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천여년에 걸친 아빠들의 걱정
    [메모리딩의 힘-6]부모라도 게임과 놀이에서는 전혀 다른 존재
        2012년 08월 02일 1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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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들이 아이를 바꿔서 가르친 까닭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육아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성현들의 문집을 읽어도 아이의 교육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친히 자식을 가르치지 않고 교자(交子)라는 독특한 육아를 했는데, 이 전통은 <맹자>(孟子)라는 책에 보인다.

    중국에 있는 맹자의 상

    맹자는(孟子, 기원전 372년?~기원전 289년?)는 공자의 사상을 이어 발전시킨 유학자인데, 중국을 돌아다니며 유교의 사상인 왕도 정치(인(仁)과 의(義)를 기반으로 한 유교의 이상정치)를 설파하다가 여의치 않자 만년에 같은 이름의 책 <맹자>를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맹자가 저술된 것은 맹자의 생애 말년부터 사후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에 의해서 수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으로부터 2,400년 정도 전에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육아에 대한 고민이 2천여 년 전부터 깊이 있게 다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육아의 고민이 담겨 있는 구절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공손추(맹자의 제자)가 물었다. “‘군자는 자기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하던데 무슨 뜻인가요?”
    맹자가 말했다.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정도로 해야 하는데, 정도로 해서 실행이 되지 않으면 화를 내게 된다. 화를 내면 도리어 마음을 다치게 된다.
    아이는 ‘아버지가 나를 정도로 가르친다고 하지만, 아버지도 때로는 바르게 실천하지 못할 때가 있는걸 뭐.’ 하면서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 헐뜯거나 마음이 상하게 된다. 이것은 무척 안 좋은 일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자식을 바꿔서 가르쳤는데,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책망하지 않았다. 책망을 하게 된다면 서로 멀어지고, 서로 멀어지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 맹자, 이루 상 18장

    연애를 통해 결혼에 골인한 부부가 있다고 하자. 연애할 때는 그렇게 예뻐 보였던 배우자가 결혼을 하고 나니 그렇게 싫어 보일 수가 없다.

    왜 그럴까? 연애할 때와는 달리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좋은 모습 안 좋은 모습을 모두 보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알고 보니 구두쇠였다거나, 꼼꼼한 사람이 알고 보니 결벽증이 있다거나, 자유분방한 사람이 알고 보니 자기 관리와 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연애할 때는 정보의 일부만 서로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좋은 점만 보게 되지만, 결혼해 같이 살면서 정보의 나머지 부분을 다 보면 자연스럽게 싫은 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마음이 상한다. 만약 부부가 서로 떨어져 있거나 주말부부로 살아간다면 상대방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기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은 정보의 노출, 그리고 정보의 차단과 관련이 있다. 2천여 년 전의 부모들은 바로 이 점을 고민했다.

    남의 아이는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 없는데, 우리 자식은 왠지 못나 보이고 답답하고 걱정이 앞서는 것도 아이에 대한 단점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이가 부모님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너무 많이 안다는 것이 소통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부모와 자식이 꼭 이와 같다.

    부모님들께 강의를 하거나 일대일 첨삭을 할 때 아이가 글을 쓴 것만 보고 어떻게 아이의 성격과 특징을 정확하게 집어내느냐고 질문하시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엄마이므로, 엄마가 대개 아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나는 오히려 아이와 일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엄마가 못 본 것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가 쓴 글 등 한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엄마보다 아이의 글에 더 귀를 기울이고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엄마가 못 잡을 것을 잡을 때가 많은 것이다.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모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자식을 바꿔서 교육시킨 까닭은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친구인 스승님에게 정해진 시간에만 가르침을 받고 생활을 함께 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가르침만 받게 된다.

    이것은 부모에게도 무척 효과가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예로 들면서 자식에게 이야기하면 자식이 많은 정보의 양으로 인해서 자식이 부모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2천여 년 전에 아버지들이 했던 육아 고민을 이야기한 까닭은 지금의 부모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 이해하고 재미있게 활동하면서 배울 수 있는 방식은 바로 ‘놀이’다.

    놀이의 신비한 힘

    사람이 태어나면 오랜 시간 동안 생리 작용(먹고, 자고, 배설하고)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놀이를 하며 보낸다. 삶 자체가 놀이인 시간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도 대부분의 시간은 놀이를 한다.

