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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배연일
아카시아 향내처럼
5월 해거름의 실바람처럼
수은등 사이로 흩날리는 꽃보라처럼
일곱 빛깔 선연한 무지개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휘파람새의 결 ...

여름 일기2
- 이해인
사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젊은 벗이여
나는 오늘 달고 맛있는
초록 수박 한 덩이
그대에게 보내며
시원한 여름을 가져 봅니다.
한창 진행중이라는
그대의 첫 사랑도
이 ...

8월의 소망 / 오광수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반가운 8월엔
소나기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얼굴이 되고
만나면 시원한 대화에 흠뻑 젖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으랴? ...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달맞이꽃을 흔들며...

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
은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

봄꽃 피는 날
- 용혜원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

봄날
- 신경림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늙은 소나무 아래서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판다
잔을 들면 소주보다 먼저
벚꽃잎이 날아와 앉고
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처녀들
벌겋게 단 볼을 식히고 있다
벚꽃...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

밤 눈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