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
    유엔 총회 계기로 재가동
    트럼프, 2차 북미회담 공식화···문재인 “북 노력에 국제사회 화답해야”
        2018년 09월 27일 03:1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미 두 정상의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과 한미정상회담이 이어진 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트럼프, 김정은에 대한 평가 완전히 바뀌어
    “로켓맨” “미치광이”에서, 이제는 “김정은 감사”로 반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도 공식화…중간선거 이후인 11월 개최에 무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처들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여기 있는 많은 나라들의 지지 속에 충돌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나는 싱가포르에 가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우리는 매우 생산적인 대화와 만남을 가졌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두 나라 모두의 이익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호의적 평가 등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총회 연설은 지난해 9월 열린 총회 때와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북한에 대해선 “완전히 파괴”를 언급했었다. 연설 후에도 그는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비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머지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 “곧 발표가 될 것이고 장소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면서 “김 위원장의 협상 타결에 대한 큰 열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고, 김 위원장과 북한 주민은 잠재력이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은 오는 11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6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차 회담은) 10월에 열릴 수 있지만 그 후 언제쯤이 더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11월 6일 미국의 중간선거 시점을 기준으로 회담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한반도 문제가 국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11월 개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북미정상회담, 11월 미 중간선거 후 가능성 높아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7일 오전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회담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에 달렸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중간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서둘러서 10월 중에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도 “국내 선거는 국내 이슈가 지배하기 때문에 이것이 별개라고 판단하면 11월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은 곧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미국의 중간 선거에 북핵 문제, 한반도 문제가 크게 우선순위가 있지 않다. 이때까지 그래본 적도 없다”며 “트럼프가 돼서 이것이 상당 부분 우선순위가 앞서간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문제 때문에 (선거의) 승패가 갈리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6일 이전에 북미 정상 회담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희망하는 스케줄”이라며 “(트럼프가 미 주류 언론으로부터) 1차 회담 이후에 성과가 없다는 공격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2차 정상 회담만큼은 폼페이오의 방북이라든가 향후 어떤 협의를 거쳐서 상당 부분 성과를 가지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오히려 11월 이후에, 중간 선거 이후에 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생각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오늘 아침에 ‘비핵화 타결이 2년, 3년 걸려도 문제가 있지 않고 또 상당 부분 또 시간표 설정을 안 하겠다’고 했던 측면을 봐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북한의 노력에 국제사회가 화답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불신을 나타내는 미국 보수층을 비롯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설득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25일 미국 보수매체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취해야 되는 조치들은 핵실험장, 미사일실험장, 영변의 핵기지를 폐기하는 것이고 만들어진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다. 이른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그에 반해) 미국과 한국이 취하는 군사훈련 중단 같은 것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 설령 (북한) 제재를 완화해도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은 오랜 고립에서 스스로 벗어나 다시 세계 앞에 섰다. 북한은 (평화를 선택하라는) 우리의 바람과 요구에 화답했다”며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주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불신을 받는 북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신뢰를 보장하는 한편, 북의 비핵화 행동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우회적 압박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과 약속 했던 조처에 대해 이행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길을 열어준다면, 북한이 평화와 번영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한국은 북한을 그 길로 이끌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어려운 일이 따를지라도 남·북·미는 정상들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걸음씩 평화에 다가갈 것”이라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길,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에 여러분 모두, 언제나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외교협회(CFR) 등이 공동주최한 외교 전문가와 여론주도층 상대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질문이 나오자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전격 공격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을 할 텐데 그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외교협회(CFR) 등의 간담회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미국외교협회는 미국의 외교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주류 외교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단체다.

    김동석 미국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는 2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미국외교협회는) 오래도록 미국의 외교 관련 정책에 대한 오피니언을 리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이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제까지 (한국 정상은 외교협회와의 간담회에서) 미국이 세워놓은 정책에 한국이 어떻게 맞출 건가라는 걸 브리핑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세계적인 뉴스를 문재인 대통령이 끌고 갔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의제에 무게를 두며 신뢰 확보에 나선 것과 관련해, 정동영 대표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속임수를 쓴다고 보는 것은 너무 무리한 회의론”이라고 지적하며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반도인들이 평화를 이렇게 갈망하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회의론에 잠겨있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흔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