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에 보내는 조언
    [기자생각] '도전자'와 '아웃사이더'
        2016년 11월 17일 12: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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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과 정의당

    박근혜 지지율 5%가 상징하듯이 하야, 퇴진, 탄핵 등 어떤 과정을 거치든지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은 지금 대다수 국민들의 여론이다.

    10월 하순 최순실 국정농단이 폭로되고 이 사태의 주범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것이 하나둘씩 드러났지만, 박근혜의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이 급속하게 타오를 때 이에 적극 동조하는 정치세력과 정치인들은 소수였다. 그런 점에서 가장 먼저 ‘박근혜 퇴진-과도내각-조기대선’의 입장과 정치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천한 정의당은 올바르고 정확했다. 정의당은 원내 제4당의 소수정당이고, 조직력과 당세도 크지 않지만 이런 노선을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의당의 지지율은 5%를 전후하여 정체돼 있다. 박근혜 지지율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민주당이 지지율 1위로 급등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급속하게 부상하는 것(최근 조사에서는 10%를 넘기면서 반기문-문재인-안철수의 뒤를 바짝 쫒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과 대비하면 정의당은 그들의 입장, 실천 등에 비해 지지율 변동은 조금씩 오른다고 하더라도 기대에는 많이 못 미친다. 왜 그럴까?

    여당과 제1야당의 지지율이 뒤바뀌는 현상은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당연히 그가 소속한 집권당으로 향할 수밖에 없고, 그 대안의 1순위는 당연히 제1야당에게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민주당의 정치와 활동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성적이 아니라 집권당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불만이 제1야당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다. 딱 거기까지인데, 민주당이 착각하면 안 되는데, 착각을 심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 급등(폭등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은 정의당 지지율, 나아가서는 정의당 대표정치인인 노회찬 심상정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저조한 지지율(여야 통틀어 10위권에도 들지 못한다)과 상당히 대비가 된다. 이재명 시장보다 먼저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고, 먼저 더 적극적으로 거리에서 실천하고 국민들에게 호소한 집단이 정의당이기 때문에, 또 정치적 비중과 역할에서도 이재명과 정의당 중 당연히 후자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짚어봐야 할 지점이다.

    정의당

    정의당 홈페이지 캡처

    촛불이 들불이 된, 크고 넓고 깊은 인화물질에 주목해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층층이 쌓인 전 국민의 분노의 뇌관에 던져진 불씨였다. 그 불씨가 거대한 들불이 되었던 것은 국정농단 사태 그 자체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다. 그 밑에 뿌려진 분노의 인화물질이 그만큼 크고 넓고 깊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으며 이게 더 중요한 현실이다.

    먹고 살기 힘들고, 취직하기 힘들고,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고, N포 세대라는 청년들의 자조, 노후 빈곤이 나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공포, 10대는 10대대로, 2·30대는 또 그들대로, 6·70대는 또 그들대로의 고통과 공포와 불안의 삶이 누적되고 있었고, 대통령이나 이 나라 권력층이 하는 일이라고는 온갖 전횡과 탐욕을 넘어 치졸하고 천박한 부정부패가 들끓고 있는 현실이 바로 이 분노의 인화물질이었다. 이 분노의 인화물질과 참담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맞물려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절규의 아우성으로 나타난 것이 100만의 촛불이다.

    그래서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은 분노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 심정적 해소책이 될 수 있지만 진정한 해법이 아니다. 불씨가 꺼진 게 아니라는 거다. 박근혜 체제, 박근혜 정권의 불평등 불공정 부도덕한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개조하는 게 분노의 인화물질을 제거하는 근본적 방법이다. 하야와 탄핵 등의 박근혜 끌어내리기 프로세스가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정치권력의 교체 지점에 모든 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자리를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어떤 정치인이 차지하는 것은 이 썩어빠지고, 불공정 불평등한 대한민국의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정치사회 혁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전체적인 정치사회 혁명의 시급함과 필요성을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발언하고 실천하지 못하면, 그냥 누가 박근혜의 대체재가 될 가능성이 높으냐의 경쟁이 될 뿐이다. 이 경쟁에서 정의당이나 진보정치세력이 대안으로 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정의당은 퇴진과 탄핵 투쟁의 과정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추악함과 천박함과 부패함을 넘어서(이런 폭로는 JTBC와 언론과 방송들이 더 잘하고 있다) 노동과 생존과 먹고 사는 문제를 강조하는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모두가 ‘박근혜’ 퇴진과 탄핵을 이야기할 때 ‘박근혜 체제’와의 단절을 이야기하고 대한민국의 근본 개조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발언과 실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노동자를 비롯한 평범한 국민들의 피폐하고 곤궁한 삶, 박근혜 정권이 노동대중과 국민의 삶을 얼마나 더 불안하고 위기에 몰아넣었는지를 폭로하고 대안으로서의 복지에 대한 국가개입의 강화, 청년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 불평등 해소 등을 주장해야 한다.

