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파 자유주의자'의 자본 비평
    By 나난
        2010년 08월 27일 10: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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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자본주의에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부적절한 일인지도 모른다. 가장 경제적인, 가장 효율적인 것이 가장 자본주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자본주의에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인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대중철학자 콩트-스퐁빌의 적나라한 자본주의 비평서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아드레 콩트-스퐁빌, 생각의 나무, 18,000원)가 출간되었다. 콩트-스퐁빌은 하나의 거대한 운명인 자본주의를 비평하는 독특하고 새로운 시선을 갖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저자는 파리고등사범학교를 나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금까지 집필과 대중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그의 스승인 알튀세르와 “친구”라고 말할 만큼 가깝고 친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주로 무신론적 입장에서 현대사회를 행복하게 살아가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려 했다.

    자본주의와 윤리성은 무관

    콩트-스퐁빌은 만약 ‘윤리적인’과 ‘비윤리적인’이라는 두 수식어에서 ‘자본주의’라는 말과 어울릴 말을 하나 선택해야 한다면, ‘비윤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더 적합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본주의는-완전하게, 근본적으로, 결정적으로-윤리와 관련성이 없다”고 결론짓는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는 윤리적이지도 비윤리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만일 굳이 수식어를 붙여 표현한다면, 비윤리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그 대신 개인인 우리가 윤리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인정하지만 모든 것을 시장으로 환원시키는 것엔 반대한다.

    자신을 기꺼이 ‘좌파적 자유주의자’로 정의하는 콩트-스퐁빌은 시장의 맹신에 대한 경계나 대안적 의제들을 결코 저버리지 않으면서, 좌파가 내걸었던 이상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이어갈 부분에 대해 적시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를 둘러싼 자본주의적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자고 말한다. 그는 매우 날카로운 분석과 풍성한 사례, 그리고 적절한 위트로서 아주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자신의 논지를 전해준다.

    그가 또한 헛된 기대나 환상을 넘어서야만 오히려 더 나은 세상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장중한 지적 전통을 기반으로 현상을 풀어내는 콩트-스퐁빌의 논리 전개는 기발하면서도 따끔하다.

                                                      * * *

    저자소개 – 앙드레 콩트-스퐁빌(AndreComte-Sponville)

    파리고등사범학교 출신으로 철학교사 자격을 얻은 이후 파리 Ⅰ대학에서 부교수로 재직하였다. 2003년부터는 대학을 떠나 지금까지 집필과 대중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여러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프랑스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명망과 권위를 자랑하는《국제철학지Revue International de Philosophie》의 몽테뉴·파스칼·알랭 특집호에서 편집책임을 맡기도 하였다.

    2008년부터는 프랑스의 국가윤리자문위원회(C.C.N.E)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책『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를 비롯해『절망과 천복에 대한 논증』『현대인의 예지』『철학 사전』 등 20여 권의 저서를 썼으며, 이 저서들은 모두 24개 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스스로를 유물론자, 무신론자, 이성주의자, 인문주의자라고 언급하지만, 그의 철학에는 개인의 영성적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에서는 개인의 그러한 영성적 측면이 ‘가치의 차원’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있다.

    역자 – 이현웅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출판기획자이자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느와르』『어느 인질에게 보내는 편지』『혁명의 한가운데로의 여행』『미래의 짧은 역사』(근간)가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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