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하철 구조조정,
외주와 계약직 그리고 시민 안전
[기고] '청년실업 해소와 안전', 노조만의 요구 아냐
    2017년 01월 23일 10: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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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이 2017년 연초부터 노사 간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외주와 계약직 그리고 민영화를 통해 앞으로 1천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인 자칭 ‘재창조 프로젝트’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사측은 노조가 작년 성과연봉제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파업을 한 것을 문제 삼아 노조 간부 40명을 직위해제하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했으며, 40명을 전원 해고할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에 맞서 노측은 전 조합원 사장 불신임 투표를 통해 97.6%의 불신임 결과를 가지고 사장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1천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재창조 프로젝트’는 곧 ‘멸망 프로젝트’라고 보고 구조조정안 폐기와 사장 퇴진만이 부산지하철과 부산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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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한 다대선 인력 확충, 청년실업 해소 요구 부산지하철 노동자 농성(사진=강준호님 페이스북)

외주와 계약직

일반적으로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어떤 생산요소를 내부에서 자체 생산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에서 조달해올 것인가는 중요한 판단 사항이다. 예를 들어 모든 기업에서 볼펜을 사용하지만 그 볼펜을 스스로 생산하지는 않는다. 그건 외부에서 볼펜을 사와서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어떤 부품은 외부에서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 스스로 생산해서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인 것도 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외주가 더 비효율적이 된다. 즉, 외주가 더 효율적인 경우는 그 생산요소가 자신의 기업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기업에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부산지하철의 ‘재창조 프로젝트’를 보면 현재 정규직 직원들이 하던 발매기, 카드 보충기, 게이트 등의 자동기기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 주고, 3호선의 시설물 유지보수와 역사 관리를 위탁 경영해서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자동기기 외주업체가 부산지하철도 맡고 대구지하철도 맡고 광주지하철도 맡아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 외주업체는 오로지 부산지하철만 맡아서 하게 된다. 시설물 유지보수와 역사 관리 위탁 경영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외주를 주고 위탁 경영을 한다고 효율성이 높아져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줄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기업 직원이 중소기업 직원으로 바뀔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경영 효율성 차원이 전혀 아니다. 단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만을 이용한 인건비 절감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중소기업 직원의 임금이 대기업 직원의 절반밖에 안된다고 하니 대기업을 쪼개서 중소기업으로 만들면 직원들 월급도 반만 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 과연 ‘재창조’인가.

계약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은 더욱 심각하다. 지금 부산지하철 정규직 직원들이 하고 있는 모터카 운전, 통신단말기 유지보수, 차량 월상 검수 등의 업무를 계약직 직원을 뽑아 시키겠다는 것이다. 어떤 업무를 정규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계약직으로 할 것인가 역시 중요한 경영 판단 사항인데, 그것은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 이 업무가 장기적 고정적인가 아니면 단기적 가변적인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하지만 모터카 운전, 통신단말기 유지보수, 차량 월상 검수 등은 지금까지 정규직 직원들이 꾸준히 계속 해왔고 앞으로도 지하철이 다니는 한 계속 있을 수밖에 없는 장기적 고정적인 업무이다. 그런데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을 뽑아서 쓰겠다는 것은 역시 경제적 효율성과는 무관하게 단지 정규직과 계약직의 임금 격차만을 이용해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계약직의 월급이 정규직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정규직을 다 계약직으로 만들어버리면 직원들 월급도 반만 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 과연 ‘재창조’인가.

민영화와 안전

이번 구조조정안에는 4호선 민영화를 비롯해서 1~2호선 역 근무인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지하철을 시민들이 낮은 운임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대중교통 서비스라는 것이 공공재이며 시민들의 보편적인 복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지자체에서 운임 인상을 억제하고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주었다.

하지만 민영화를 하면 더 이상 지하철이란 공공서비스를 지자체가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민간 기업이 된 지하철은 이제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할 것이다. 운임을 올릴 수도 있고 인력을 더 줄일 수도 있다. 역무원이 1명 줄어든다고 해서 지하철 탈 사람들이 안 타고 수익이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해서 가장 높은 운임을 받으면 그뿐이다.

그러나 인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역무원들이 역에서 표만 파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고 화재 등 각종 사고나 응급 환자 발생 시에도 빠르게 수습해야 하는데, 그 인원이 줄어든다는 것은 만약에 이런 사고나 났을 때 그 대처와 수습이 미흡해진다는 것이며, 다시 말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1개 역에서 직원 한 명 줄여서 연봉 얼마를 절감하는 대신 우리는 그만큼의 위험을 더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라면 이를 위한 비용도 충분히 지불할 수 있지 않은가. 오직 최소 인력으로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회계상 목적이 아니라 조금 더 시야를 넓혀서 안전이라는 사회적 편익을 만들어내는 비용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청년실업 해소와 안전인력 확보

작년 파업 때 부산지하철 노조의 슬로건이 ‘청년실업 해소와 안전인력 확보’였다. 당장 이 구조조정으로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대량 정리해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재창조 프로젝트’에서도 앞으로 매년 100명씩 퇴직자가 생기는데 10년 동안 신규채용을 전혀 하지 않고 1천명을 감축하겠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은 외주와 계약직 그리고 민영화가 진행된다면 지금의 부산지하철이 점점 더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기업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또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식의 구조조정이 문제가 많다고 보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청년실업을 걱정하고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시점에서 외주와 계약직 확대, 민영화와 근무인원 축소는 완전히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아무런 경제적 논리 없이 오직 대기업 직원을 중소기업 직원으로 만들고, 정규직 직원을 계약직 직원으로 만들어서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것은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나 지하철을 책임지는 공기업 기관장으로서 너무나 안이한 것 아닌가. 오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는 것으로만 적자를 해결하려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나 부도덕한 짓이 아닌가. 그럴 거면 전직원 전국민을 다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서 반값으로 일을 시키면 될 테니 말이다.

안전비용에 있어서도 이제는 시장과 기관장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뭐든지 싸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 인력을 줄이면 그만큼 시민들이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안전비용은 충분히 지불하면서 그 외에 다른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이 ‘청년실업 해소와 안전인력 확보’라는 슬로건은 부산지하철 노조의 손을 떠났다. 외주업체와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을 채용해서 청년실업을 해소하라는 요구와 안전인력을 줄이지 말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직접 요구해야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3차례 파업을 통해 노조는 어떻게든 사측의 구조조정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그로 인해 노조 간부 40명이 해고 위기에까지 처하게 되면서 더 이상 노조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 되었다. 이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다 함께 나서줘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청년들을 비정규직으로 몰아가고 시민들을 위험으로 몰아가는 이 부도덕한 시대착오를 결코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부산지하철 역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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