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과 오클랜드,
    불공평한 게임에 서다. 하지만...
    [야구좋아] 히어로즈와 오클랜드의 가을야구에 건투를 빌며
        2013년 09월 27일 03:4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모든 스포츠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그 승패를 가리는 것은 실력이다. 실력 있는 조각들을 모아 승리하는 것은 바로 스포츠. 프로 스포츠에서 그런 조각, 선수들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트레이드와 FA영입 밖에는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리그는 트레이드가 그리 활발하지 못하고, 결국 남은 것은 FA영입, 곧 쩐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팀 자금이 부유한 구단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반대로 가난한 구단이 내밀 패는 없다. 그만큼 가진 팀은 그들이 승리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고, 가난한 팀은 남들이 전력 강화를 할 때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범된 프로야구에서 빈부격차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냉혹한 세계에서 꿈꾸는 팀들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로 한국 프로야구의 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살아남기 위한 자생적인 움직임들을 보여줘왔다.

    히어로의 지갑은 비었지만 시즌은 계속된다

    히어로즈는 침몰하는 현대 유니콘즈를 인수했다. 여타의 구단처럼 대기업을 모그룹으로 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인수 첫 해 노장선수들을 포함한 많은 선수들이 정리대상자로 삼았다. 다른 팀들은 성적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 히어로즈는 구단 재정에 대한 기사가 더 많았다.

    장원삼 트레이드로 시작된 현금 트레이드는 엄청난 파문을 던졌다. 많은 준척급 선수들이 타 팀으로 트레이드 되었고, 공공연히 뒷돈이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트레이드로 온 선수들은 떠난 선수에 비해 무게감이 약했다. 그렇게 팬들은 ‘기껏 유니폼에 마킹 해봤자 내일이면 다른 팀으로 간다’며 체념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그랬던 넥센 히어로즈가 몇 해를 지나 지금 가을야구의 7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사실상 작년부터 이런 움직임들은 있었다. 히어로즈 고위 관계자들이 “지금 감독으로는 4강 싸움을 하기 어렵다. 7월부터 움직여야 한다”며, 가을 야구에 대한 열망을 지도부에 밝혔다. 김시진 감독은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고, 결국 롯데 유니폼을 새로 입었다.

    오클랜드가 말하는 돈의 가치

    사실 오클랜드는 처음부터 가난한 팀은 아니었다. 그러나 팀에 아낌없이 투자하던 월터 A. 하스 구단주가 세상을 떠난 뒤 새 구단주들은 놀랄 정도로 돈을 아꼈다. 가난한 팀의 대명사로 변한 오클랜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외부 영입은 커녕 FA로 떠나는 선수를 잡을 여력도 없었고, 주어진 자원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머니볼

    머니볼2

    ▲ 오클랜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 ‘머니볼’의 장면들

    거기에서 나온 것이 바로 <머니볼>이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것에서 가치있는 것을 찾아내서 저가로 고효율을 이루는 것. 단순히 타율이나 도루에 집착하지 않고 출루율 등 주목하지 않은 가치를 토대로 팀을 재구성 했고, 결국 약팀에서 벗어났다.

    올 해 정규타석을 채운 오클랜드의 타자 중 3할을 넘은 선수는 단 한 명 뿐이다. 그것도 한 게임 부진하면 2할대로 떨어질 3할 7리. 30홈런을 넘긴 선수도 없다. 장기계약한 선발투수는 단 한 명 뿐이고 그마저도 매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나머지는 죄다 신예급 투수들 뿐이다. 같은 지구 팀들은 앨버트 푸홀스나 조쉬 해밀턴 등 내노라 하는 고액 선수들이 즐비하고, 그들보다 연봉이 적은 팀은 휴스턴 뿐이다. 휴스턴은 지구 꼴찌다.

    그러나 오클랜드는 강자다. 올 시즌 다시 한 번 아메리칸리그 서구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작년처럼 시즌 마지막까지 혼전을 거듭한 것도 아닌 안정적인 우승. 이제 오클랜드 에이스는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우려 속에 디비전 시리즈를 치르게 된다. 최근 오클랜드의 우승 적기는 제이슨 지암비와 에릭 차베스로 상징되던 강력한 타선. 마크 멀더-배리 지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팀 허드슨(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이 세 명의 투수 3인방이 버텼던 2000년대 초반이었다.

    두 팀의 가을, 어떤 모습일까.

    히어로즈는 아직 가을야구 경험이 없다. 물론 투타를 이끌 베테랑이 존재하지만 선수단 전체적으로 어리고 큰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작년 시즌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았던 나이트와 최강의 마무리 손승락을 중심으로 어느 팀이던 대적할 수 있다는 평가를 사실 히어로즈는 받아왔다. 염경엽 감독의 수싸움도 분명 타팀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올 시즌 히어로즈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궁금하다.

    작년 오클랜드는 일정의 불리함과 저스틴 벌렌더라는 강력한 에이스 앞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올 해 역시 디트로이트와 대결하게 된다. 아메리키란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맥스 슈어저가 올 해는 오클랜드 타도 1순위 대상으로 지목된다.

    현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은 가난했던 쌍방울 감독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돈 앞에서 굴복한다면 그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상대 선수들의 몸 값을 바라보면서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는지, 우리가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 히어로즈와 오클랜드 에이스의 가을 야구에 건투를 빈다.

    필자소개
    '야구좋아' 필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