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두 가지 대응,
    '타이타닉 그리고 세월호'
    지금의 구조조정은 약자 먼저 희생
        2016년 06월 09일 07: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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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침몰하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타이타닉호 방식이고, 하나는 세월호 방식이다. 타이타닉호 방식은 위기에 처한 배에서 어린이, 여성, 노약자,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구출하는 방식이고, 세월호는 거꾸로다. 선장부터 먼저 탈출했다. 무고한 어린 학생들은 구조되지도 못한 채 희생됐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도서관 지하 강당에서 양대노총과 조선업종노조연대, 야3당 원내대표 주최로 열린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인력감축 방식의 구조조정에 대해 “위기의 조선업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약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세월호 방식의 기조 위에 있다”며 “가장 약한 사람부터 가장 먼저 희생시키는 방식”이라고 이 같이 말했다.

    물량팀 등 노동시장 내 약자인 하청 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해고시키면서도, 잘못된 정책 결정과 낙하산 인사, 부실경영의 책임자인 정부와 경영진 등은 그 책임에서 빠져버린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노 원내대표는 “10년 전 우리나라 조선업종은 전체 해외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그 호황기에 가장 이윤을 많이 가져간 사람들, 지금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하며 “그 호황기에 가장 이윤을 적게 가져갔던 사람들이 지금 가장 먼저 해고당하는 사람들이다. 물량팀이 그렇고, 사내하청이 그렇고, 비정규직이 그렇고, 노동자들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3분의 1, 금융당국 3분의 1, 산업은행 3분의 1’ 비율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냈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폭로를 언급하며 “현 상태를 책임져야 할 비율이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 누가 책임지고 있나”라며 “다 빠지고 없다. 오늘 이 자리에 안 온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낙하산 인사 보낸 그 집단들이 오늘 이 자리에 안 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 관계자를 초청했으나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참석하지 않았다.

    노 원내대표는 “인력감축 위주의 구조조정, 또 인력감축에 있어서도 가장 대접을 못 받아왔던, 차별을 받아왔던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당하는 그런 세월호 방식, 이 기조를 바꿔야한다”며 “이 기조를 유지한 채 거기서 해고당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 2개월치를 준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나”라고 거듭 질타했다.

    정부는 대량 해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전날인 8일 물량팀 노동자를 대상으로 전직·직업훈련, 실업급여 지급 등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물량팀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구제방안이 될 수 없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다단계 하도급 방식의 내부 시스템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위기의 조선

    조선산업 위기와 해법 토론회 모습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한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또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고용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각별한 고용유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유지를 우선하는 구조조정을 강조한 셈이다. 불가피한 인력감축이 진행될 경우에는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했다.

    신원철 교수는 “정규직은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통해서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고 고용안정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임금과 근로조건 면에서 차별적 처우를 받아왔고 노동조합 결성 등 노동기본권을 사실상 누리지 못해왔다”며 “원청이 사내하도급 계약의 해지나 물량 축소, 단가 인하 등의 방법을 통해서 사내하청고용을 쉽게 감축할 수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조항(23조, 24조 등)의 보호를 받기도 힘든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 교수는 “이러한 이중적 차별적 고용구조 하에서 사내하청노동자에게 고용조정의 비용이 전가될 위험성이 크다”며 “이는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각한 사회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청 노동자들은 고용조정 과정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 4대 보험에 가입한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특히 물량팀 노동자들은 퇴직금은 물론 체불임금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날 위험에 처해있다.

    신 교수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그동안 내지 않은 보험료의 납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어떻게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감원이 불가피하다면 실직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방안 모색은 정부와 사용자, 노동조합이 함께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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