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의 삶과 노동,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로
[기고] 구의역 사고와 해고된 동료들을 생각하며
    2016년 07월 15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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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김승호 사무국장이 보내온 기고글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과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또 원청으로서의 책임성을 외면하고 이윤과 이익만을 독점하려고 하는 자본의 행태에 우리 모두는 분노하고 있다. 그 공감과 그 분노가 우리 사회를 바꿔가는 희망의 씨앗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실천하고 있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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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구의역 사고로 19살의 꽃다운 나이에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청춘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채 피지도 못하고 잃은 생명을 어떤 말로 위로 할 수 있겠습니까. 끼니도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컵라면으로 때우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며 미래를 꿈꿔왔던 청년이 말도 안 되는 사고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은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제 자신과 주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람 취급하지 않는 회사

저는 티브로드 케이블방송에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과 과도한 업무스트레스, 무리한 영업 실적 압박, 언제 다칠지 모른 채 일하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일하면서 이 회사에 대해 느낀 것은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꿈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근속도 쌓이고 대우도 좋아지고 임금도 올라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배신감과 절망감만 들었습니다. 일을 하는 중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영업 실적을 채우지 못한다고 밤늦게까지 퇴근하지 못한 날이 부지기수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고객님 댁을 방문해서 방송 및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일입니다. 하루에 20집 이상을 방문하고 전신주나 담벼락 위에서 작업을 할 때가 많습니다. 동료들이 전신주에서 낙상하거나 담벼락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를 당할 때마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다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안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원청 티브로드는 오로지 실적만 요구합니다. 등급을 매겨놓고 본인들이 만족할 수준까지 영업 실적이 없으면 대전 흥국생명연수원에 집합시켜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을 괴롭혔습니다. 고객, 기사 역할을 만들어 연극을 시키는가 하면 잠도 제대로 재우지 않았습니다.

위험 사진

위험한 설치공사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하 사진은 희망연대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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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도 해야 하는 설치기사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마른수건 쥐어짜듯 영업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케이블방송, 인터넷영업을 해오지 못하면 퇴근도 못하고 영업전단지를 배포하는 등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처럼 거의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케이블방송을 보는 세상에 어떻게 매일같이 신규고객을 가입시킬 수 있겠습니까….

별 수 없이 우리 기사들은 쓰지도 않는 인터넷, 방송을 자기이름으로 가입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급여로 그 요금을 충당해야 했고 삶은 갈수록 궁핍해졌습니다. 때로는 고객을 속이고 상품판매를 해야 하는 일까지도 벌어지곤 했습니다.

원청 유니폼 입고 일하는 하청노동자

우리는 티브로드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입사할 땐 티브로드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우리가 간 곳은 티브로드의 하청업체였습니다. 분명히 티브로드 차를 타고 티브로드 옷을 입고 티브로드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티브로드 노동자가 아닙니다.

티브로드가 계약을 한 하청업체에서 일을 하면서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우리는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합니다. 저는 분명 같은 지역에서 일하는데, 소속업체는 다섯 번 이상 바뀌었습니다.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새로운 사장을 봤고, 근속년수는 사라지고 신입사원이 됐습니다.

2010년에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원청 티브로드 지시로 모든 하청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사업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어쩔 수 없이 개인사업자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각종 세금을 노동자들이 처리해야 했고, 회사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견디다 못한 대다수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일해 온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티브로드는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떠나자, 개인사업자제도를 백지화시켰습니다. 그 후로도 티브로드는 실적은 강요하면서 하청업체에 내리는 수수료는 계속 깎아 내렸습니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근속이 없고 급여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겨우 쉴까 말까였고, 그마저도 눈치가 보였습니다. 가정 생활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답답했습니다.

희망연대노조를 만나다

사람들은 ‘그런 회사 관두면 되지 않냐’ 말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이렇게 허탈함과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노동조합을 알게 됐습니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인간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알게 되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기쁘고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티브로드는 우리를 가만히 두질 않았습니다. 법이 정해놓은 노동시간을 지켜달라고,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너희는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외면하면서 업체 사장을 통해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조합원이 많은 업체는 계약을 해지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했습니다.

비조합원은 재고용, 조합원은 해고?

티브로드는 1년 당기순이익이 1000억이 넘는 회사입니다. 이런 회사가 어렵다며 하청업체에 실적을 강요했고, 급기야 2016년 3월 조합원이 가장 많은 업체 두 곳을 계약해지 해버렸습니다. 사전에 어떤 공지나 말도 없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새로운 업체 사장이 왔지만 그 사장은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들만 모두 해고시켜 버렸습니다. 자기는 티브로드로부터 기존업체 직원들 고용을 승계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며 직원들에 대한 아무런 의무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업체 사장이 바뀌더라도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일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노조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해고를 당한 것입니다. 조합원만 모두 쫓겨나고 조합에 가입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은 재고용 됐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티브로드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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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일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

해고된 노동자들이 165일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가만있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6월 7일에는 해고자 두 명이 한강대교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가진 자의 편인가요? 아무리 억울하다 외쳐도 들어주질 않아서 이렇게라도 하면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티브로드는 각종 못된 짓으로 노동자를 괴롭히고, 고객을 돈으로만 보고, 노동자를 벌레처럼 생각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땅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구의역 사고를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났습니다.

가진 자만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보란 듯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해고된 우리 동료들이 하루빨리 복직되어 소중한 일터와 가정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필자소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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