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도시교통,
전기차가 만능해결책?
[에정칼럼] 녹색교통복지와 자전거
    2017년 02월 07일 11: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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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존의 화석연료 자동차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 독일은 2030년까지 휘발유·디젤 연료 자동차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도 2025년까지 화석연료 자동차 금지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발 빠르게 전기차를 개발하여 보급하기 시작했다. 각 국의 중앙·지방정부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보조금 지급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중이며, 환경단체들도 전기차 보급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이쯤 되면 미래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 세계는 이미 전기차를 점찍은 듯하다. 테슬라의 혜성 같은 등장으로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증한 것이 한 몫 했으리라. 2016년 4월 1일, 테슬라는 설계가 채 끝나지도 않은 모델3의 사전예약을 진행했는데, 1,000달러의 보증금을 걸어야 했음에도 사전예약 24시간 만에 18만대가 예약되는 기염을 토했다.

<테슬라 모델3, 자료: 테슬라 공식홈페이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생각했을 때 전기차의 약진은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을 씁쓸하게 바라봐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자동차를 살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55만명에 이르며 차상위계층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커진다.

우리나라 준중형차의 가격은 2천만원대인데 테슬라 모델3의 가격은 약 4천만원정도니 저소득층은 꿈도 꾸지 못 할 가격이다. 물론 전기차는 양산과 함께 가격이 더 저렴해지겠지만 차를 마련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전기차 역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화석연료차가 됐든 전기차가 됐든, 자동차로 덮인 도로에서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대중교통 이외에는 없다.

서울시의 경우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도시로 꼽히기는 하지만, 대중교통은 아무리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정시성이 떨어지고,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정확히 내려주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시스템에서는 부의 격차에 따라 ‘이동의 편리성’이 현격하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미래에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저소득층을 고려한 녹색교통복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막 도입되기 시작했던 1900년대 초중반의 서울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도로의 양상을 보여준다. 1938년 서울로 돌아가보자. “자전거 문명시대, 경성에만 약 오만대”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1938. 6. 21, 아래 발췌 참조), “거리에 나서서 보면 자전거가 장사진을 치고 달릴 때 과연 조선은 자전거 문명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라고 당시 서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1938년 4월 기준, 46,558대의 자전거가 보급되어 당시 11만 주거호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였다. 자전거는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근거리 교통수단이자 배달용으로 많은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1938년 6월 21일 동아일보 3면 발췌, 자료: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그러나 자전거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 했다. 1960년대 자동차 산업의 고속성장과 함께 자동차는 경제발전과 부의 상징이 되었다. 반대로 자전거는 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로 여겨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몇몇 도로 구간에서는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기도 했다. 결국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채 아이들의 놀이용품이나 레저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후로 자전거는 무려 50년이 넘도록 교통수단의 지위를 ‘다시’ 얻기 위해 사투를 벌였지만, 자동차가 이미 점령한 도로를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차가 기존 화석연료자동차에 비해 훨씬 친환경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기차 역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제조공정부터 전기차 배터리·충전소 구축에 이르기까지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또한 차 연료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차가 탄소배출을 제로화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로부터 발전된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심지어 태양광 제품을 만드는데도 탄소가 배출된다!)

하지만 자전거는 제조공정이 비교적 간단할 뿐만 아니라,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페달만 밟으면 되니 추가적인 탄소배출이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는 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따로 유지비도 크게 들지 않으니 저소득층도 큰 부담 없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는 그야말로 친환경적이면서도 저소득층을 고려한, 녹색교통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훌륭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72명이 자전거(왼쪽), 자동차(가운데), 버스(오른쪽)를 이용할 때. 사진출처: Bikehub (원출처: 뮌스터 도시개발국)>

사실 자전거는 굳이 녹색교통복지를 들지 않더라도 도심 근거리통행에 있어서는 가장 비교우위에 있는 교통수단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전거는 도심 5km 이내에서 다른 어떠한 교통수단보다도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또한 자전거는 한 대당 차지하는 도로 면적이 자동차보다 훨씬 적어 공간효율적이어서 출퇴근길이나 주말 교통체증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만약 직장이 5km 내에 있다면 자전거는 언제나 가장 효율적인 통근용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자전거는 현대인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도시의 활력을 증진시키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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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근거리에서 각 교통수단 별 통행속도, 자료: European Commission, 1999, “Cycling: the way ahead for towns and cities”>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자전거가 다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힘든 것은 이미 자동차 중심의 교통시스템이 고착화(lock-in)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운전문화, 인식, 생활양식, 도로인프라, 산업구조, 도시계획 등이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자동차에 맞춰 발전해 왔기 때문에 이를 다시 자전거와 함께하는 교통시스템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자전거를 도로에서 타고 다니면 자동차운전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심지어는 종종 노골적인 위협을 받기도 한다. 자전거도로를 조성해도 보도로 이용되거나 불법주정차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경우가 많고, 공공자전거를 도입해도 일반 도로에서 타기 위험하니 큰 호응 없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모두 고착화된 자동차 중심의 교통시스템이 빚어낸 결과다. 하지만 2012년 세종시에 개통한 태양광 자전거 고속도로, 창원의 공공자전거 누비자 등의 성공사례도 있다.

이미 고착화 된 자동차 중심의 교통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자전거 정책이 일회성이 아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위협하는 자동차 운전자에 대해서는 자전거 파파라치제를 도입해 면허취소와 같은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자전거 라이더들이 직접 정책 설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기업들이 자전거 통근을 장려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시에 설치 된 태양광 자전거도로, 사진자료: 매일경제>

그럼에도 자전거가 그 자체로 유일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자전거는 중거리 이상의 통행에는 적합하지 않고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동차, 버스, 지하철 등이 필요하다.

자전거는 대중교통이 채워줄 수 없는 정시성, 그리고 목적지 바로 앞에 다다를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해주어 대중교통의 한계를 십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자동차에 비해 친환경적이며, 교통체증·주차 등의 문제가 없고 자동차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녹색교통복지에도 크게 일조한다. 무엇보다 자전거는 도심 근거리 내에서는 최고의 효율을 보장해준다.

과연 자전거가 교통수단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자전거가 도로에서 자동차와 함께 안전하게 달리고, 버스, 지하철과 잘 연계 된 공공자전거 시스템이 마련 된 도시를 상상해본다. 전기차로 가득한 도로보다 훌륭한 녹색교통복지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보다 풍부한 선택권을 제공해 도시교통에 보다 나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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