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시민단체 최초,
    라오스 정부와 MOU 체결
    [에정칼럼] 지속가능발전 위한 책임 있는 상호 협력 약속
        2016년 06월 13일 04: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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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해와 다름없이 라오스 싸이냐부리 지역 직업기술학교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 중이다. 그런데 여느 해와 달리 아직 오전 10시를 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교실은 라오스의 태양이 내뿜는 열기 속에 갇혀버렸다. 고작 선풍기 넉 대로 이 폭염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고 더운 한숨을 쉬는데 전화가 울린다.

    2016년 4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라오스 교육부가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에너지 분야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는 2020년까지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를 위한 태양광발전 시스템 중심의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지원과 에너지 자립마을 기술자와 전문기술자 양성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교재 개발과 교육훈련 사업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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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자립마을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과 설비지원 관련 양해각서” 영어본 표지

    연구소는 제3세계와의 연대, 기후정의의 직접적 실천 활동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라오스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와 교육 지원활동을 지속해왔다. 2015년부터는 라오스 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를 구성하여, 라오스의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중심 협력과 지원활동을 강화했다. 양해각서는 이 라오지원센터를 구상하기도 전에, 이미 무려 3년 반 전부터 그 체결 절차를 밟기 시작한 일이다.

    라오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국가로 특히 싸이냐부리 도(道)는 라오스에서도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 중의 하나다. 또 당연히 라오스는 싸이냐부리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 가까운 곳이더라도 농촌 지역과 산간의 학교들엔 전혀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최근 10여 년 동안 점증해온 기후변화, 이상기후로 인해 빈번히 사망자가 발생하는 기후변화 취약계층이 인구의 대부분인 에너지 빈곤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싸이냐부리는 최근 메콩 본류 최초의 싸이냐부리 댐과 라오스 최초의 화력 발전소, 홍싸(Hongsa) 갈탄발전소의 건설로 새로이 라오스의 에너지 중심으로 부상하였다. 반면 이곳 주민들은 대규모 발전소 건설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부작용들은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도 정작 이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연구소의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사업은 라오스의 이러한 학교, 사실상 라오스 행정체계의 최고 말단 기관이자 최고 오지까지 곳곳에 최대 다수의 공무원을 파견하는 공공조직이라 할 교육기관, 그중에서 지원이 가장 절실한 산간학교들이 중심이었다. 양해각서가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에너지 자립마을, 이 학교를 포괄한 마을로 그 범위가 확대된다. (물론 지원사업의 전달체계로서 싸이냐부리 교육청은 그대로, 아니 보다 더 공고하게 기능할 것이고 산간학교 교사들은 현지 집행자로서 보다 분명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양해각서의 내용을 나누어 보면, 학교와 마을회관 등 마을의 공적 공간을 포함한 에너지 빈곤 가구들에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지원하여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를 돕고, 재생가능에너지 설비를 처음 접하는 산간학교 학생, 교사, 주민들이 이를 이해하고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교육, 마을 기술자와 전문 기술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기술교육의 제도화와 교재 개발 등이 주요하게 들어가 있다. 한마디로 이번 양해각서의 내용은 지금까지 연구소가 지속해온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사업의 보다 구체화된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양해각서가 담고 있는 연구소의 활동은 라오스 교육부, 국립대학교, 관련 단체 등 현지 기관들과는 물론, 재정적으로는 한국국제협력단의 민관협력 프로그램과, 특히 교육훈련 면으로는 관련 분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문가, 해외봉사단원과의 협력 작업 등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소의 활동 방식은 상호간 지원활동의 질과 그 성과를 높이는 바람직한 개발협력의 한 방식으로 현지에서도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에서 걸려온 전화가 한순간 더위를 날려준다. 라오스 신문에 난 사진과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는 후배의 목소리가 상쾌하다. 보도자료를 보낸 적 없는 영문신문사가, 라오스 통신사가 양해각서 체결 기사를 냈다는 거다. 제목도 한 한국의 시민단체로 하지 않고 한국, ‘S. Korea’로 잡았다.

    언론

    라오스 통신사 5월 10일자 1면과 양해각서 관련기사 게재한 3면 사진

    보도자료를 늘 보냈던 영문신문사는 다음 날 기사를 냈다. 이 신문사는 지금까지 행사 자체나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 소개 위주로 기사를 써왔던 관례를 깨고 지난해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 심화과정,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여 진행한 태양광발전 시스템 제작 교육 사진을 싣고 에너지 자립마을 등 양해각서의 내용을 상술했다. 이는 한편 싸이냐부리 도(道) 부지사를 포함한 지역 고위인사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베트

    라오스 국영 신문 <위양짠 타임즈(Vientiane Times)> 5월 11일자 1면 사진과 기사 게재한 2면 pdf 파일

    기쁘고 무겁다. 연구소와 라오스 교육부 사이의 이번 양해각서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분야 최초로 한국 시민단체가 맺은 개발협력을 위한 공식 약속이 된다. 이는 또한 에너지와 기후변화 위기시대 지구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적절한 개발협력의 한 방식을 제안하고, 상호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지원활동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보다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의지도 활동도 재기발랄해야 할 시민단체가 새로운 실험보단 성실한 이행이 중요한 일에 자청해서 뛰어든 꼴이기도 하다. 어쩌면 바람둥이가 서로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증인들이 끝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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