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북 압박 옵션,
    북 미사일 요격도 포함해
    미국 차기 정부와 북한, 군사적 충돌 위험성 직시해야
        2016년 10월 27일 01: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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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차기 정부와 북한의 관계가 화해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 희망을 경계하고 오히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글이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핵 반대와 평화를 옹호하려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사회진보연대에서 발간하는 《오늘보다》에 동시 게재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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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민주, 공화 양당 후보의 대북정책이 무엇인지, 대선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금까지도 분명히 알기 어렵다. 왜 그런가?

    오바마 집권 8년에 걸친 ‘전략적 인내’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오바마 선거캠프의 경우, 구체적 시기까지 포함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즉 2008년 말, 2009년 초에 6자회담 공동성명에서 명문화한 비핵화 2단계가 완료되고, 비핵화 3단계가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2009년 평양에 외교대표부를 설치하고, 6자 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여 → 2010년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 정전협정 관련국(3자 혹은 4자) 간 종전회담을 진행하여 → 2012년 북미 수교와 종전선언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6자회담은 장기표류 상태다. 북한이 시행한 다섯 번의 핵실험 중 네 번이 오바마 임기에 실시되었다. (2009년 5월, 2013년 2월, 2016년 1월, 2016년 9월.)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연두교서에서는 북한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는 오바마 정부 임기 내에 어떤 돌파구가 열리기 어려울 것이며, 북한 문제는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암시하는 셈이었다. (반면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연두교서의 경우에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평화와 외교의 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차기 정부라고 해서 어떤 만능열쇠를 지닌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어떤 탐색이 있을 뿐이다.

    힐러리의 대북정책

    지난 10월 13일 미국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미셸 플루노이는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힐러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을 예상케 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녀는 2014년 미국의 첫 번째 여성 국방장관으로 물망에 올랐고, 힐러리 후보가 당선되면 이번에야말로 국방장관이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플루노이가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한미동맹 강화,▲한국 핵무장 불허, ▲비핵화 없는 대북대화 무용,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압박, ▲아시아 재균형 정책 심화, ▲한미일 삼각협력 강화, ▲사이버공격 대처다. 이는 명백히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는 없을까? 10월 21~2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비밀접촉은 미국이 변화를 모색한다는 징후다. 이 자리에 북한 측으로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미국 측으로는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가 나왔다. 북한은 현직 당국자가, 미국은 전직 관리가 나온 모양새다. 이 자리가 어떤 경로로 마련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바마-힐러리의 의지가 없었다면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미국 참가자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을 토의하기 전에 평화조약으로 이르는 평화 과정을 원했다.” 즉, 쌍방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 차기 정권에서도 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까? 미국 외교협회(CFR)가 2016년 9월 발표한 보고서는 그 윤곽을 제시한다.

    미국 외교협회 보고서가 말하는 협상 재개의 조건

    미국 외교협회는 초당파적 싱크탱크를 자임하며, 한반도 이슈에 관해서도 꾸준히 정책 권고 보고서를 발표해왔다. 이번 보고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나아가, 어찌 보면, 미국 외교가에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상당한 컨센서스가 이미 형성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외교협회는 미국 내 수백 개의 싱크탱크 중 하나로 치부할 수 없다. 외교협회가 발행하는 <외교>에는 미 국무장관의 글이 실린다. 이들은 단지 학자가 아니라 미국이 실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정책가이다. 이번 테스크포스에는 미국기업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전략국제연구소 등등에 속한 대표적 논자 17명이 참가했다.

    보고서

    외교협회 태스크포스의 보고서 화면 캡처

    이번 보고서의 제목은 <북한에 대해 더 날카로운 선택: 안정적인 동북아시아를 위한 중국과의 접촉>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라고 불렸듯이, 향후 정책은 ‘더 날카로운 선택’(sharper choice)이라고 불릴 수도 있다.) 더 날카롭다는 의미는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초기 조건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되, ▲미국 뜻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때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더 강력한 추가 조치를 실행한다는 것이다.

