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와 에너지 전환
    [에정칼럼] 에너지시스템의 '탈출' 아닌 '전환'으로
        2016년 06월 29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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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렉시트가 영국과 유럽연합 나아가 전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에너지 분야에도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시스템이 통합되고 있는 유럽연합의 흐름에 부정적인 예측이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 유럽 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영국은 유럽 국가들로부터 가스는 물론 전력을 수입하고 있으며, 해상풍력 등 인근 나라와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탓에 브렉시트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에너지 판도에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연합의 에너지와 환경규제에서 자유롭게 되겠지만, 영국의 정치지형의 변화나 북해유전이 있는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같은 내부 변수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에너지 시장이나 에너지 안보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영국 에너지 시스템의 미래도 궁금해진다. 202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으며, 핵발전을 기저발전원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재생가능 전력이 석탄화력 발전량을 초과할 정도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례에 영국은 빠지지 않는다. 지역 공동체 에너지 프로젝트, 에너지 협동조합, 지역에너지공사 등 다양한 형태가 이런 사례로 언급된다. 대부분 기업과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시민을 우선하는 이런 대안적 모델들은 공적이거나 사회적으로 소유․운영․관리되는 경향을 보인다.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를 거부하고, 국가와 기업과 일정한 수준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권력을 스스로 행사한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영국의 에너지 전환

    1980년대부터 영국의 에너지 산업 전반은 민영화로 흘러갔는데, 2000년대 한국 정부가 추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영국 에너지 시스템의 공적 소유: 편익, 비용과 과정>(2016.4)을 작성한 국제 공공노련 연구소(PSIRU)의 데이비드 홀(David Hall)과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주창하는 단체 <우리가 소유한다(We Own it)>는 영국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의 폐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2000년 이후로 가스와 전력의 실질가격은 각각 13%와 67% 증가했다. 에너지가 공적으로 소유되었더라면 각 가정은 에너지 요금을 연간 158파운드를 절약했을 것이다. 민영화로 인해 전기요금은 10~20% 높아졌을 것이다. 10% 넘는 가정이 연료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빅 식스(Big Six)로 불리는 여섯 개의 독과점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낮은 편인데, 32%의 시민들만이 에너지 산업을 신뢰한다. 68%의 시민들은 에너지 기업들이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은 5.1%에 그칠 정도로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는 뒤쳐져 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민영화는 실패하였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대안은 무엇은 무엇일까. 먼저 구체적인 경험에서 찾아보자. 노팅엄의 로빈후드 에너지(Robin Hood)와 브리스톨의 브리스톨 에너지(Bristol Energy)라는 일종의 지역에너지공사를 예로 든다. 런던에서도 이와 유사한 에너지 전환 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관련 정책이 검토되고 있다. 에너지 협동조합들 역시 지역사회와과 사회적경제와 함께 전환 실험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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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에너지 전환 실험들. 자료: IPPR. City Energy. 2014. p. 7

    도시와 지역 수준에서의 에너지 전환 운동이 성공하고 있더라도, 국가 전체의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성공 사례를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지만, 전환 실험의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정부 에너지 협력체(Local Authority Energy Collaboration)는 에너지 서비스의 지역화, 탈탄소화, 연료 빈곤 해결을 위해 공동 행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 같은 조직들은 더 많은 도시들이 에너지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략적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특히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위한 전략적 사고를 통해 곳곳의 전환 운동들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홀은 ‘공적 소유’를 위한 영국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경로를 제안한다. 현재 시스템의 발전, 송전, 배전, 판매, 규제 영역의 상황을 파악하고, 다양한 공적 소유 방식들을 검토하여 새로운 시스템의 미래를 전망한다. 바람직한 에너지 시스템을 추구하는 과정과 그 구체적인 형태를 상상한다는 것은 에너지 전환 전략을 기획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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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에너지: 공적 소유를 위한 계획. 자료: David Hall(2016) 토대로 We Own it 작성

    한국의 에너지 산업 구조조정

    지난 6월 14일, 정부는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공공기관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성과연봉제에 묻힌 감이 없지 않지만, 발표 전후로 뒷말이 많았고 앞말은 훨씬 무성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분야 공기업․공공기관 구조조정안을 두고 제기되는 쟁점 중 하나가 경쟁체제와 ‘민영화’ 도입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안전의 ‘외주화’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세부 추진계획이 하반기에 결정된다고 하지만, 주요 목적과 방향은 이미 결정된 셈이다.

    국내의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그리고 몇몇 지자체가 에너지 전환 흐름에 나서고 있지만, 주로 국가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 없이 자신만의 영토에서 활약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노동조합은 에너지 전환에 일관된 입장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방어하는 선에서 에너지 공공성 담론에 기대고 있다. 영국과 한국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유의할 부분이 있지만, 영국의 전환 경로 탐색과 같은 시도는 우리가 창조적으로 적용해볼 만하다.

    이제라도 정부가 다시 꺼내든 에너지 산업 구조개편 국면에 대처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자. 수동적인 대응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호응을 얻기도 어렵다. 우리의 에너지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을 우리가 던지고, 해답도 우리가 찾아야 한다. 에너지 시스템으로부터의 ‘탈출’은 허구이다. 에너지 시스템 내부에서의 ‘전환’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과제이다.

    참고 자료

    http://www.world-psi.org/sites/default/files/documents/research/2016-04-e-uk-public.pdf
    https://weownit.org.uk/evidence/why-we-need-public-ownership-energy
    http://www.apse.org.uk/apse/index.cfm/local-authority-energy-collaboration/about/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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