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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 년 전에 쌀을 아주 많이 버린 적이 있다. 20Kg가 조금 넘는 양이었다. 그 쌀은 어머님으로부터 왔다. 손 큰 어머님답게 20Kg 두 포대를 팔아주셨다. 좋은 쌀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신 것과 달리 쌀은 볼품...

2010년 겨울 어느 날 저녁, 반장 할머니가 집으로 찾아와 큰 아이의 취학 통지서를 주고 가셨다. A4를 가로 세로로 한 번씩 접으면 나오는 크기의 종이를 나는 꽤 오래 들여다보았다. 나도 정규교육을 착실히 받았지...

살아있을 때 명태로 불리는 생선은 곱슬머리 내 동생도 아닌데 별명도 아닌 이름이 여러 개다. 잡는 시기나 방법으로도 이름을 달리 부르고 건조 방법으로도 나누어 부른다. 그냥 말리면 북어, 그보다 더 바짝 말리면 먹태...

혼인 후 첫 명절은 추석이었다.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시가에 가서 어머님, 손위 동서와 함께 끝도 없이 일했다. 원래 손이 크신 어머님은 커다란 광주리로 일곱 개 가득 전을 부치고 자식들이 좋아한다며 별별 음식을 만드...

학생식당이 있었는데 음식은 사흘 도리로 그것이 그것인데다 맛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어서 그 밥을 계속 먹다가는 자존감이 무너지겠다는 우려까지 들었다.
그래서 선배들을 따라 학교 근처의 식당들을 하나씩 섭렵해나가기...

둘째 아이가 조사는 빠졌지만 그럭저럭 두 개의 단어를 의미 있게 연결하여 의사 표현을 할 때쯤 나는 조는 것이 일이었다. 젖도 떼고 기저귀도 떼서 그제야 나도 밤잠이란 것을 잘 수 있게 되자 3년 넘게 못 잔 잠이 ...

아침에 눈을 떠서 뒷목이 싸하면 그날은 늦잠을 잔 날이다. 아침 시간은 하루의 다른 때보다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다만 오 분, 십 분이라도 늦게 일어난 날은 콩 뛰듯 팥 뛰듯 해야 한다. 그럴 때 나에게는 달걀이 있...

아주는 아니고 조금만 예전의 일을 이야기하려 한다.
덥고 습한 날이었다. 남편의 오랜 친구는 그 날 아빠가 되었다. 매우 난산이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 역시 출산이 오늘 내일 하던 터라 무서워 못 가겠다...

나는 유부초밥이 좋았고 동생은 돈까스가 좋았다. 달고 짭짤한 유부피 안의 새콤한 밥이 좋았고 곁들이로 주는 아작아작한 나라즈께가 좋았고 대팻밥을 한 번 말아 그 위에 검은 깨를 뿌린 유부초밥을 얹어내는 차림새도 좋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