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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육교사로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조마조마한 날들이 계속되고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잊어버려 당황하는 일이 잦다. 모든 업무가 여전히 몸에 붙지 않...

어렸을 때 어머니가 내게 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같은 학년 선생님 중에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분이 있었는데 꿈에 그 선생님의 반지를 끼어보고는 돌려주지 않았다 했다. 그게 아이 가질 꿈이었을지도 몰라, 어머니...

신행을 떠나며 어머니께 물었다. 내가 잘 살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답했다. 남자 철들자 노망난댄다. 기다리며 지치지 마라. 나는 이것이 그저 위로 삼아 하신 우스개인 줄 알아서 그 후 몇 번이나 이 말을 써먹었다....

추위 아니면 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추위에 유난히 약한 나는 입동 전부터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해 청명쯤 지나야 멈춘다. 사시나무처럼 떨어도 바닥에 불 때는 것은 돈을 태우는 일이니 해만 뜨면 집에 식구들이 다...

2010년 겨울,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집회 도중 자기 몸에 불을 붙였다. 나는 그의 소식을 신문 기사를 통해 알았다. 나는 황아무개라는 그의 이름 옆 괄호 안의 숫자를 오래 들여...

올해 초부터 돈 버는 일을 시작했다. 하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집 근처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는 중이다. 일을 그만두기 전과 동일한 형태의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임에도 15년 경력단절녀의 이력서를 들여다 본 원...

태어나 사람 분간을 하게 된 이후 열두 살이 될 때까지 나에게 대통령은 전두환, 그 한 사람이었다. 텔레비전 채널이 딱 네 개이던 시절, 채널 2번에서 AFKN이 나오고 EBS가 KBS3이던 시절, 9시가 가까워오면...

‘나는 동생이 태어나던 날을 기억한다’고 말하면 조금은 거짓말이다. 모든 것은 아니지만 동생이 태어나던 날 내가 먹었던 음식은 기억한다. 할머니와 함께 병실에 들어서니 엄마가 밥을 먹고 있었다. 지금은 간호사, 그 ...

지난 겨울, 우리 집 베란다를 자주 방문하는 비둘기들과 쌀을 나누어 먹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고 말라가는 게 눈에 보이니 도리가 없었다. 비둘기들은 춘삼월이 되어도 날이 궂으면 어김없이 베란다에 앉아 밥을 내놓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