    지적이고 교양 있는 포퓰리스트가 되자

    이재명은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고 거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자이지만 사람들에게 새누리당-민주당의 기성 정치체제의 ‘아웃사이더’라는 이미지를 주고 있다. 사람들은 한국의 정치체제가 새누리당-민주당 양대 정당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시스템에 대한 환멸과 냉소를 갖고 있다. 누가 잘못하느냐에 따라 반대당이 일정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그 양당 시스템이 자신들의 이해, 요구, 불만을 대변해주는 정치체제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트럼프 현상(버니 샌더스 현상이기도 했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기성 정치권,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냉소였다. 그리고 이 기성 정치시스템을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공격하는 아웃사이더의 등장에 심정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만 아니라 유럽 대륙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류 좌우 정당의 바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극우파, 좌파 정당(극우파의 비중이 훨씬 크다)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재명의 특징은 첫째 민주당 소속이지만 민주당의 당론이나 지도부의 입장에 종속적이지 않고 때로는 대결적 태도를 취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 아웃사이더의 특징이기도 한데, 세련되고 제도화된 화법을 벗어던지고 시정잡배(^^)의 언어와 제스처로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고 있다. 포퓰리스트의 전형적 특징이기도 하다. 셋째 언론 노출도는 정의당이나 노회찬 심상정에 비해 더 높지 않다. 그렇지만 그는 SNS나 전국 강연 등 정규적인 정치활동보다는 게릴라 정치활동에 능하다. 넷째 그럼에도 그는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개인이 아닌 뒷배경이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이런 요인들 특히 기성정치권과 대결적 자세를 취하는 아웃사이더이면서 민심에 적극 부응하려는 포퓰리즘의 태도가 지지율 급등의 요소들이다. 물론 이는 그가 진보적인 정치인의 지표와는 전혀 별개이다. 그는 지지율이 급성장하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진보적인 정치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정의당의 스탠스와 비교해보자.

    첫째 정의당은 새누리당-민주당의 주류 기성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인가, 인사이더인가? 정치적 도전자의 이미지인가, 아니면 주류 질서에 참여하고 싶지만 배제되고 있는 정치적 루저의 이미지인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들이 보고 싶은 얼굴이 아니라 대중이라는 거울에 비친 얼굴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둘째 노회찬, 심상정은 3선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의 언어와 이들의 화법은 제도정치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시정잡배의 언어 즉 대중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광폭행보가 필요하다. ‘질서 있는 퇴진’ 같은 구호는 합리적이지만 도전자가 아니라 주류 정당의 언어로 비춰진다.

    셋째 정의당을 보다 더 인격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회찬 심상정 등은 조직의 대표자라는 점에서 이재명과 같은 개인 플레이어 같은 정치인의 행보처럼 운용하기 힘들다. 더더욱 노회찬, 심상정은 이제 한국 정치의 아웃사이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탈색되었다. 이럴 때에는 정의당이라는 조직을 인격화하여, 그 조직을 기성 정치체제의 도전자 이미지, 민중적인 이미지, 사람들 눈높이에서 말하고 실천하는 인격체로 만들어야 한다. 또 주류 언론에의 노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SNS, 거리서명, 특보, 대안방송, 게릴라 강연 등 스스로의 대중에게 다가가고 노출시키는 적극적 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인다면 진보정당의 강점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등 원외의 다양한 민중·시민운동과의 네트워크에 있다. 그 에너지를 정치화하고 또 그 운동들의 지역적 풀뿌리 기반과 결합하는 것이 다른 원내정당과 다른 차별점이자 장점인데, 과연 정의당은 그 장점을 활용하고 있는가? 질문해봐야 한다. 과거 진보정치의 분열과 갈등 과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상처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민중, 시민사회에 손을 내밀고 다가가려는 모습이 부족하거나 터부시한다는 느낌적 느낌을 받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재명

    이재명 시장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현상의 중요한 토대

    그렇지만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의 경험과 성장을 스타일과 캐릭터의 문제로 한정해서는 핵심 시사점을 놓칠 수 있다. 그의 성장 배경에는 성남이라는 100만 명이 넘는 메가 기초자치단체인 성남 시장으로서의 행정 경험과 성과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국회의원은 법안이라는 성과물과 각종 이슈를 제기하고 정부의 실정을 견제 감시 비판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은 자신이 관할하는 자치단체의 행정,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결과 등으로 그 성과와 오류를 직접적으로 평가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시장을 평가하거나 그의 성장 배경을 분석할 때 ‘대한민국은 못 해도 성남은 합니다’(그의 페이스북 바탕화면 글귀이기도 하다)는 기조로 지방자치단체를 자신의 철학과 정책을 실현하는 근거지로 만들고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단체장의 정책과 정치활동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실천해왔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역화폐형 청년배당 정책이 대표적이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또 지역화폐를 사용해서 지역 내의 경제로 선순환을 유도한 것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 시장은 청년배당 정책에 대한 박근혜 중앙정부의 시비와 방해에 대해서 과감하게 맞서 싸우는 강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성남형 교육, 시민순찰대, 산후조리비 지원, 교복 지원, 성남시의료원 건립, 시청 개방, 현장행정 강화, 노상방담 등 다양한 정책과 행정들을 SNS과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성남 내외에 적극 알리는 ‘정책의 정치화’를 잘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진보정치의 가장 큰 약점은 정책과 대안 등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직접 실천하고 국민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경험이 부족하고 미약하다는 것이다. 진보정치 15년의 역사에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을 여럿 배출했지만, 단체장을 배출한 것은 울산과 인천 등에서의 극히 제한된 경험밖에 갖고 있지 않다. 또 그 단체장의 경험을 진보정치의 정책, 대안, 철학이 실현되는 모범적 근거지로 만들었던 사례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러니 이러한 근거지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전파하고 확산시키는 점에서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성남이라는 기초자치단체의 대표로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체적인 사례와 결과로 만들어내고, 이를 전파 확산시키고 또 필요하다면 중앙정부 등과 맞서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 최근 시기에 이재명 시장이 정치인으로 급부상하는 토대로 작용했다는 점은 진보정치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지점이다. 정의당의 성장전략에서 참조해야 할 대목이다.

    필자소개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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