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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고 있다. 지난 달포 어간, 먼 산자락은 점점이 박힌 파스텔 톤의 연분홍빛으로 넘실대던 터다. 이제 돋아난 새순이 잎으로 피어나면서 들녘의 색감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

역시 봄은 꽃이다. 산기슭에 점점이 자리를 잡고, 한참 피어오르고 있는 샛노란 복수초를 바라보니 과연 그렇다. 무엇인가 보인다 해서 봄이라 했다지 않는가. 초목이 고스러지고 헐벗어 칙칙한 들녘에 불현듯 나타나는 고운...

“딸랑 딸랑”
등산화에 매달린 방울 소리가 참 청아하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 발길에 맞춰 가지런히 울리니 리듬감이 생기는 듯도 하고, 허공을 가르는 또렷한 소리파장 덕분에 잡생각이 달아나는 것도...

드디어 첫눈이 내린다. 그새도 한두 차례 시답잖게 내리긴 했지만 이번엔 내리는 폼이 제법 쌓일 기세다. 하지만 다 부질없다. 첫눈이 오는 날 어디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지 가뭇하기도 하거니와 설령 그런 약속...

그러고 보니 농한기다. 농한기 기다리는 낙으로 농사짓고, 농한기 없으면 무슨 재미로 농사짓나... 하는 그 농한기 말이다. 처음 겪는 대흉작에 기가 팍 꺾이고, 코가 쑥 빠져 스스로 ‘이 판국에 무슨 얼어 죽을 농한...

‘혹시나’ 하는 기대도 없었고 짐작했던 대로 역대급 흉작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은 칙칙한 빛으로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태초의 공허로 돌아가 텅 비어버린 땅, 거기서 쉼과 희망을 끄집어내던 심성은 메말라 버렸다. ...

가을을 타나 싶었다. 허전한 마음은 주체할 수 없는 고립감에 한없이 타들어가고,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 이따금 발병하곤 하던 그 계절병.
그런데 아닌 모양이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일시에 물폭탄을 퍼부어대는 장마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더니 ‘초강력’ 태풍 바비가 치고 올라온단다. 코로나19가 2주째 급격히 퍼지고 있는 와중이다.
지난번 물난리로 삶의 터전을 ...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 늦도록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세차게 쏟아 붓거나 오늘처럼 종일토록 비가 내린 지가 벌써 열흘 가까이 되었지 싶다. 게다가 앞으로도 일주일 넘게 비가 내리리란 예보...

# 못자리
어우마을 모정 앞 논배미에 마련된 못자리에는 지금 볏모가 쑥쑥 자라고 있다. 모판을 앉힌 지 채 보름이 안 돼 아직은 하얀 부직포에 덮여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줄지어선 비닐하우스처럼 보인다. 사나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