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일상화의 시대
[에정칼럼] 국내발전사 해외 석탄화력사업 규제해야
    2016년 06월 08일 09: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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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부 차원의 미세먼지 대책이 발표되었다.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 제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축소 및 신규 발전소 환경기준 강화 등이 포함됐다. 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인 대책을 발표한다는 점으로 주목받았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진행 중인 것들을 종합, 재탕한 것에 불과했고 획기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2015년 7월 확정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에 따라 석탄화력 20기(18,144MW)가 추가 증설될 예정이다. 이 중 건설공정률이 10% 미만인 발전소 5기, 미착공 발전소 4기 등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9기에 대해서는 영흥화력 수준으로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발표하였으나 나머지 11기의 화력발전소는 기존대로 건설될 예정이며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하는 환경기준 또한 애매하긴 마찬가지이다.

경유차 역시 ‘클린디젤’, ‘친환경차’라고 홍보하며 보급했지만 현재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과 같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배출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화석연료 석탄을 기술력으로 얼마나 통제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러운 석탄을 깨끗하게 사용하겠다는 모순적인 주장인 ‘청정석탄 Clean Coal’ 담론도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됐다.

기후변화 시대, 그리고 초미세먼지로 일상적인 생활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석탄화력발전을 확대시키고 있는 한편, 해외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더불어 화력발전을 담당하고 있는 5개의 발전자회사(서부, 남동, 남부, 동서, 중부발전)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진출사업을 통해 동남아, 남미, 중동 등지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왔다.

화석연료

방송화면 캡처

한국 발전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석탄화력발전 확대

국내 발전사들이 해외진출을 하게 된 국내적 요인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제조업 비중 감소, 서비스업 비중 증가의 전력저소비형 산업구조로 변함에 따라 전력수요가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 그리고 민간발전사들까지 국내 전력시장에 참여하게 되어 국내 전력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제적 요인으로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성장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전력시장이 기존 정부의 독점체제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방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내 발전사들의 해외시장 진출 필요와 국제환경 변화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주로 건설・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 및 발전5사가 동남아시아(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현재 운영 중이거나 개발 중에 있는 전체 24개 사업 중 석탄화력발전 및 석탄 채굴 관련 사업은 15개에 이른다. 나머지는 수력발전 4, 가스복합발전 3, 태양열 1, 바이오에너지 개발 1개 사업이다. 화석연료인 석탄 사용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세계적 움직임을 무시한 채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석탄화력발전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해외진출 사업에 대해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지속가능성장”(동서발전), “안정적인 전력 공급으로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해야할 사명”(남부발전), “국내 사업의 성장 한계 돌파”,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한전) 등의 평가를 내리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발전회사들이 제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대한 고민만이 있을 뿐 기후변화나 환경문제 등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 기후변화 대응 문제나 석탄발전소 건설로 인해 발생하게 될 현지의 환경문제, 주민들의 건강문제 등은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말 뿐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 뒤에서는 석탄화력 적극 지원

정부 차원에서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온 것과는 정반대로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통해 공적 재원을 해외 석탄화력 사업에 제공하며 화석연료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한국 정부는 OECD 수출금융작업반 회의에 ‘개도국 석탄화력발전 수출금융 규제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등 굉장히 적극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옹호했다.

그럼에도 결국 11월 OECD 수출신용기관(Export Credit Agency)들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금융지원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의 허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하여 해외 석탄화력 사업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이 규제를 받지 않는 국가나 기관들이 여전히 많으며 중국이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과 같은 기금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 수준에서의 효과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국내 발전사들의 해외 석탄 개발 사업에도 주목해야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발전사들이 해외에서 진행 중인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및 석탄 채굴 사업에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 석탄화력의 비중이 줄어들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한 돌파구로 국내 발전사들이 ‘성장 한계 돌파’, ‘지속가능한 성장’을 내세우며 지금까지 해왔던 해외진출을 확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 정부가 제시한 대책을 보면 국내 석탄화력 산업은 여전히 굳건할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발전사들이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석탄 개발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공적자금이 어떻게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투입되고 있는지, 어떤 기업들이 어느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현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없는지,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분석하여 해외 발전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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