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뻔 강신명 "사과 못해"
    백남기 청문회, 강신명 경호부대 수준의 새누리당
        2016년 09월 12일 08: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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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목적으로 하는 ‘백남기 청문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지난해 11월 14일 있었던 민중총궐기 집회에 백남기 농민이 쌀값 안정화를 요구하다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맨 지 약 10개월 만이다.

    당시 총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정장은 도의적 사과조차 거부했고 새누리당은 이 같은 경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새누리당은 청문회 사안과는 별개로 다뤄져야 할 집회 현장의 과격성을 부각하는 질의를 계속했다. 또한 경찰 측은 사건 당일 최초로 이뤄진 청문감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해당 사안이 수사·재판 중이라며 거부, 새누리당은 야당에 그런 경찰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강신명

    청문회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이날 오전부터 이뤄진 ‘백남기 청문회’를 열었다.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이 ‘살수차 운용지침’을 어기고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 살수한 점에 대해 강신명 전 청장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강 전 청장은 매우 당당한 어조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하게 한 후에 말할 수 있다. 결과만 두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도의적으로라도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이 또한 거부했다. 사과할 용의가 없다는 뜻이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맨 지 벌써 10개월 가까이 됐지만 검찰은 아직 본격적인 수사도 재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중총궐기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징역 5년의 중형을 받았다.

    백남기 농민의 딸인 백도라지 씨도 이날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해 “한상균 위원장은 재판에서 5년 징역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날, 같은 사건에서 우리 아버지 사건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며 “그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 1,200명 이상을 사법처리했고 우리 아버지도 위법한 행위를 했다면 수사해서 법원 판결에 넘기면 된다. 그 자리에서 물대포로 쏴버리는 건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백 씨는 “한 위원장의 재판 때 경찰관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닥친 정도, 찰과상도 안 나온 정도의 진단서를 폭력의 증거라고 냈다고 하는데 한 사람을 뇌사에 빠뜨린 이 폭력에 대해선 얼마나 엄중하게 대처할 것인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직사 삿루

    민중총궐기 당시의 경찰의 직사 살수 장면 자료사진

    304일 째 깨지 않는 백남기 농민…강신명, ‘사과 못 해’
    시작도 안 한 수사 결과 봐야한다 강변만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계속되는 강 전 청장의 사과 거부에 대해 “도의적으로 사과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전 청장은 “구체적 사실관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사실관계가 확정된 다음 답변 드리는 게 맞다”고 재차 사과를 거부했다.

    이는 앞서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나온 답변이다. 한상균 위원장 등 민주노총 간부 다수가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인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수사,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집회와 시위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도 강 전 청장은 “여러 가지 제도적인 의사표현 장치, 법률적 구제절차가 완비되어 있다”며 “거기에 의하지 않고 폭력이나 다수의 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단 의사표현인 집회·시위 자체를 부정하는 뜻으로 읽힌다.

    “일부 시위대 불법을 근거로 경찰의 모든 행동 정당화되지 않아”
    강신명, 앵무새처럼 ‘폭력 시위’ 주장만 반복
    한상희 교수 “소수 불법 확대해 다수의 평화집회 기회 박탈”

    이어진 오후 질의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회 현장 내엔 수만 명이 모여 있으니 일부 불법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의 모든 행동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강 전 청장은 “어떤 경우에도 쇠파이프나 불을 지르는 폭력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에 진 의원은 수차례 “집회 시위 과정에 일부 폭력이 있다하더라도 경찰의 모든 부당한 행동, 과잉진압에 면죄부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여러 차례 질문에도 계속해 ‘폭력시위’ 주장만 강변하던 강 청장은 끝내 “그렇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쌀값 안정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는데 오히려 하락한 상황이고 (농민들이) 삶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농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최후 수단으로 집회, 시위하려는데 (경찰청 등은 사전에) 금지통보하고, 차벽을 세우겠다고 했다”며 “전문차벽은 전문가들은 그걸 세우는 순간, 집회시위 자유 침해된다고 생각하고 자극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의 과격성 또한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소홀에 따른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참고인으로 나온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경찰은 폴리스라인이라고 하지만 차벽은 그 자체로 (집회 참가자에게) 심리적 압박감과 무기력감, 당혹감을 준다. 그것으로 인해 (집회 참가자를) 흥분하게 하고 폭력을 유발한다. 이는 연구결과로도 이미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경찰은 집회의 본래 목적인 항의 대상과 집회 장소까지 분리했다. 집회의 자유에선 이를 금지하고 있다”며 “쌀값 21만원으로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파기한 청와대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했다. 차벽을 설치해서 집회 자유 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잘못된 현상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폭력 시위 주장을 반복하는 강 전 청장에 대해서도 “집회와 시위 과정에 불법이 있을 수 있다. 경찰은 군중들과 불법 군중 분리해서 평화 집회하는 사람들은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기본 임무”며 “경찰은 작은 불법을 확대해 1백명 불법을 근거로 9만 9천 9백명의 평화 집회를 방해했다”고 질타했다.

