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지는 부동산 불패 신화
        2010년 07월 31일 08: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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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표지.

    최근 한국 사회는 부동산 침체의 홍역을 앓고 있다. 게다가 기준 금리의 인상으로, 빚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 맡길 뿐이라지만, 실상은 부동산 침체를 막기 위해 개입할 경우 참여정부를 몰락시켰던 부동산 투기 광풍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부의 독배였다. 한국 사람들의 뿌리 깊은 믿음인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깨고 경제를 바로잡으려면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역대 모든 정부가 알고 있었다.

    또한 부동산 투기의 광풍을 잡기 위해서는 ‘토지 보유세’를 높이고 그렇게 거두어들인 세수로 다른 조세를 감면하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도 역대 정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부도 그것을 감히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이었다.

    참여정부를 이은 이명박 정부는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코드를 따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1년 만에 모조리 폐기해버렸다. 예를 들면 거래규제, 대출규제, 가격규제, 재건축규제 등 모든 부동산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완화했고, 그린벨트 내 공급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더불어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위기감에 빠진 사람들과 건설 기업이 아우성쳐도, 이명박 정부는 침체를 막기 위해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개입할 경우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면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참여정부가 만들어놓은 모든 규제 장치를 이미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의 종말』(시대의창, 1만5,000원)의 저자 전강수는 역대 정부마다 골칫거리였던 부동산 투기를 막는 길은 토지 보유세를 높이는 길뿐이라고 주장한다. 보유세로 인해 세수가 늘어난 만큼 다른 조세를 감면해주면, 가격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을 기대하고 남겨두었던 ‘노는 땅’이 사라지고 토지 이용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면 기업이나 개인이 경제 활동에 매진할 수밖에 없으므로 국가 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보유세를 높이는데 가장 큰 문제는 편하게 불로소득을 누려온 기득권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언론의 공세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저자는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경기 하락으로 지난 10여 년을 잃어버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부동산 투기의 광풍을 넘어 힘써 일한 사람이 대접을 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먼저 기회를 균등하게 한 후에 자유방임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주의 경제사상’이라고 주장해 온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에 이론의 뿌리를 두고 있다. 헨리 조지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경제적 불의로 여기며, 토지사유제를 인정하면서 기회 균등을 이루기 위해 ‘토지보유세 강화-다른 세금 감면’이라는 세제개혁을 주창한다.

    스스로를 진정한 시장주의자라고 말하는 『부동산 투기의 종말』의 저자는 이러한 헨리 조지의 사상을 바탕으로, 기회의 균등이라는 전제 조건을 구비한다면 자유주의 경제사상이 정의(공평)와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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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전강수

    부동산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토지 정의를 위해 운동하는 시민운동가다.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출간한 책으로는 『위기의 부동산: 시장 만능주의를 넘어서』, 『부동산 신화는 없다: 투기 잡는 세금 종합부동산세』, 『헨리 조지: 100년 만에 다시 보다』, 『토지를 중심으로 본 경제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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