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그만! 성과주의
    노조 무력화시키고 노동현장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2016년 08월 31일 10: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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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사실은 성과퇴출제에 대한 비판 글이다. 이미 국내외에서 실패한 성과주의를 노동현장에 강요하는 것은 노동자 사이의 극한 경쟁을 강요하고 민영화 등 정부 정책의 걸림돌이 될 노조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걸 노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필자가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에 쓴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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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리까리(やりきり)라고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막일을 할 때 정해진 분량을 끝내면 시간에 구애받음 없이 일을 마치는 것을 말하는 일본말입니다. 대부분 열심히 한꺼번에 하고 퇴근 시간 전에 끝내곤 합니다. 사용자들도 그걸 아는 거지요? 농땡이 치면서 대충 하는 것보다 성과를 내기에 딱 맞으니까요.

    문제는 협력입니다.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예전에 아파트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드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처음 <야리끼리>라는 말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서로 손발이 맞아 2시간 전에 일을 마치고 퇴근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십장이 <야리끼리>를 하되 개인별로 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가능할까요? 미끄럼틀 네 귀퉁이 땅을 파는 일이야 가능하겠지만 기둥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서로 협력을 해야만 그 무거운 것을 옮기고, 설치할 수 있거든요.

    정부가 공공기관에 성과주의를 도입한다 하여 1년 내내 시끄럽습니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확정했습니다. 임금체계 변경은 명백한 노사 합의가 필요한 핵심적 단체교섭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의 이사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노조는 불법 이사회를 주도한 공공기관 기관장을 사법기관에 고발해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많은 나라, 회사에서 이미 실패를 인정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조직문화 붕괴 등의 심각한 부작용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상호약탈식 임금체계라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지엠(GM)은 2014년 4월 이 제도를 전격 폐지했습니다. 99년부터 15년 동안 해 봤으나 노동자들 간 과도한 임금 격차가 조직문화를 해칠 뿐이었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상대평가에 기초한 성과연봉제가 “파괴적이고 야만적인 제도”라며 폐지했습니다. 미국 감사원의 발표자료 중에는 “공공기관 성과급 제도가 동기 부여와 사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라는 보고도 있다고 합니다. 결국 득보다 실이 훨씬 큰 제도라는 거지요.

    그럼에도 정부는 줄기차게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결국 오는 9월, 격돌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안의 철도, 서울과 부산의 지하철노조들, 가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등 6만여 명이 27일 동시파업을 합니다. 그 앞뒤로 23일 금융노조가, 28일에는 보건의료노조가 투쟁을 합니다. 모두가 성과주의를 도입, 공공기관을 파괴하려는 정부 때문입니다.

    도대체 기관사들의 성과를 무엇으로 측정하고, 비교하지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요?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 따위에는 눈감고 무조건 징수만 잘해오면 그게 성과일까요? 개인별 성과제는 노조의 임금인상 투쟁을 무력화할 겁니다. 그리고 이어 퇴출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노조보다 사용자들의 눈치를 더 보게 만들 겁니다.

    퇴출제

    성과퇴출제 반대 민주노총 7월 집회 자료사진

    문제는 노조 무력화에 이어 더 큰 피해를 국민들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6월 정부는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을 내 놓았습니다. 발전사들의 주식 일부를 상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력 판매 시장도 개방하여 민간 사업자들이 진입하도록 경쟁 체제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2002년 철도, 가스, 발전의 공동파업 이후 다시 시도하는 에너지 민영화입니다. 민영화의 가장 큰 반대세력인 노조를 무력화한 후 공공기관을 시장에 내 놓겠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과도한 경쟁은 시민 안전도 크게 위협할 겁니다. 제2의 구의역 사고는 언제든지 다시 생길 수 있습니다.

    막노동판의 십장도 압니다. 일을 빨리 끝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매번 <야리끼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작업 시방서에 써 있는 대로 일을 하지 않거든요. 2미터를 파고 묻어야 하는 것을 1미터만 파고 관리자의 눈을 피해 콘크리트를 해버리기도 하니까요. 또 협력이 필요한 일은 절대로 개인별 성과에 따라 일하도록 하지 않습니다. 협력이 우선되는 일이 많거든요.

    그런데 왜 이 정부만 그걸 모를까요? 아니지요. 알면서 더 큰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바로 민간부문으로 이어질 겁니다. 결국 노동시장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들겠다는 심사이지요. 바늘구멍만한 정규직 자리에 취직되었다 하더라도 안심하지 말라는 경고이지요. 끊임없는 경쟁으로 최대한 쥐어짜서 이윤을 내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는 거지요.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행보는 지겹도록 많이 봤습니다. 사드의 일방적, 폭력적 배치 논란으로 성주와 김천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소식을 매일 접합니다. 폭주는 중단시켜야만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안 다치거든요. 무더위도 한풀 꺾여 이제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시작됩니다. 무더위도 끝이 있는 것처럼 이 정부도 끝이 있을 겁니다. 그게 순리입니다. 추석이 지나면 곧바로 일어날 거대한 투쟁의 물결에 주목해 보시지요. 조만간 닥칠지 모르는 내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필자소개
    이근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전두환을 만나 인생이 바뀜. 원래는 학교 선생이 소망이었음. 학생운동 이후 용접공으로 안산 반월공단, 서울, 부천,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함. 당운동으로는 민중당 및 한국사회주의노동당을 경험함. 울산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정리할 뻔 하다가 다행히 노동조합운동과 접목. 현재의 공공운수노조(준)의 전신 중의 하나인 전문노련 활동을 통해 공식적인 노동운동에 결합히게 됨. 민주노총 준비위 및 1999년 단병호 위원장 시절 조직실장, 국민승리 21 및 2002년 대통령 선거시 민주노동당 조직위원장 등을 거침. 드물게 노동운동과 당운동을 경험하는 행운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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