    새누리, 경찰 ‘감싸기’ 총공세…
    백남기 농민 직사 살수는 “사람 많아 그렇게 된거죠?”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지적하고 강 전 청장을 비롯한 경찰 측은 이를 강력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폭력시위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경찰도 부상을 입었다며 백남기 농민에 관한 사건과는 별개의 문제를 끌고 들어와 강 청장을 비호했다.

    공권력이 개인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수준으로 물대포를 살수하는 것은 문제제기는 여야 모두에서 나왔지만, 새누리당은 별개의 문제인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한 언급은 계속됐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집회 신고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불법 폭력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의 과잉) 대응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직사살수 문제에 대해서도 “다중을 상대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죠?”라며 잘못을 부인하는 경찰의 입장을 옹호하는 질문을 했다.

    이 의원은 “집회와 시위는 보장돼야 하지만 폭력이나 불법 시위를 보호하고 보장할 순 없다”며 특히 “집회, 시위에 의존하는 의사표시, 이거 방법을 바꿔야 한다. SNS나 언론과 같은 의사표현 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내비쳤다.

    새누리, 경찰의 ‘감찰보고서’ 자료 제출 거부 “이해해줘야”
    표창원, “자료 안 줄 거면 질문 제대로 하라” 새누리에 일갈

    청문회는 같은 질의와 대답의 연속이었고, 10개월이나 지난 상황을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참고인들의 답변은 신빙성을 획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야당은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경찰을 중심으로 진행된 감찰 조사 내용을 담은 ‘감찰보고서’를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거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계속해서 경찰을 감쌌다.

    백재현 의원은 “경찰의 감찰보고서는 군사, 외교, 대북에 관한 기밀 서류가 아니다. 이러니까 10개월 째 진상조사가 안 되는 것”이라며 “사건 이후 최초의 질문답변이라 가장 사실에 가까운 서류이고, 이를 정치적 논리로 숨겨선 안 된다. 이러면 이 사건에 대한 치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재중 의원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서 정하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에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최근 국회의장 개원사에 대해 새누리당이 반발하고 폭력사태를 겪었다”고 운을 떼며 “국민들의 합법적인 집회 시위는 보장해야 하고 불법적인 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경찰과 국회에서도 철저하게 법을 중시해야하지 않나. 회의 증언 및 감정에 대한 법률엔 국가안보 등 제한된 경우 아니면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그런 법도 준수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경찰이 시민들의 집회 시위를 불법이라는 이유로 짓밟고 합리화하나”라고 비판, 유재중 의원에 대한 편파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를 검토했다는 청문감사관은 “경찰 진상조사라는 건 수사, 소송 진행되면 결과 반영해서 최종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조사 내용 자체는 명확하지 않아 보강해서 조사해야하기 때문에 자료가 공개되면 논란이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감찰보고서 제출 공방으로 청문회는 한 때 정회했다. 여야3당 간사가 협의 과정을 거치라는 유재중 의원의 중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속개한 후에도 여당 간사인 윤재옥 의원은 “(감찰 보고서는) 경찰이 제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야당 의원이 그런 입장 이해해달라”며 “진술서 제출하지 못한 상황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으니 감안해달라”고 말했고,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청문회 하지 말자는 건가”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표창원 의원은 “자료 오면 좋겠지만 경찰은 거부하고 있고 위원장은 실력 것 답변을 끌어내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협조만 해주면 된다”며 “상당수 청문회 열린 이유는 백남기 농민 사건이 누구의 과실이며 지시에 관한 것인지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다른 폭력시위 가담자의 불법성만 부각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진실규명 안 된다. 감사보고서 내용만 주면 사실관계가 드러나는데, 그거 안줄 것 같으면 야당과 함께 경찰이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런 질문을 해주면 고맙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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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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