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서별관회의,
    밀실에서 부실 정책 결정
    야당들, 진상규명과 청문회 등 추진
        2016년 06월 09일 03: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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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와 관련, 정부의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에 대해 폭로한 가운데, 막대한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구조조정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청문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으로 임금 삭감, 대량해고 등을 압박하며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조선업 부실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청와대의 잘못된 정책 결정과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자금 지원 결정권자로 지목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대량 실직, 천문학적 혈세…관치금융 탓인지 밝힐 것 ‘청문회 개최 주목’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 조선 산업의 부실로 인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실직과 엄청난 재원을 들이 부어야 하는 구조적 부실이 결국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기택 전 행장은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3인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의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서별관회의는 국내 경제를 좌우하는 경제 관련 비공개 회의기구로, 회의 내용도 전혀 기록하지 않아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은 일찍부터 있어 왔다.

    우 원내대표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실직이라는 아픔과 엄청난 천문학적 액수의 공적 재원이 들어가는 이 사안이 어디로부터 어떻게 시작됐고, 또 어떤 관치금융적 정책수단이 동원됐는지에 대해서 낱낱이 진상을 파악해야만 고통분담이 가능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20대 국회에서 청문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관치금융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최경환, 안종범, 임종룡 이 세 사람은 진상을 밝히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강조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내용의 진실성 여부가 상당히 진실에 근접하다고 보인다”며 관치금융, 낙하산인사 등의 의혹에 대해 “청문회 감”이라고 못 박았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시장경제를 주창하며 관치금융을 주도하는 박근혜 정부의 이중적인 민낯이 드디어 그 일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대변인은 “이번 폭로를 계기로 서별관회의에서 누가 어떤 결정으로 나라 경제를 망쳐왔는지 그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며 “특히 관치금융의 몸통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경제수석 그리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에 대해서는 당시의 역할을 명확히 밝히고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자기 결정에 대한 책임, 노동자에 덮어씌워…” 임종룡 사퇴 촉구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도 대우조선 부실의 원인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취지의 홍 전 행장의 폭로에 비판의 수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금융노조는 “비공식 밀실 회의체에 불과한 ‘서별관회의’가 정권 차원의 금융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국책은행에 강요해온 행태를 보면, 이 정권은 자유시장주의의 탈을 썼을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계획경제체제에 경도된 독재정권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으로 부실기업 지원을 강요해 국책은행에 위기를 전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덮어씌워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명분으로 포장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에 관해선 “정권에서 금융당국으로, 이어서 낙하산 인사를 통해 금융산업 전체로 이어지는 추악하고 수치스러운 관치금융 커넥션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돈 최고위원 또한 “이미 드러난 인사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엉뚱한 사람들이 이사, 상사, 사외이사로 되어있지 않나. 선거 떨어지고 (사외이사로) 있다가 또 선거 나오고. 이런 사람들이 국민 세금 해먹은 거다. 뜯어먹은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 전 행장은 산업은행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감사, 사외이사 등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을 자신들 몫으로 가져갔고 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행사한 인사권은 3분의 1 정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치금융-낙하산 인사 폭로 파문에 대해 “개인의 주장이다. 특별히 언급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서별관회의 참석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구조조정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국책은행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에 이견이 있어서 내가 나서 조정 역할을 한 것”이라면서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측도 “홍 전 회장의 일방적 주장으로 생각된다”이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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