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의 관제데모 배후조종
    자유총연맹에 "전투 준비" 지시 등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드러나
        2017년 01월 23일 07: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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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자유총연맹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박근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에 맞서 소위 ‘맞불집회’를 개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극우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논란 이후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여론왜곡을 시도했다는 파문이 일 전망이다.

    23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개최한 맞불집회는 ‘국정 역사교과서 찬성’, ‘세월호 특조위 반대’ 등이었다.

    특히 청와대는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해선 반대 집회에 선제 대응을 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전투 준비’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수용하거나 설득하려는 노력이 아닌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본 청와대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와대 내에서 관제데모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인사는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었다. ‘국민소통’을 위한 부서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배척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뉴시스>가 입수한 허현준 행정관과 자유총연맹 전 고위 관계자 A씨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두 사람의 관제 데모 논의는 2015년 10월 말에서 12월초에 이뤄졌다.

    이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지시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를 앞둔 11월 3일 이뤄졌다. 주요 내용은 민중총궐기 대회의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요구를 ‘좌파단체의 친북 반대한민국 행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비해 ‘2차 전투’, ‘미리미리 구상하라’고 했다. ‘맞불집회’의 강도 등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 행정관이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은 이렇다.

    “11.7(토, 18시, 광화문) 국정교과서 반대 집중집회에 세월호특별법 제정 1주기 집회가 겸해진다”

    “11.14(토, 16시, 광화문) 민중총궐기 대회로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있다. 집필진 공격에 대응하는, 검정교과서 집필진 문제점 및 좌파단체의 친북 반(反) 대한민국 행적 등 콘텐츠를 갖춘 2차 전투에도 대비하고, 반대진영의 대규모시위에도 맞서는 준비를 미리미리 구상하고 협의하여 함께했으면 한다”

    허 행정관은 이 메시지를 이날 오전 9시59분 A씨에게 보냈고, 국정 역사교과서 방침은 그로부터 약 1시간 뒤인 오전 11시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식 발표됐다.

    청와대가 자유총연맹이 벌이는 사업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지점은 또 있다.

    허 행정관은 같은 해 11월 20일 오전 10시 41분 문자메시지로 “11.23 연평도 포격 5주년을 맞아, 북한의 연평도 무력공격과 11.14 폭력시위를 규탄하는 입장 또는 활동계획을 준비하고 계시면 알려 달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그러자 A씨는 이날 오전 11시 56분에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서는 전국조직에 현수 게첩을 지시했고, 폭력불법시위와 관련해서는 연맹 홈피에 규탄 내용을 게재하고 SNS를 이용해 연맹 오피니언 그룹에게 규탄내용을 보냈고 월요일자 서울신문에 총재님 시론을 게재하기로 했다”는 보고 형식의 답장을 보냈다.

    세월호특조위와 관련해선 ‘정치공작’으로까지 볼 수 있는 내용도 있었다.

    허 행정관은 11월 20일 오후 6시 17분 A씨에게 “보낸 영상은 (세월호) 특조위에서 준 것이다. 당장은 사용하지 말고 월요일(11월 23일)이나 화요일쯤 공개를 추진하려 하는데 그 이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영상은 박종운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을 촬영한 장면으로 11월초 경기도 안산에서 열렸던 세월호 관련 포럼에서 한 유가족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발언에 박 상임위원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 동영상은 허 행정관이 미리 지목했던 월요일, 11월 23일에 하태경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공개됐다.

    허 행정관은 이 동영상이 공개된 바로 다음날인 24일, A씨에게 “차관급 공직자(박종운 상임위원)가 대통령에 대한 극악 발언에 동조하며 박수치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며 “변호사 자문에 의하면, 홍영미씨는 모자이크 처리해야 민사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자막과 모자이크 처리된 MBC 뉴스 보도영상은 사용하시면 될듯하다. 편집영상 보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청와대가 특조위와 유가족에 대한 비난 프레임을 정해주고 활용 자료까지 전달하며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한 것이다.

    이 밖에도 허 행정관은 “지금 핵심쟁점은 노동 등 4대개혁, 경제활성화법, FTA입법 사안이니 정기국회 기간에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같이하자고 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부 정책을 찬성하는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을 개최하라는 요구도 풀이된다.

    <뉴시스>는 A씨의 발언을 인용해 “허 행정관은 주로 ‘활용하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은 자유총연맹 행사 때 회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교육용으로 쓰라는 취지였다”며 “실제로 (이념과 전혀 상관없는) 체육행사 같은 때도 허 행정관이 보낸 자료를 낭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준비하고 있는 집회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것은 집회를 하라는 요구와 같은 뜻이었다”고도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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