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적극 부역한 의료인들
    [민중건강과 사회] 의료농단의 실체
        2016년 12월 27일 11: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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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의 모든 국면에서 의료인들은 적극적인 부역자였다. 박근혜 정권은 백남기 농민을 억울한 죽음에 이르게 했고, 국가중앙병원의 교수들은 이를 덮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백선하 서울대의대 교수는 의료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필요에 따라 수술했고, 연명치료를 지속했으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 이후에는 거짓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서울대병원은 잘못된 진단서를 끝내 바로잡지 않음으로써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었는데, 게이트의 진상이 밝혀짐에 따라 추악한 모습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창석은 박근혜의 주치의로 있으면서, 그리고 낙하산 인사로 병원장 자리에 앉은 이후에도 철저하게 박근혜 정권을 위해 움직였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는 무관한 불법적 의료행위를 묵인하거나 조장했고, 박근혜의 측근 인사인 김영재가 개발한 리프팅 실을 납품받음으로써 서울대병원을 팔아먹었다.

    박근혜에게 ‘비선 진료’를 제공하면서 더욱 직접적으로 사익을 편취한 의료인들도 있다. 김영재는 박근혜에게 불법 시술 및 의료재료 반출을 하면서 정부 지원을 얻어내고 자신이 개발한 리프팅 실을 서울대병원에 납품했으며, 차움병원의 이동모, 김상만 등은 박근혜에게 ‘비선 진료’를 제공하면서 차병원그룹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를 얻어냈다.

    이번 사태는 ‘박근혜와 부역자들이 만든 의료농단’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유례없이 공격적인 의료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추진되었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약화되었으며, 건강보험은 본연의 임무를 상실하고 금융투기의 종잣돈으로 변질되었다. 장기간 지속된 경제위기로 저소득층은 의료에서 배제되는 동안 ‘박근혜-최순실’로 대표되는 지배계급은 그들만의 초호화 의료를 누렸으며, 의료인들은 지배계급에 아첨하며 의료인이기를 포기했다.

    민중건강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

    공공의료 농단: 공공병원을 앞세운 의료민영화, 노동자 탄압

    전임 서울대병원장인 오병희는 박근혜 정권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앞장서서 수행함으로써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범죄자다. 박근혜 정권은 영리자회사 허용, 원격의료 추진, 의료관광·병원수출 추진 등 주요 의료민영화 정책을 시도할 때마다 서울대병원을 앞세웠고, 오병희는 박근혜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충실히 수행했다.

    박근혜 정권이 병원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고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할 때 불법적인 영리자회사인 헬스커넥트 운영을 고집하는 한편 두산재벌이 서울대병원 부대사업을 독점하도록 팔아넘겼으며, 의료기기회사를 위한 원격의료를 추진할 때 “지방에 사는 만성질환자 치료를 위해 원격의료가 필요하다”면서 의료인의 양심을 저버리는 발언을 했다. 박근혜의 중동 순방 때마다 동행하면서 의료관광·병원수출에도 앞장섰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정권은 재임기간 내내 역대 최악의 공공의료 파괴자였다. 취임 직후 진주의료원을 폐원했으며,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도입함으로써 국립대병원이 공공성 대신 수익성에 목매도록 강제했다. 국립대병원은 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신 막대한 시설투자와 부대사업 확대로 돈벌이에 몰두했다. 공공병원이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행태에 지나칠 정도로 앞장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공공의료 농단’은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의 핵심적인 축이었다.

    특권층에게 ‘그들만을 위한 의료’를, 재벌기업에게 ‘광활한 의료시장’을 안겨주기 위한 ‘공공의료 농단’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노조할 권리 파괴를 동반했다.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가 폭압적으로 추진되었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몫을 빼앗아 지배계급에게 더 많은 이윤을 챙겨주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박근혜 정권 내내 병원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이어졌는데, 노동조합은 의료 민영화와 공공의료 파괴를 국민에게 알려내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는 박근혜 정권 내내 의료 민영화에 맞서 싸웠다. 특히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4년 동안 6번 파업 투쟁을 벌였으며, 경북대병원 노동조합 역시 2014~2015년 수십 일에 걸쳐 파업했다. 모두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공공기관 정상화’, 공공병원 상업화에 맞선 싸움이었다.

