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택터스 사건 - 폭력의 민영화 ①
    [영화잡론] 용역경비업체의 원조 '핑커튼'을 다룬 영화들
    By 문석
        2012년 08월 14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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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석 <씨네21> 편집국장’이 이번에는 자본의 용병 역할을 하고 있는 사설 용역업체, 더 나아가서는 경찰, 군대, 교도소와 같은 국가가 독점하였던 폭력이 민영화되고 있는 세계적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다루었던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이후 칼럼에서도 이와 관련된 영화와 영화의 배경에 대한 소개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칼럼 글이 길어서 2번으로 나누어서 게재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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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JM 사태를 보면서 분노하다 못해 허탈해졌다. 파업 노동자들을 말 그대로 때려 잡으려는 듯 돌진하는 컨택터스라는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의 모습은 그 희미하고 화질 안 좋은 동영상으로 보는데도 섬뜩하면서도 공포스러웠다.

    이후 나온 이런저런 기사를 보면서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과 노동조합 그 자체)에 대한 자본의 대응이 크게 변화했음을 알게 됐다.

    회사의 관리인력(정규직!)을 중심으로 꾸려진 구사대를 투입하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 저 멀리로 지나간 것이다. 대신 경찰보다 더 날렵한 모양새의 진압복과 첨단 장비로 무장한 용역경비업체들이 이미 우리 노동현장에서 활약 중이라는 얘기.

    바야흐로 노조파괴라는 분야에서도 ‘아웃소싱’이 대세가 된 셈이다. 한국 노조파괴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제임스 리를 이 분야의 선구자로 꼽을 수는 있겠지만, 그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 다니는 ‘과객’ 혹은 ‘컨설턴트‘였다면, 지금은 자본주의적 기업 시스템 아래서 구축된 기업들이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컨택터스와 관련해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 회사 홈페이지에 적혀 있었다는 ‘당사는 국내 업체로는 일찍부터 분쟁지역 파견 전문 민간군사기업을 표방하고 있습니다’라는 소개 문구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이 한국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을 뿐 아니라 이들 ‘민간 군대’, 즉 용병들이 파업을 때려부수는 일까지 수행한다는 점 또한 충격적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나니 그 동영상에서 보였던 진압요원들의 살기와 전투성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이 그날 자행했던 폭력이 ‘진압’이 아니라 ‘섬멸’이었던 이유도 이런 정체성 탓인지 모른다.

    이런 트렌드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그것은 ‘민영화’다. 1980년대 초반 이후 공공의 영역에 존재했던 것들이 민간의 수중에 넘어가면서 전 세계는 큰 변화(물론 안 좋은)를 겪어왔다.

    컨택터스 같은 노조 파괴 업무가 민간업체에 넘어갔고 군대의 일이 민간군사기업으로 이전됐으며, 교도소가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경찰의 민영화 논의가 활발하다.

    국가 기간산업인 철도, 수도, 전기의 민영화를 둘러싸고는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투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는 이러한 민영화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컨택터스의 시조를 찾는다면 그건 미국의 핑커튼사일 것이다. 앨런 핑커튼에 의해 창립된 이 회사는 미국 노동운동이 시작돼 꽃을 피울 무렵인 19세기 후반부터 악명을 드높였던 집단이다.

    앨런 핑커튼(1819~1884)은 시카고 최초의 수사관(아마도 사설 탐정에 가까웠을 것이다) 출신으로, 남북전쟁에 참전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는 입대 전 이미 탐문과 미행, 위장 침투 같은 수사 기법을 발전시켰는데, 북군으로 참전한 뒤에도 남군 주요 인사의 암살이나 공작 활동 같은 정보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전쟁이 끝난 뒤 노동운동 탄압에 나서기 전, 그는 열차 강도와의 전쟁을 펼친다. 이때 핑커튼은 그 이름도 유명한 제시 제임스와 한판을 벌이기도 했다.

     

    <파이브 건스>(American Outlaws, 2001, 감독 레스 메이필드)는 핑커튼과 제시 제임스 일당의 대결을 그리는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은 앙상한 뼈다귀만 남겨두고 호쾌한 액션 활극으로 각색한 ‘팩션’인 탓에 진지한 관객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풋내기 시절의 콜린 패럴을 만날 수 있고 전설의 앨런 핑커튼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나름 흥미로운 요소다.

    <파이브 건스>의 배경은 남북전쟁 직후다. 남군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제시 제임스는 전쟁이 끝난 뒤 고향 친구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들의 고향 마을에는 이미 북부의 거대한 자본이 주도한 철도 사업이 한창이다.

    악랄한 철도 자본가는 그들 마을에 철길을 깔 예정이니 에이커 당 2달러를 받고 다른 곳으로 떠나라고 요구한다. 이 사업에서 물리력을 통해 자본의 요구를 관철하는 이가 바로 앨런 핑커튼(티모시 달튼)이다.

    그는 가혹한 조건에 항의하는 제시 제임스 패거리에게 짙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이 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이 땅을 저주받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한다. 얼마 뒤 제임스의 친구 하나가 시비 끝에 핑커튼의 똘마니를 살해하게 되고 교수형에 처할 위험에 처한다. 그 다음은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공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임스 일당은 친구를 구해내고 핑커튼 일당과 일전을 펼치게 된다는 것 말이다.

    실제로 핑커튼은 제시 제임스에게 일종의 원한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핑커튼은 제임스 일당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특기인 위장 침투조를 투입했다. 하지만 그 ‘요원’은 제임스에게 발각돼 살해당했다. 결국 핑커튼은 제임스를 체포하지도, 사살하지도 못했으니 개인적으로는 뼈아픈 패배를 당한 셈이었다.

