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요금, 뭣이 중헌디?
    [에정칼럼] 에너지시민 위한 전기요금 개편 로드맵
        2016년 09월 28일 10: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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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가, 좀 더 좁혀서 ‘에너지 활동가’라는 정체성으로 살아온 필자에게도 지난 여름 폭염으로 시작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은 ‘멘붕’으로 다가왔다. 그 이유는 김현우씨의 칼럼(김현우, 전기료 폭탄? ‘스마트 미터’만 있었더라면…)에 잘 정리되어 있다.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와 토론은 수년 동안 계속돼 왔지만, 실제로 개편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폭염과 전기요금 폭탄 주장이 그간 모든 논의를 한 순간에 휩쓸고 지나갔다. 정부가 11월 말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

    폭염이 끝나고 난 뒤 정신을 차리고 8월분(7/22~8/21) 전기요금 청구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당월 전기사용량은 76kWh로 최근(12개월) 월별 사용량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전기사용량 75kWh에서 1kWh가 늘어났다. 그 결과 전기요금은 기본요금(410원)과 전력량요금(60.7원/kWh), 부가가치세, 전력기금을 합한 5,700원이다.

    그림1. 필자의 8월분 전기요금청구서

    <그림 1> 필자의 8월분 전기요금청구서

    1인 가구의 증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되는 현 상황에서 필자는 가장 싼 전력량 요금을 혜택 받는 소비자인 셈이다. 그리고 전기판매회사인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광진구 평균사용량 대비 고객님은 전기절약을 잘 실천하고 계십니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칭찬을 받고 있는 전기구매자이기도 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국회예산정책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201~206kWh다. 필자의 경우 연간 평균 전기사용량이 57kWh이니 1인 가구의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예외 가구인 셈이다.

    이처럼 각자가 처한 상황과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이 전기요금 개편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지불하는 전기요금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전기요금이 도대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찾아봐야 한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에서 전기요금의 개정절차를 확인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전기요금 개정(안)의 이사회 의결 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인가신청을 의뢰하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전기요금 및 소비자보호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과 협의하고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인가한다.

    그림2. 전기요금 개정 절차

    <그림 2> 전기요금 개정절차

    전기요금 개정이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걸쳐 결정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기판매회사인 한전이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또 개정이 필요하더라도 한전에서 신청을 해야 개정안이 논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전은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그렇다면 구매가격과 판매가격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공공기관 요금체계 평가’를 보면, 정리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한국전력통계에서도 제공되고 있지만 정리하는데 약간의 시간을 요한다).

    <표 1>을 보면, 전력판매단가는 증가하는 데, 전력구매단가는 2012년 이후 주춤하다가 2015년 들어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이는 최근 유가하락으로 계통한계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이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시간대별 전력수요에 맞게 발전변동비가 낮은 순서(원자력→석탄→LNG)대로 발전기가 투입되고, 이 때 최종적으로 투입된 발전기의 변동비가 해당시간대 시장가격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계통한계가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계통한계가격대로 한전이 전력을 구매할 경우 원자력이나 석탄화력의 경우 과도한 발전차익을 보장받게 되므로,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정산가격을 산정하고, 여기에 수수료 등을 추가하면 구매가격이 결정된다.

    판매가격(전기요금)은 원가주의 원칙, 공정 보수주의 원칙, 공평의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총괄원가)=적정원가+적정투자보수로 산정된다. 전기요금이 산정되는 흐름을 간략히 표현하면, <표 2>와 같다.

    표1. 전력판매단가 및 구매단가 추이

    <표 1> 전력판매단가 및 구매단가 추이

    산정 흐름도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의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음에 따른 발전원가의 왜곡, 24시간 가동돼 발전의 기반을 이루는 기저발전(원자력, 석탄)과 전력공급이 부족할 때만 가동하는 첨두발전(LNG, 중유 등)의 설정 기준과 정산조성계수의 적절성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에너지원별 구매단가를 기준으로 적정한 전기요금을 결정해본다.

    필자가 내는 전기요금의 전력량요금은 주택용 누진제의 혜택으로 60.7원/kWh다. <표 1>의 구매단가에도 못 미치는 만큼 단가를 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여기엔 조건이 있다.

    최근 경주 지역의 지진으로 인해 더 큰 위협으로 다가 온 원자력발전에서 생산하는 전기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의 전기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월 전기요금이 월 통신요금(인터넷+핸드폰 통화료)인 48,820원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표 3>은 한국전력통계에 제시된 2015년 발전원별 구입단가를 나타낸다. 필자의 연간 월평균 전력사용량인 57kWh를 기준으로 LNG(복합)의 판매단가(구입단가+20원)를 적용하면, 월평균 전기요금은 410원(기본요금)+8,336원(전력량요금)+874원(부가가치세)+320원(전력기금)=9,940원이 된다.

    이제 재생에너지 전기로 넘어가보자. 풍력의 경우는 LNG(복합)보다 구입단가가 싸지만, 서울 수도권 지역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기는 어려우므로 생략한다. 태양광의 경우를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월평균 전기요금은 11,720원이다.

    LNG(복합)와 태양광의 판매단가 추정치(구매단가+20원)인 146.26원과 173.84원을 적용하더라도 월 통신요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만큼 필자는 LNG와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기를 구매할 의사가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구입단가

    하지만 필자가 이런 결정을 내리더라도 발전원과 전기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부가 결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LNG와 태양광을 생산하는 발전회사를 선택할 수도 없고, 전기요금 개정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 같다.

    “전기요금, 뭣이 중헌디?”에 답은 나왔다. 정부가 결정한 발전원에 한전이 결정한 전기요금을 내는 것 외에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중허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목표로 활동하는 많은 시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역에너지계획에 참여하기도 하고, 각자의 집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시민들도 보인다. 하지만, 에너지시민일수록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장벽들을 더욱 더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내년 7월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이고, 올해 11월에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를 함께 모여 논의해야 한다.

    지금 바로 8월분 전기요금 청구서부터 펼쳐보자.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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