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마트는 급성장,
    마트 저임금 노동자 현실은 암담
    “최저임금 1만원은 기본 생활 보장 위해 절실”
        2016년 06월 15일 04: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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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만 4964원.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이 최저임금 산정 바탕이 되는 생계비 기준으로 삼은 비혼 단신 노동자의 한 달 임금이다. 정말, 그들의 말처럼 현행 최저임금(6,030원)도 되지 않는 이 돈으로 과연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까.

    “일주일에 영화 한 편, 한 달에 여행 한 번 가는 것이 소망일 뿐 나와는 먼 얘기다”, “내 아이가 나와 같은 최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결혼과 육아를 좀 더 다르게 보지 않을까. 지금처럼 절망적이진 않을 것 같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6살짜리 딸아이가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도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다”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재벌마트 비정규직 노동자 저임금 실태증언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전체 대형유통마트 매출액의 80.3%를 차지하는 국내 빅3 대형유통마트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11조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886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최대 유통마트인 이마트의 눈부신 성장과 그 곳의 노동자들의 삶은 다르다. 2016년 이마트 노동자들은 주 40시간 근무에 기본급이 64만 9천원, 여기에 야근 수당 등을 더해 총 133만 5천 원을 받는다. 다른 2개 업체도 비슷한 수준이다. 빅3 중 한 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A씨의 기본급은 80만 2100원. 여기에 야근수당 등을 합해 월 1백 11만 3020원을 받는다.

    김기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이 직접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고 있다. 생계를 유지할 돈도 안주면서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임금교섭, 단체교섭 때 임금인상을 요구를 하지만 회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유통은 원래 마진이 적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마트 대표이사의 연봉은 무려 13억 7700만원이다. 이를 월로 환산하면 노동자 월급의 85.4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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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마트 노동자 실태 증언 대회(사진=유하라)

    1인 가구 마트 노동자들의 증언
    “103만원이 1인 가구 생계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

    매월 꼬박꼬박 들어가는 교통비, 식비, 월세, 공과금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빼고 나면 남는 돈은 많아봐야 20만 원 수준이다. 당연히 문화생활이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주소다. 최임위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산정을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로 103만 원이 실제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진 주장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마트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이현숙 씨(43)는 1인 가구, 여성 노동자다. 롯데마트는 7시간 일괄 계약제로 월 114만 원(시급 6,400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월세 30만원, 휴대폰 요금과 공과금 등 20만원, 식비 및 기타 생활비 28만원, 교통비 6만원 등 기본 생활비를 쓰고 나면 친구들과 커피 한 잔 마시기 빠듯하다. 당연히 저축 계획은 세우지 못한다.

    이 씨는 “기본 생활에 필요한 돈 빼고 나면 20만원도 남지 않는다. 모든 생활의 기준이 이 돈을 지출해도, 되나 안 되나가 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1만원은 기본 생활 보장을 위한 절실한 요구”라고 말했다.

    또 “경제 단체에서 1인 가구 기준의 생계비를 제시했는데 부양가족이 없더라도 서울은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비용이 비싼 도시다. 1인 가구 또한 기본 생활비가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이라며 “경제단체가 말하는 1인 가구 비용이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1인 가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지적했다.

    1인 가구 또한 현행 최저임금으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다는 뜻이다.

    홈플러스 비정규직 오재본 씨도 1인 가구 노동자다. 월 120~130만원 정도(시급 6,430원)의 임금을 받는 오 씨 또한 기본 생활만 유지한 채 최소한의 문화생활이나 자기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든가 일주일에 영화 한 편 보고, 여행을 가는 건 소망일뿐이지 지금 나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얘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생각 들 때마다 현실을 많이 비관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더욱이 오 씨는 연애, 결혼, 육아에 대한 생각이 있지만 현재로썬 3가지 모두 자신이 없다고 한다. ‘삼포세대’가 더 이상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만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닌 것이다.

    오 씨는 “서른 후반 나이 대에서 결혼과 육아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최저임금, 이 돈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두렵고 불안한 일이다. 아이는 없지만 엄마로서 미안한 일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며 “만약 내 아이가 나처럼 최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정말 기본적인 것만 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인 것 같다. 내 아이가 나처럼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마트에서 함께 일하는 (부양가족이 있는) 언니들은 몸이 아픈데도 쉬지 못하고 일한다. 말 그대로 찌들어서 산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이런 삶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기 위해선 최저임금 1만 원이 정말 시급하다”며 “1만 원이 된다면 저도 결혼과 육아를 좀 더 다르게 보지 않을까 싶다. 지금처럼 절망적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3-4인 가구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증언
    “최저임금 1만원, 도시의 임금노동자 모두에게 절실한 이야기”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 권혜선 씨는 대학을 졸업한 아들, 딸과 함께 사는 3인 가구다.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월 126만원(시급 6,030원)을 받는다. 권 씨 또한 기본적인 생활비에 경조사비까지 더하면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지 않고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권 씨는 “엄마가 계속 이렇게 산다면 아이들에게 생활비를 받아야 하는데 애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폐를 끼치는 것도 같다”면서 “최저임금 1만원이 돼서 200만원을 받으면 아이들에게 받는 돈을 저축해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홈플러스 입사 9년차 정규직 노동자 최대영 씨는 아내와 6살, 3살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4인 가족을 이끄는 최 씨의 기본급은 132만 9천원, 수당 등을 합하면 월 16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받는다. 통계청에서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생계비는 308만 원이다.

    최 씨는 “최저임금 1만원은 당사자뿐 아니라 도시에서 일하는 임금노동자 모두에게 굉장히 절실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를 위한 저축 같은 건 꿈도 못 꾼다”면서 또 “맏사위이고 종가집 아들인데도 가족 모임을 회피하면서 관계도 소원해지는데 이게 도시에서 일하는 임금노동자들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제 딸아이가 6살인데, 이 예쁜 아이가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도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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