탄핵 결정을 내려서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서 긴요한 사항”이라며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 전에 대통령이 하야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최종 결정으로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교수는 또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해도 모든 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야하는 순간 재직 중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기소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증거 인멸의 우려도 있다고 판단되면 구속 기소도 가능하다”며 “법에 의해서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탄핵 결정에서 파면을 받은 것과 똑같이 전직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혜택들이 주어지지 않게 된다. 현재로서 하야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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