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우파 부상, 남의 일 아니다
    [서평]「극우의 새로운 얼굴들」(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6년 07월 02일 11: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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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에 대한 증오와 테러, 군부의 삼엄한 독재와 고문. 양민에 대한 학살과 테러, 빨갱이 사냥에 혈안이 된 극우 메카시즘의 준동…. 고전적 의미에서 흔히 생각해볼 수 있는 극우의 모습들이다. 그러나 요즘의 극우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봄날의 햇볕처럼 따스하고, 가을날의 하늬바람처럼 시원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서구식 자본주의, 아니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식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에 완승함으로써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유일사상으로 지구촌을 물들이면서, 이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된 계층의 절망과 분노에 편승한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부드럽고 감미롭게, 그리고 때로는 폭력과 피를 뿌리면서….

    극우의 출발은 ‘타인’(他人)에 대한 증오다. 나와 동류가 아니면서, 내 공동체에 무임승차하여 나의 삶을 갉아먹는 존재가 바로 그 ‘타인’인 셈이다. 유럽 극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공동체로부터의 박탈감이 증오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점이다.

    지.엠,타마스에 따르면 헝가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과 비참함은 오르반 정부의 실정과 경제위기 때문은 아니다. 민주주의공화국과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조금 더 공정한 사회질서를 구축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바가 크다. 자본에 대한 감세와 국제무역의 자유화,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실질임금과 일자리는 현기증이 날 만큼 감소해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헝가리 유권자들의 관심은 우파 정치세력의 인기영합식 정책에 집중된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대표적 모델로 꼽혀온 노르웨이에서 극우 젊은이 브레이비크가 어린 학생 69명을 살해한 이유도 여전히 석연찮지만 세계화의 그늘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매우 높고(70%), 복지국가 모델을 잘 지켜나가고 있지만, 노르웨이의 일부 국민들은 브레이비크처럼 관대한 이민정책으로 인해 유럽의 문화와 정체성이 상실되고, 자신들이 이룩해낸 국가의 부를 이민자들이 뺏어간다고 여긴다.

    극우의 새로운 얼굴

    국민을 양분하는 극우국가의 전형이라면 이스라엘을 빼놓을 수 없다. 요시 구르비치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비유대인들은 탄압과 차별로 고통 받고 있지만, 극우파의 ‘유대인 우월주의’를 지지하는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묵과한다.

    최근 우파의 네타냐후 총리는 5만5000명의 망명 신청자를 ‘국가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집트 국경을 따라 벽을 세우고 재판 없이 최장 3년 동안 난민을 수용소에 구금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를 불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구금기간을 최대 1년으로 줄이는 것으로 반응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은 이스라엘 정부의 뒤틀린 정책에 지지를 보낸다.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세계화, 민족국가, 유럽, 보호주의, 복지국가, 공공서비스, 대미관계 등과 관련해 다양한 입장 차를 보이는 각국의 극우파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분모는 ‘이슬람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 같지 않은 당위다.

    그리스의 네오나치당인 황금새벽당은 경제위기 이전에는 일회적인 현상으로 치부되었지만 이제는 의회에 진출했고, 앞으로 더욱더 세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금새벽당은 니코스 미카롤리아코스의 주도로 1980년 결성되어 미미한 세력을 보이다가, 경제위기를 겪던 2012년 5월 6일 선거에서 6.9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총 300석중에 18석을 차지하며 의회에 진출했다. 황금새벽당의 당원들은 거의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외국인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 경찰고위층 및 권력층과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이슬람 우파에 대해 미국 등 서구의 시선이 둔감한 것은 의외의 일이다. 이슬람 파시즘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하지만 이슬람주의에 파쇼적인 성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4개의 무슬림 국가는 파쇼적 성격이 다분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모두 미국 편에 서 있으며, 따라서 미국의 비판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에 더해 사우디 왕가는 근본주의, 종교적 몽매주의, 급진 이슬람조직 지원, 과도한 외국인 차별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눈에는 여전히 신성하다.

    ‘이슬람 파시스트’라고 비난받는 아프간의 네오 탈레반을 생각하면 미국의 위선은 가히 놀랍다. 80년대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국은 탈레반을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들과 동일한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찬양한 게 미국이지 않았던가? 오히려 무슬림의 폭력성고 비윤리성을 강조하는 미국은 극우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럼 각국의 극우 정당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브뤼셀 정치사회정보연구소의 세르주 고바에르트 소장에 따르면, 벨기에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지방,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 있는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방을 먹여 살리기 위해 멀리 있는 수도가 자신들의 피를 팔아먹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극우의 최종 목표는 여느 정당처럼 정권의 쟁취다. 따라서 정통 좌파나 우파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들의 정체성을 비판하고 좌파 내지 우파의 이념을 수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따금씩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다.

    “자유주의 신학의 성령(聖靈)은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이것이 이기적인 개인행동의 총합에서 과학, 더 나아가 자연 질서에 더 적합한 집단적 행복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펜이 쓴 책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가톨릭 전통사회의 성삼위일체 이론 뿐 아니라 전통적 우파에게도 신성모독이 아닐 수 없다.

    르펜은 세계화한 국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 뿐인 ‘급진적 자유주의’를 맹렬히 비난하며 이 ‘새로운 귀족정’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가 보기에 제도권 좌파와 우파 모두 과두지배 체제의 이익에 봉사하는 급진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세계화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우의 새로운 변신인 셈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녀의 국민전선이 정권 쟁취에 얼마나 몰두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극우의 침투가 부드럽게 진행되는 것은 이들이 문화를 파고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매개하는 것이 무엇이건 간에, 문화적 준거 없이는, 그리고 집단 상상력을 동원하는 일 없이는 어떤 일도 가능하지 않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칠레나 군사 독재 체제의 브라질에서는 축구나 TV가 이데올로기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일본에서는 인기 만화 장르를 빌린 극우 사상들이 대중들을 움직여 왔고, 유럽에서는 음악이나 스포츠를 통해서 극우 사상들이 나타나는 게 요즘의 현상이다.

    극우화의 지구적 경향은 한국에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이 극우화를 띠면서 극우 성향을 띤 국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쩌면 유권자들의 극우화 현상이 극우정치를 불러들이는 측면도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이명박 정권 이후 극우 성향 단체들의 폭력적인 언행이 증가했고, 박근혜 정권하에서도 극우 단체들의 폭행과 위협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평론가 김민하는 극우 담론의 확산과 관련해, 사민주의의 위기가 유럽 극우 발행의 모태가 됐듯이, 국내 넷 우익 현상도 한국 진보정치의 실패에서 기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밖에도 이번 책에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쟁점인 일베 문제(김수진, 윤보라)를 비롯해, 빨갱이 낙인찍기의 기원(김득중), 극우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문제(김진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정치사회학적 의미(이동기), 보수다운 보수의 부재 이유(서해성), 그리고 진화하는 한국의 보수주의(이택광) 등 한국 필자들의 글들도 함께 실어 지구적 관점에서 한국 보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시도했다.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안철수 현상’ 한국 보수의 분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며, “보수는 과거에 안정적이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분열되어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해, 다양한 보수주의자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에 담긴 내용은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지구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불고 있는 세계화의 역풍이 극우라는 정치세력의 탄생을 가져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미덕은 세계 각국의 극우 현상을 일시적인 사건으로 기록하지 않고, 그 현상의 본질을 깊이 판독하려 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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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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