    국민건강 농단: 규제완화, 재벌기업 특혜

    이제 박근혜 정권이 공공병원을 앞세워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이야기할 차례다. 2014년 박근혜 정권이 영리자회사 허용과 부대사업 확대를 추진할 당시 사회진보연대는 「의료민영화 쟁점분석: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기업은?」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보고서는 박근혜의 의료 민영화가 차병원그룹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맞춤형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차병원그룹은 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을 통해 교묘히 법망을 피한 ‘유사 영리병원’인 차움의원을 운영하고 있고, 피부관리·피트니스·스파 등 광범위한 부대사업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의료법 규제 완화는 차병원그룹의 이러한 탈법을 합법화해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는데, 박근혜 정권의 차병원 특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권의 의료 민영화는 신약·신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 규제완화, 건강보험 특혜 적용 등으로 이어진다. 규제완화는 신의료기기 인허가 과정 간소화, 신약에 대한 3상 임상시험 면제 등 국민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여기에 더해 ‘제약·의료기기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제약산업·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 확대까지 이루어졌다. 한 발 더 나아가 박근혜 정권은 보건의료를 ‘이윤창출을 위한 산업’으로 규정하고 포괄적인 규제완화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까지 추진했다.

    규제완화는 한편으로는 제약 및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통해 국부를 창출한다는 논리, 다른 한편으로는 신의료기기·신약 개발을 통해 국민건강을 향상시킨다는 논리로 추진되었으나, 모두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부가 추진한 규제완화는 모두 삼성, 차병원그룹 등 거대자본의 이윤 추구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제약산업에 대한 규제완화 및 지원은 삼성이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것과 발맞추어 이루어졌으며,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 알츠하이머·뇌경색 줄기세포 치료제는 차병원그룹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식약처는 2014년 심박수 측정 센서가 달린 갤럭시S5 출시 직전에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맞춤형 규제완화’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이 같은 거대자본에 대한 특혜와 비교하면 김영재가 설립한 의료기기회사가 부실한 사업계획서로 15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간 것은 사소해 보일 정도다. 박근혜 정권 의료농단의 몸통은 재벌기업과 거대 의료자본이다.

    ‘박근혜-최순실-재벌’의 의료농단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박근혜는 구속되어야 한다. 권력에 아첨하며 의료법을 위반하고, 권력을 활용하여 사익을 취하면서 공공의료를 파괴하고 국민건강을 망친 의료인들도 구속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국민건강을 담보로 이윤을 챙긴 재벌기업과 의료자본은 해체되어야 한다. 경영진 또한 구속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자행된 의료민영화·규제완화는 모두 원상 복구되어야 한다. 영리자회사 허용 가이드라인과 부대사업 확대 의료법 시행규칙은 폐기되어야 하며, 제주 영리병원은 철회되어야 한다. 의료관광·병원수출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 안전성·효과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역시 중단되어야 하며, 원격의료 허용과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는 더 이상 추진되지 않아야 한다. ‘투자활성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모든 규제완화 정책은 폐기되어야 하며, ‘의료산업 발전’이라는 허상과 ‘난치병 치료’라는 거짓으로 점철된 신약·신의료기술 규제완화 또한 철회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 내내 외면받았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이 낸 보험료로 만들어진 20조원의 건강보험 흑자는 국민건강을 위해 쓰여야 한다. 금융기관의 투자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한 잘못된 정책은 즉각 폐기되어야 하며,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을 없애려는 시도 또한 중단되어야 한다.

    언급한 것들은 박근혜 정권 하에 벌어진 헤아릴 수 없는 ‘의료농단’의 일부에 불과하다. 너무 많아 이것들을 되돌리는 것만 해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박근혜 정권은 이미 죽은 권력이지만, 이 사태가 끝나고 ‘새로운 권력’이 들어선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의료 파괴와 의료민영화 정책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동안 집권세력을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박근혜 퇴진’으로 이 사태를 끝맺을 수 없는 이유다.

    집권층의 뜻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무런 장애물 없이 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에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입법기관인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의료민영화·규제완화를 밀어붙였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운영 방향, 국민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각종 의료정책은 정부와 자본의 이해가 과도하게 대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손에 내맡겨져 있다. 신의료기술 평가와 규제는 독립적 평가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우회하여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자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변화하고 있다.

    비영리 공익법인인 의료기관, 심지어 국립대병원조차도 폐쇄적으로 구성된 이사회와 원장의 뜻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영되어왔다. 국립대병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서창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점찍은 낙하산 원장이었다. 자본이 소수의 권력자만을 매수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이유다.

    망가진 보건의료시스템을 되살리고 민중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단지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의료기관의 운영과 보건의료정책의 결정 과정에 민중이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하는 여정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죄를 지은 자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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