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교사 10명 중 7명,
    성희롱 등 성폭력 경험
    전교조 여성위, 긴급설문조사 결과
        2016년 06월 16일 11: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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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교사 10명 중 7명이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 유형에는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다수였으며 학교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학부모·주민이 가해자인 경우도 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전문산하기구 ‘참교육연구소’는 지난 달 22일 발생한 ‘학부모, 지역주민에 의한 집단성폭력사건’과 관련해 여교사를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근무하는 여교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으며 응답자는 총 1,758명이다. (복수응답 가능)

    전교조가 분석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직 생활 중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0.7%에 달했다. 반면 ‘피해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한 여교사의 비율은 29.3%에 불과했다.

    캡처

    가해자의 유형으로는 대부분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 발생했다. 특히 학교 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무려 72.9%나 차지했고 동료교사가 6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와 지역주민에 의해 피해 사례와 관련해선,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 등 학교 관련 직책이 있는 학부모·주민의 경우(학부모 11.0%, 주민 4.0%)가 그렇지 않은 경우(학부모 1.8%, 주민 1.1%)보다 가해자인 경우가 많았다.

    가장 응답 비율이 높았던 피해 경험은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로 조사됐다. 피해 경험률은 지역별 차이보다 학교급별 차이가 크다. 상대적으로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의 피해율이 가장 높았다. (초등학교 59.5% > 고등학교 52.4% > 중학교 40.4%)

    피해 경험 형태는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나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과 같은 신체 접촉(31.9%)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키스 등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2.1%)도 있었고, 강간과 강간 미수 등 성폭행 피해율도 0.6%(조사 대상 1,758명 중 10명 응답)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교사들은 성폭력 가해자들의 행동 이유로 36.9%가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35.1%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유흥 문화를 들었고,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의 방조 및 부추김을 가장 큰 이유로 보는 응답도 15.2%에 달했다.

    전교조는 “이 밖에 설문에 대한 서술형 응답이나 현장 교사들의 견해에 따르면 학부모나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의 대상이 여교사인 경우가 많았다”며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교원들도 주변에서 발견된다는 증언을 볼 때 교직사회를 포함해 사회 전반에 대하여 성평등 의식 고양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성차별적 사회 인식 전환 위한 근본 대책 세워야
    ‘학부모·주민 대상 범정부 차원 성교육 내실화 필요’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교육부 등 관련부처는 관사 통폐합, CCTV 설치 등을 검토 중이나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교사들은 이러한 대책에 긍적적인 답변은 적었다.

    사건 이후 교육부 등의 대책들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대해서는 긍정 답변이 90.6%에 이르는 반면, ‘관사 CCTV 설치 등 안전대책 마련(55.0%)’이나 ‘교대, 사대생, 현직 교사에 대한 성범죄 대응 역량 강화(51.3%)’, ‘도서벽지 지역에 신임 여교사 임용 중지(36.7%)’에 대한 긍정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CCTV의무 설치나 도서벽지 지역 신임 여교사 임용 중지 등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특히 도서벽지 지역 신임 여교사 임용중지 대책에 관해 “근시안적”이라고 평가하며 “신규 여교사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도서 벽지 지역으로 떠밀린다면 문제가 있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든 지역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 결과 학교 내 성폭력 예방교육 실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학교장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학부모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8.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모르겠다는 응답도 25.4%나 됐다. 실시하더라도 가정통신문(47.0%) 또는 학부모총회 교육(39.6%)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2개 선택)에 대해선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80.0%). 이어 ‘학부모들에게 영향력이 큰 관리자들의 반성폭력교육 의무화(37.3%)’, ‘도서벽지 근무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28.8%)’, ‘성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내용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23.31%)’ 순으로 응답했다.

    ‘학부모에게 영향력이 큰 관리자들의 반성폭력 교육 의무화’, ‘성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내용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에 대한 답변이 높은 점은 성차별과 성범죄의 토양이 되는 인식과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전교조는 가정통신문이나 학부모 총회를 통한 성폭력 예방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 일반에 대한 성교육은 학교가 짊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범정부적 협력 체제와 구상이 필요하다”며 “전문가를 초청하여 실질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부는 예산 배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활동에 참여하는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에 대해 성평등 의식 고양, 교권 침해 방지, 민주적인 소통 문화 형성과 관련된 학습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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