    먼저 협상 재개의 초기 조건을 보자. 공식 회담 재개에 앞선 ‘비공식’ 회담에는 사전조건을 두지 않되, 공식대화를 시작하려면 미국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주장해야 한다. 첫째, 모든 참가국은 2005년 9·19공동성명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한다. 둘째, 협상은 각 단계에서 핵 이슈에 관해 일관된 진전을 달성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폭발 실험과 (현존 스커드 미사일보다 사정거리-탑재 능력 더 큰) 미사일 실험이 유예되어야 한다. 협상이 진행되는 한, 미국과 남한 정부는 비정부기구의 검증을 전제로 식량지원에 동의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규모와 내용의 수정도 고려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국, 남한의 식량 지원과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교환하여 일단 협상을 재개하자는 것이다. 이는 북한 고위 관리의 공개 발언을 근거로 한 듯하다. 예를 들어 2016년 4월 23일 뉴욕을 방문 중이던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2016년 4월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이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북한은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보도 후 남한의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지금은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려는 의도라며,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이번 보고서는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은 아니더라도 규모와 내용의 ‘수정’은 가능하며, 여기에 식량지원도 추가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지난 10월에 북미 간 비밀접촉에서 실제 논의된 바는 대화 재개의 조건일 듯하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져 실제 대화가 시작될 것인가. 이 역시 알려진 바가 없어 예측하기 어렵지만, 중국이 제안한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병행추진에 대해서 현재 시점까지도 북한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듯하다. 설사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2008년 6자회담 중단 시점과 비교해보면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훨씬 고도화되었기 때문에 단계적 로드맵을 구성하기가 훨씬 더 까다로울 것이다.

    차기 미국정부의 대북 압박 옵션

    만약 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미국은 어떤 옵션을 새로이 고려 중인가? 가장 심각한 것은 첫째, 유엔에서 북한의 신임장 정지, 둘째, 북한의 실험용 미사일 요격이다.

    첫째, 북한이 국제연합 인권 결의안을 지속으로 무시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국제연합에서 북한의 신임장 정지를 지지하자는 것이다. 신임장 정지는 추방과는 다른데, 회원국 지위는 유지되지만, 유엔 총회가 금지된다. 여기에는 선례가 있다. 1974년 유엔 총회는 남아공이 아파르트헤이트를 비난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지속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에 남아공의 총회 참가를 정지시키라는 신임장 위원회의 권고안을 찬성했다. 남아공은 1994년까지 이런 상태를 감내했다.

    둘째, 현존 스커드보다 사정거리와 탑재량이 더 큰 모든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KN-08이나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험하기 위한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없다면, 북한은 핵탄두를 운반할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그런 확신을 얻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막기 위해 미국은 북한의 실험용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과 후속 결의안들을 집행한다는 방식으로 이러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도 유엔 결의안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정당화한 바 있다. 만약 보고서는 북한이 여기에 어떤 폭력적 보복을 가하면, 예를 들어 남한 영토 내로 포격을 가하면, 북한 내부 타겟에도 포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 영토 내를 처벌 받지 않고 타격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재돌입 운반체(reentry vehicle) 실험을 일종의 ‘레드라인’으로 간주한다. 만약 북한이 실제 실험을 성공리에 진행한다면, 이는 진정으로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 능력을 보유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전 단계에서 협상을 통해 미사일 실험을 유예시키든가, 그렇게 안 되면 실험용 미사일을 요격하든가 해야 한다는 말이다.

    보고서에는 이 외에도 여러 정책 권고가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는 한미일 삼국이 ‘집단안보공약’을 발표해야 한다는 권고가 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공격은 한국에 대한 공격이고, 또한 한국에 대한 공격은 미국과 일본에 대한 공격이라는 공약을 채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만약 실제 북한의 실험용 미사일을 요격하려면 일본 자위대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14년 한미일 정상회담 모습

    2014년 한미일 정상회담 모습

    일본은 지난 해 집단자위권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여 한반도에서 임무 수행 중인 미국 해군에 가해진 공격을 방어하는 게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이미 2010년에 삼국은 “북한의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행위는 삼국 모두를 위협하며, 삼국의 연대에 직면할 것이라”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나, 이를 더욱 명시적인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이런 권고는 사실상 한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국회 비준이 필요한 정식 외교조약이 아닌 방식으로, 즉 행정부 간 공동선언의 형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군사적 충돌의 위험

    보고서에 제시한 제안은 우리가 지금까지 실로 한반도에서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요격하고, 북한이 보복을 가하면 남한이 이에 상응하는 무력공격을 가한다는 그림이 정말로 현실로 될 것인가? 그런 현실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실제 상황이듯, 미국의 군사적 압박조치도 실제 상황이다.

    미국이 분명한 군사적 레드라인을 설정한다는 것은 곧 군사적 충돌을 불사한다는 의미한다. 우리는 과거 미국이 터키에 핵미사일을 배치하고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곧 3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킬 수 있는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이어진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핵무기는 전쟁 억지 요인이 아니었고, 핵무기를 개발, 배치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전쟁유발 요인이었다.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화해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희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이는 지난 부시 정부 8년, 오바마 정부 8년이 이미 증명한 바다. 나아가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고도화하는 게 오히려 북미관계 정상화를 이끌 것이라는 일각의 인식은 진정으로 환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시시각각 다가오는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군사적 충돌을 막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끝>

    필자소개
    임필수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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