    따지고 보면 제시 제임스가 미국 서부시대의 홍길동 정도로 자리매김된 데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철도회사와 그들을 도운 악랄한 핑커튼을 괴롭힌 덕이었다.

    핑커튼의 본 모습은 그의 사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가 설립한 핑커튼사가 막 성장하고 있는 미국 노동운동을 상대로 무자비한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다.

    홈스테드 제철소 파업 사태(1891)와 풀만 철도 파업 사태(1894)는 핑커튼사의 악명을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몰리 맥과이어스>(The Molly Maguires, 1970, 감독 마틴 리트)는 핑커튼사의 노조 파괴 공작을 그리는 뛰어난 영화다.

    1870년대 중반 펜실베니아 지방의 탄광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기반해 만들어진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핑커튼사에 고용된 사립탐정(수사관) 제임스 맥팔런(리처드 해리스)이다.

    <몰리 맥과이어스>의 한 장면

    탄광 노조 파괴 등으로 유명했던 제임스 맥팔랜드를 모델로 삼은 이 인물은 아일랜드계 이민자가 노동자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탄광으로 들어간다.

    그의 임무는 ‘몰리 맥과이어스’라는 이름의 비밀결사조직을 색출하는 것이다. 몰리 맥과이어스는 아일랜드에서 결성된 조직으로, 비밀리에 활동하면서 지주나 자본가에 맞서고 있었다. 몰리 맥과이어스는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함께 미국에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탄광을 파괴하거나 석탄 열차를 습격하고 탄광경찰 등을 살해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자본가에 맞섰다.

    영화 속 몰리 맥과이어스도 마찬가지인데, 이 영화의 첫 시퀀스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잭 키호(숀 코너리)를 비롯한 조직원들이 탄광에서 일을 끝내고 폭탄을 설치한 뒤 폭발까지 만들어내는 모습을 14분에 걸쳐 묘사한다.

    자본가와 그들의 하수인인 탄광경찰은 몰리 맥과이어스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문제는 이들이 워낙 비밀리에 활동하는 탓에 조직원이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일랜드 출신인 맥팔런이 투입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힘들게 몰리 맥과이어스에 잠입해 이들 조직의 면면을 알아내 경찰에 제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얼마간 몰리 맥과이어스에 동조되기도 한다. 그것은 노동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맥팔런이 탄광에서 첫날 일을 마치고 주급을 받는 장면을 보자. 감독관이 말한다. “석탄 채취 14량, 1량당 66센트니까 9.24달러.” 그의 표정이 밝아지려는 순간, 감독관의 말이 이어진다. “공제액은 우선 화약 두통 5달러, 기름 2갤런 1.80달러, 드릴 수리 30센트, 곡괭이, 삽, 안전모, 랜턴 1.90달러, 모두 해서 9달러. 그러니까 주급은 24센트. 다음 사람!”

    하지만 맥팔런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이민자로서 극단적으로 어려운 삶을 몸뚱이 하나로 버텨왔고 동료들과의 단결보다는 개인적인 이익에 훨씬 반응이 빠른 사람이다. 결국 그는 이들 조직원을 고발하고 법정에서 진술까지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맥팔런은 몰리 맥과이어스의 리더인 잭 키호의 감방을 찾아가 다음과 같이 묻는다. “아직도 폭탄으로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말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대체 왜?”

    키호는 답한다. “자네는 나만큼이나 그 이유를 잘 알 텐데. 저 아래에서 일해보지 않았나. 자기 손가락조차 들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았나?”

    키호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너는 용서받기 위해 여기에 온 거야. 그러니까 처벌을 받기 위해 온 거지… 이 세상 지옥의 형벌로는 네가 저지른 짓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어.” 그러자 맥팔런은 굳은 표정으로 궁극의 대사를 날린다. “지옥에서 만나세.”

    진보적 사상 때문에 매카시 광풍에 휘말렸고 훗날 <프론트>(1976)를 통해 매카시즘을 고발했던, 또 미국 노동영화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노마 레이>(1979)를 만들기도 했던 마틴 리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 노동운동의 초기사를 격렬하고 극적으로 그려낸다.

    지엽적인 에피소드 하나. 추리 소설작가 코난 도일은 당사자 제임스 맥팔랜드를 만나 이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매우 흥미로워 했다고 한다.

    맥팔랜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가 쓴 소설이 셜록 홈즈 시리즈 중 하나인 <공포의 계곡>이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몰리 맥과이어스 사건과 놀랍게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추리 소설가이기도 했던 앨런 핑크턴 또한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몰리 맥과이어스와 탐정들>(그의 소설 중에는 <파업노동자들, 공산주의자들, 부랑자들, 그리고 탐정들>이란 제목도 있다!)을 발표해 큰 인기를 끌었다.

    군대의 민영화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사상적 신(神)인 애덤 스미스조차 바라지 않은 일이다. 스미스는 “군사력을 유지하는 정부만이 자기 나라를 다른 나라의 폭력과 침략으로부터 보호하는 주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라고 <국부론>에 썼다.

    스미스의 말처럼, 군사 안보 분야와 함께 사법, 경찰, 치안만큼은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자들조차 민영화 대상에 언급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스미스의 직계 후손임을 주장하는 밀턴 프리드먼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민영화할 수 있다고, 그래서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눈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모든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사기업이 운영하는 모든 것은 선(善)이다. 군대와 사법시스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계속>

    필자소개
    문석
    중앙일보 기자로 있다고 영화가 좋아서 씨네21로 이직하여 현재 씨네21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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