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로 정부 정면 비판
    새누리당 퇴장, 여당이 국회 보이콧
        2016년 09월 01일 04: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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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우병우 민정수석이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우 수석을 감싸기 위해 그간 정부에 호의적이었던 언론사와도 각을 세우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여당은 이러한 정 의장의 개회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국회의장을 영어로 ‘Speaker’라고 한다.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Speaker인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쓴 소리 좀 하겠다”며 “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주시기 바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국민의 공복(公僕)인 고위공직자,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티끌만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라며 “그런데 그 당사자가,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오로지 국민을 위해 사용할 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된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최근 추경안 처리 과정이나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갈등, 그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난맥상 등, 일련의 상황들을 접하면서 헌법에서 부여받은 감시와 견제의 역할보다는 정파적 이해를 우선시했던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방적인 사드 한국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내놨다. 또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국회의 외교채널을 풀가동하는 등 외교정책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정 의장은 “북핵문제는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우리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당사국으로서 우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도, 그에 따른 대화나 행동도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그래야 북핵 문제를 넘어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사드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서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 그로 인한 주변국과의 관계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 그런 과정이 생략됨으로 해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드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사회계 등이 남남갈등과 국론불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정 의장은 또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응분의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제재는 수단이다. 때론 유용하지만, 때론 위험한 수단”이라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 전에 대화도 없다며 제재만을 고집하는 대북 정책에 대한 지적이다.

    정 의장은 “국민과 국회가 언제까지 남북한 정부가 벌이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의 관망자로 남아있어야 하나”라며 “작은 것이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대화해야 한다. 여야가 이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며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미 여야 중진 의원들을 주축으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외교단’을 구성하였으며, 미·일·중·러를 포함한 주변국과의 의회외교가 곧 시작될 예정”이라면서 “우리 국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풀가동해 한반도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이정현 “중증 대권병” “정상 아냐” 막말
    박지원 “개회사 ‘엑설런트’”우상호 “국회의장 발언 때문에 보이콧하는 여당 처음봐”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야당 대변인’이라며 국회의장의 중립성 문제를 제기, 강력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또 정 의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상임위 차원도 아니고 국회 의사일정 전체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정 의장이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얘기한 것은 국회의장 중립의무를 깬 것이라며 “국회의장의 온당한 사과와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 모든 20대 국회 의사일정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대표는 심지어 정 의장의 이날 개회사를 ‘대권병’에 걸렸다고까지 비난했다.

    이 대표는 “완전히 이건 대권병 이외에 다른 걸로 해석이 될 수 없는 아주 중증의 대권병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런 헌정 사상 초유의 이런 국회의장의 도발은 있을 수가 없다”며 “이건 정상적인 상태 하에서 어떤 누구도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더민주 부대변인 원외 부대변인 정도가 낼 수 있는 논평을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할 정도 된다고 하면 대권에 대한 망상이 지나쳐서 그때에 대비한 충성경쟁”이라고까지 폄하했다.

    또 최근 국회 교문위에서 유성엽 위원장이 예산안을 단독 표결처리한 점을 겨냥한 듯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장대로 국회의장은 국회의장대로 당직자들은 모두 전체가 다 대권병이란 전염병에 오염이 돼서 그 병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야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의 개회사의 또 다른 의도로 “1년 반이나 남은 박근혜 정부 무력화하고 식물정부 만들려는 계책 가지고 이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엑설런트’, 최고의 개회사를 했다고 했다”고 평했다.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점에 대해선 “집권여당은 책임을 지고, 국정과 국회를 이끌어 가야 할 의무가 있다. 자기들의 의사에 좀 반한다고 해서 집권여당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대통령이 강조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보이콧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시급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야당이 모든 것을 양보해 추경이 됐는데 그것을 보이콧을 하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냐 죽이겠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야당 단독 추경 처리 가능성과 관련해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안을 했다”며 “5시까지만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새누리당의 의사일정 거부와 관련해 “5시까지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면 협조를 해서 남은 의안들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겠다”면서, 여당 의원들이 의사일정 거부에 나선 것에 대해선 “별꼴을 다본다”면서 “집권여당이 국회의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어렵게 합의한 추경안을 비롯한 2015년도 결산안 심의를 내팽개친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심스럽다”며 “청와대의 심기가 아닌 국민의 심기를 살피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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