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내 목숨줄"
경조사나 회비있는 모임, 문화생활, 외식 거의 못해
    2016년 06월 08일 02:51 오후

Print Friendly

“대부분 포기하고 살아요. 경조사나 회비가 있는 모임은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못 나가고, 문화생활이나 외식은 거의 안 해요.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우정사업본부 노동자 이중원 씨는 8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원, 돈이 아닌 인권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최저임금 노동자 집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계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비혼 단신 노동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날 집담회에 모인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말은 달랐다. 이들이나 이들의 동료 중엔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가 더 많았고, 비혼 단신 노동자라 해도 비싼 월세비 등을 감당하기에 지금의 최저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노동자로서 한 가정을 부양하는 이중원 씨는 시간당 6030원을 받으며 밤낮없이 일하지만 느는 건 빚이다. 8시간 근무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매일 10~12시간까지 야간 연장근무에 매달리려 겨우 월 200만 원을 받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음 달이면 부서 전환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이 씨는 “아이가 셋인데 학원에 보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 학원에 가면 우리 막내는 놀 친구가 없다고 해요. 그러면 막내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학원가는 친구들의 학원 시간표를 알아놓고 그 시간에 맞춰 친구들과 논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도 다른 학부모들이 해줬어요. 그 얘길 들으니 슬프다고 해야 하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웃지 못 할 이야기를 하면서 이 씨는 이마저도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그나마 처우가 나아진 거라고 설명했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 노동자는 1만 명에 이르고 그의 동료들은 야간 대리운전 등 소위 ‘투잡’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씨는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의 평균 35% 정도의 임금을 받습니다. 그나마 이런 극악한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해서 2011년에 비정규직 민주노조를 출범시켜 변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 전엔 30%도 안 됐어요”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아이들과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싶다”며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사달라고 말을 안 해요. 아이들도 알거든요”라고 했다. 또 “최저임금이 만원이 되면 더 이상 야간근무자들은 연장에 목매지 않아도 되니까, 회비가 있는 모임에도 갈 수 있고 경조사도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포기해왔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정상적인 사회 안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정규직과 똑같이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원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최임

최저임금 당사자 집담회(사진=유하라)

두 아들과 함께 사는 권혜선 씨는 16년 째 홈플러스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노동자다. 권 씨는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을 최저임금을 받으며 부양했다. 이런 상황에 놓이자 그는 임금이 곧 ‘목숨줄’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권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에 관심이 크지 않았는데, 3년 전 애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장이 되면서 돈 버는 게 참 힘들다는 걸 느꼈어요.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함이 아니라 가장이 돼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건 완전히 달랐어요. 그 때 처음 내 임금이 목숨줄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권 씨는 8시간 근무하고 월 120만 원 정도를 손에 쥔다.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처음엔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데 금세 쓰기를 중단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집이 부산인데 교통비도 만만치 않아서 1년에 한 두 번 가기도 힘들어요. 친정아버지 제사나 여름 휴가 때만 겨우 가는 정도”라며 “엄마가 혼자 계시는데 그 전 같으면 오빠, 남동생이랑 엄마 선물도 해드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전혀 못하고 있어요. 용돈도 제대로 드릴 수가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물음에 권 씨는 “1만 원이 꼭 안 돼도 7천원만 돼도 마트노동자들에겐 어마어마한 금액이에요. 인상이 되면 우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도 챙기고 베풀기도 하고 싶어요. 친정집도 자주 가고 싶고”라면서 “최저임금 1만원, 월 209만 원, 그냥 숫자로 보고만 있어도 좋아요”라고 했다.

앞서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부족한 월급으로 인해 자기계발, 경조사비, 문화생활, 대출상환, 부모·자녀 용돈, 생활소비재 등을 꼽았고 심지어 의료비를 포기한다는 답변도 일부 나왔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실장은 “최저임금을 두고 인권이라고 하는 것은 이처럼 최저임금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인상률 동결과 함께 식대나 교통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산입범위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