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공공부문 민영화 추진
    노동계 "재벌특혜, 요금폭등, 안전위협"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박 대통령 방침 밝혀
        2016년 06월 14일 08:2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부가 에너지, 환경, 교육 분야 등 일부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으로 공공기관이 맡던 업무를 민간에 넘기는, 사실상의 민영화 방침을 밝혔다. 노동계 등은 “재벌특혜, 요금폭등, 안전위협 등이 우려된다”며 즉각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부문은 민간으로 이양하고 독점의 폐해가 있는 부문은 장벽을 허물어서 경쟁을 유도해야 하고 더 이상 지속할 필요가 없는 기능은 과감하게 폐지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분야는 민간부문이 충분히 발전했음에도 여러 기관이 중복 투자하거나 만성적인 부실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야기하기 때문에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이 있었다”며 민영화 방침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비효율도 커져갔고, 비정상적인 관행들은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어 왔다”며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기능조정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공공개혁은 민간부문의 변화를 유도하는 개혁의 출발점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며 “여기 계신 기관장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올해 목표로 삼은 과제들의 달성에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공기관이 맡던 일부 업무를 민간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사실상 민영화 추진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이를 기능조정이라는 말로 대체한 것은 민영화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박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 (사진=청와대)

    민영화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1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합동 사전 브리핑에서 “공공기관을 대신해 해당 업무를 수행할 민간기관이 충분히 많고 전문 능력이 필요 없는 분야만 민간부문에 넘기는 것”이라며 발전 5사,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등 8개 공공기관을 상장하는 데 대해선 “(상장하더라도) 경영권은 정부가 갖는다. 민영화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항변을 두고 민영화에 대한 국민 반대를 우회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 기능조정 방안에는 전력, 가스, 열, 자원개발 등 에너지 분야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공공기관의 업무 일부를 민간으로 완전히 넘기고 ▲공공기관만 수행하던 분야를 민간에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주식 상장이나 유상 증자를 통해 기관의 소유권을 민간에 부분적으로 넘기는 등 민영화 추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사실상 민영화 방침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인 이유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에너지 공공기관 주식상장은 사실상 민간 자본이 에너지 공공기관의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민영화의 길을 트는 것”이라면서 “이번 정부 발표는 ‘에너지 공공성’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라며,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에 반박했다.

    공공산업노조연맹도 성명을 통해 “기능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핵심 자산인 석유, 가스, 광물, 전력 등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을 통폐합하고, 주식 상장과 민간이양, 경쟁체제 등 온갖 이름의 유사 민영화 정책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 분야 민영화 정책은 고스란히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공공기관 기능조정이 진행될 경우 재벌 기업에 에너지 산업이 넘어갈 것이고, 결국 재벌과 주주들의 이익배당을 최우선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이 전개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요금 인상 요인도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정부가 발전시장을 민간에 개방한 이후 발전설비분야에 에스케이(SK), 포스코, 지에스(GS) 등 대기업들이 진출했고 이들 대기업 발전회사들은 지속적으로 전력판매단가를 인상해 한전의 부채를 증가시켰다”면서 “한전의 부채 증가는 결국 전력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또한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반대를 피하기 위해 우회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민영화를 지속 추진해 온 과정에서 포스코, SK, GS 등 거대 재벌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전방위적으로 추진되는 에너지 기능조정은 결국 재벌특혜, 요금폭등, 안전위협의 결과만을 가져 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스와 전력 시장 개방으로 거대 에너지 재벌은 엄청난 특혜를 받고, 이로 인한 요금 폭등과 안전 문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 올 것”이라며 “OECD 중 가장 비싼 이동통신료를 지불하고 시장을 장악한 재벌은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통신 시장 민영화의 악몽이 재연될 것”이라고 했다.

    발전 정비, 원자력 설계 등의 민간 개방으로 인한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노총은 “이 분야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안전을 요구하는 분야로 잘못 시공될 경우 발전소 한 곳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안전과 연결되는 분야”라며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외주화에서 보듯이 이 분야가 민간에 개방될 경우 저비용만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들은 외주화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