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퍼렇게 멍든 하늘을 바라보며
    [기고] 김진숙 복직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들, 제발!
        2020년 12월 17일 09: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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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투쟁이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항암 중임에도 불구하고 절절한 마음으로 복직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죽기 전에 ‘해고자’라는 낙인을 떼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엔 사측이 먼저 교섭을 요청했습니다. 그것도 기업노조는 제외하고 한진지회와의 교섭을 요청한 것도 사측이었습니다. 교섭 중에 한진지회의 최소한의 요구도 긍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입장을 돌변한 것도 사측이었습니다. 한진지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산업은행 측에서 배임 문제를 거론하며 한진지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이유로 교섭이 일방적으로 중단되었습니다.

    교섭 중단의 문제는 환노위 국정감사장에서 반복되었습니다. 산업은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정했습니다. 산업은행과 사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이 계속됐습니다.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소속의 임이자 국회의원이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이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암이 재발병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 복직 투쟁 출근 선전전을 함께 했던 것이 끝내 재발병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재발병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을 규탄했습니다. ‘청와대가 책임져라’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한진지회 노동자들은 영하 10도의 엄동설한에 청와대 앞에서 노숙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비정한 나날입니다.

    서영섭 신부는 부산에서 이어 서울에서도 오체투지를 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이 오체투지에는 영남대의료원 고공에서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성을 했던 박문진 지도위원도 함께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오체투지를 한다고 합니다. 시민사회 단체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해외동포들의 서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희망버스를 기획했던 사람들도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향할 예정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과 쾌유를 바라는 전국 시민들의 선언(2020년 김진숙 복직 2020인 선언)은 5일 만에 4천여 명이 서명하여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해고되었을 때, 10살이었던 심진호 한진지회 지회장은 금속노조 부양지부 문철상 지부장과 함께 무기한 단식농성 23일 차를 보내고 있습니다. 심진호 지회장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단 하루도 함께 일한 적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에도 매일 새벽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는 노동계와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영도조선소에서 퇴직했던 백발의 노동자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영도조선소 앞의 천막 농성장에는 시민사회의 동조 단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시퍼렇게 멍든 하늘을 바라보며 하얀 입김을 불고 김진숙의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도 밥을 굶고 앉아 있는 것도 오체를 얼음 같은 땅에 내려앉아 엎드려 행진하는 것도 오직 하나의 이유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만이 그 이유입니다.

    사진: 통근버스에 내려 영도조선소로 출근하는 조선소 노동자들 모습. 이들은 매각을 앞둔 조선소 노동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피켓을 든 사람들을 지나 조선소 공장 안으로 들어갈까

    사진: 정년 퇴직한 백발의 노동자들이 시퍼렇게 멍든 새벽의 하늘을 바라보며 김진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 : 서영섭 신부는 부산에서 이어 서울에서도 17-18일 여의도 산업은행을 출발해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진행한다.

    사진 : 영도조선소 정문 앞의 천막 농성장에는 김진숙 복직을 위한 동조 단식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 :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김진숙 노동자 원직 복직을 위한 오체투지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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