    놀이는 아이들의 언어이고, 숨쉬기와 같다. 아직 언어능력이 발달되지 않은 6~9세 아동들은 주로 놀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즉 부모는 적절한 놀이대화를 통해 아이의 심리와 생각, 감정을 읽어내고 어루만져줄 수 있다.

    놀이가 아동의 인지적, 육체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기여하기 때문에 특히 두뇌발달에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아이는 놀이를 하면서 상상력, 손재간, 그리고 육체적, 인지적, 감성적 능력을 키우고 개발할 뿐 아니라 창의력도 개발할 수 있다.

    놀이는 이런 효과 이외에도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놀이를 좋아하고, 심한 경우 놀이에 빠져드는 것도 바로 이런 신비한 힘 때문이다. 놀이는 정해진 룰에 따라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이다. 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서로 소통하고 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선 밖으로 볼이 넘어가면 공을 상대편에게 준다. 농구를 할 때도 룰을 어기거나 선 밖으로 공을 내보내면 상대편으로 공을 준다. 이것은 게임이 가지고 있는 룰이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친구가 자신의 볼이 선 밖으로 넘어갔는데 볼을 양보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면 어떻게 될까? 놀이에서 배제될 것이다. 아무리 힘센 아이라도 룰을 어기는 일은 감히 하지 못한다.

    놀이,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방법

    요새 부모들의 큰 걱정은 바로 게임과 스마트폰이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서 하루 종일 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에 빠져서 공부도 안 한다고 성화다. 이런 부모님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 중 하나는 게임에 대해 지레 겁을 먹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배척하기 때문에 아이와 갈등은 더욱 심해진다.

    독서놀이는 실제 게임에 빠졌던 경험과 부모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제 해봤던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일종의 언어와 같다. 부모님이 놀이라는 형식을 익힐 수 있다면 아이와 훨씬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대개 ‘읽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책을 ‘꼭 읽어야 할 것’으로만 봐야 할까? 책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예컨대 게임 아이템을 이용해서 반의 수학시험을 끌어올린 지혜로운 선생님의 방법을 살펴보자.

    선생님 : 얘들아, 너희가 게임을 잘 하기 위해 아이템을 모으지? 수학의 단위도 아이템을 모아야 더 큰 단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단다. 너희는 ㎡는 잘 알 거야. 그런데 다음 레벨인 a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 아이템 100개를 모아야 해. a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 아이템 몇 개를 모아야 한다고?
    아이들 : 100개요.
    선생님 : 좋아. 다음에 a에서 그 다음 단계인 ㏊로 올라가기 위해서 또 아이템 100개를 모아야 해. 이해되니?
    아이들 : 네.
    선생님 : 몇 개라고?
    아이들 : 또 100개요.
    선생님 : 그래서 1a=100㎡ 이렇게 쓸 수 있어. 그러면 2a=( )㎡에서 ( ) 안에 들어갈 아이템의 개수는?
    아이들 : 200개요.
    선생님 : 좋아. 이번에는 좀 어려우니까 잘 생각해야 해. 그럼 ㎡에서 ㏊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개의 아이템을 모아야 할까? 200개일까? 10,000개일까?
    아이들 : 10,000개요.
     – 『엄마가 함께 하는 독서치료』(푸른책들, 2009)

     놀이를 하는 동안 전혀 새로운 사람이 된다

    앞서 소개했던 2천여 년 전의 육아와 놀이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비록 상대가 부모님이라고 하더라도 놀이를 할 때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엄마 아빠가 아니라 팀원으로서 가족을 대한다. 놀이와 게임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해야 하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팀원은 애착을 갖게 된다.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 이해를 하게 된다. 특히 놀이의 과정 속에서 평소에 자신의 걱정이나 고민, 생각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앞서 조상들은 자식을 바꿔 가르치면서 ‘정보의 차단’ 효과를 봤는데, 아이와 놀이를 하는 부모는 일종의 ‘전혀 다른 정보’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교자(交子)의 경우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놀이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인 탐구를 할 수 있다.

    독서놀이를 함께 했던 부모들은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아이의 잠재력과 능력을 볼 수 있었고, 아이가 평소에 하던 고민들을 더욱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모가 조금만 뒷받침을 해주면 어느새 놀이를 주도하며 숨겨졌던 역량을 마음껏 뽐내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런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놀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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