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억압, 돈이 얽힌 ‘핵’의 고리
[에정칼럼] 함께 먹고 즐기는 지역축제의 연대 돼야
    2012년 08월 13일 02:15 오후

Print Friendly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는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으며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측은 핵발전소가 생기면 일자리가 생겨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현재 핵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는 전남 영광과 경북 울진, 경주 월성, 부산 기장 지역은 오히려 핵발전소의 잠재적인 위협에 시달리고,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따른 이주 등으로 지역공동체는 무너지고 있다.

원전 주변 지역 지원금도 주민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번듯한’ 건물 짓기에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주민들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에 갇혀 버리게 된다.

추가되는 핵발전소 건설에 따라 위험은 증가하지만 고립된 상황에서의 무력감과 피로가 더해져 저항할 힘과 용기는 사라지고, 그나마 늘어난 지원금에 위안을 삼게 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 핵발전소 관련 직원들은 어느덧 이웃이 되어 이들을 통한 상시적인 감시는 일상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핵발전소와 관련된 관계들이 늘어날수록 반핵단체들과의 연대는 꺼려지고 신뢰는 무너져 간다.

고리핵발전소 1호기가 재가동하기까지 과정에서의 핵심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의 동의 여부였다. 그렇기에 지식경제부는 집요하게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에 주력했다.

부산 시민과 반핵시민단체들의 의견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지역주민들만이 아는 내용의 검사와 협의로 재가동이 결정됐다.

이후 장안읍이 낸 보도자료는 지금까지의 악순환이 견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과 관련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 연장 기술 분야와 플랜트 해체 분야의 기업을 장안읍 근방에 유치해 지역 주민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1~3일까지 녹색연합은 영덕과 경주, 부산에서 ‘사라지지 않는 개’라는 탈핵 연극을 포함한 문화공연을 했다.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의 모금과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성사된 공연이었다.

지역주민과 연대해보고자 하는 이 작은 시도에도 참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첫 공연은 삼척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척에서 긴급한 사안이 발생해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삼척에서는 삼척시장을 소환하는 주민투표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삼척시장이 주민들의 동의 없이 핵발전을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척시장을 주축으로 한 공무원과 관변단체들이 주민소환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서명 철회를 협박하는 등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영덕 공연에서도 정작 지역주민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영덕은 지난해 12월말 신규 핵발전소 예정부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저항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반핵대책위를 꾸리기 위한 회의에 단지 ‘참석’하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회유와 협박, 일상적인 ‘사찰’을 힘없는 한 개인이 견뎌내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탈핵에 관한 공연을 보러 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경주에서의 공연은 갑작스럽게 공연장소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애초에 월성 핵발전소 인근 양남면으로 공연장소가 정해지고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연팀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공연 3일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양남면에서의 갑작스런 취소 통보! 이유는 휴가철이기 때문이라는데,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수원에서의 계속되는 공연 문의와 양남면 주민들이 외부 단체와의 연대를 꺼린다는 이유를 듣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현재 경주 월성핵발전소 1호기는 수명 마감을 90여일 앞두고 있다.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1인시위 모습

원자력문화재단은 핵발전을 찬양하는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핵발전 현안 지역을 돌며 진행했다. 지경부는 핵발전소 인접지역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기 위해 군수 등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주변지역 이외 지역에 쓸 수 있는 지원금 비중(현행 50% 이내)을 낮추기로 했다. 지원금이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원금의 혜택을 원전 반경 5㎞ 이내 최인접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함으로써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더 견고히 하겠다는 방침으로 의심된다.

지경부와 한수원, 원자력문화재단 등 핵발전과 연관된 조직들은 이렇게 핵발전 현안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를 고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핵관련 조직들과 지역주민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감시와 관계의 고착화, 이를 곤고히 하는 ‘돈’의 고리를 끊고, 탈핵을 바라는 시민들과 핵발전 지역주민 사이의 연대의 고리를 어떻게든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는 지난 30년 동안 반핵투쟁을 해 온 작은 섬 마을, ‘이와이시마’가 있다. 현재 480여 명이 주민이 살고 있고, 평균 연령은 79세에 이른다. 1982년 이와이시마 정면으로 바다 건너 겨우 4km 떨어진 가미노세키 다노우라 해안이 핵발전소 예정 부지로 선정된다.

일본 이와이시마의 반핵 운동

이후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어느 외부 단체의 도움 없이 지역 주민 스스로 매주 월요일마다 반핵집회를 진행해왔고, 지금까지 그 횟수는 1000회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가미노세키 지역은 핵발전 추진파들이 많았다. 일본 정부는 주변 지역 9개 어업조합에 보상금을 제시했고, 그 중 이와이시마 조합만 보상금을 거부했다. 대신 가두리 낚시나 관광객 유치, 승객선 운영 등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이시마 주민들은 비폭력 직접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전력회사의 작업선을 해상에서 막아내고 원전 부지에 누워 공사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이 의회에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이곳도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고립돼 있었다. 언론은 침묵했고, 외부와의 소통은 단절됐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와이시마의 반핵 투쟁 소식이 점차 전해지면서 2년 전부터 외부 사람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다.

야마구치현 대학 카약 동아리가 지역주민과 함께 전력회사의 공사진행을 막아내기도 하고, 이와이시마에서 나오는 특산물은 8월이 되면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문으로 금방 동이 난다.

이와이시마는 이제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섬 주민회와 도쿄의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ISEP)가 함께 진행하는 ‘1% for 이와이시마’라는 프로젝트로 기금을 모아 이와이시마를 자연에너지 100% 섬으로 만드는 활동에 쓸 계획이다.

자연에너지 사업뿐만 아니라 먹거리사업과 자연을 살린 관광업, 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예술 사업 등을 구상 중이다.

이와이시마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정을 잘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와이시마 사례를 통해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위한 다양한 운동과 사업들을 상상하고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력회사와 핵발전소 추진파들의 공세를 함께 막아내고, 지역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지지’ 구매하거나 단체로 그 지역으로 관광을 가고 지역축제에 참여하거나 문화공연을 기획해 그 지역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연에너지 100% 프로젝트와 같은 사업들을 구상해볼 수도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핵희망버스나 탈핵순회공연이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지 않을까.

 

필자소개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