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치'보다 '이해관계'
    20대 국회 원구성 기싸움
    국민의당 중재안도 새누리당 거부
        2016년 06월 07일 02: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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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3당이 20대 국회 원 구성 법정 시한일인 7일까지도 국회의장단 선출과 주요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를 표결에 부치자는 국민의당 제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기는 했지만 새누리당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난항이다.

    당초 국회의장직을 1당인 더민주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새누리당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협상에 난항이 생겼다. 이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의장직을 맡는 대신 법사위를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지만, 새누리당 친박계를 중심으로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의장직과 연동된 법사위를 비롯해 예결위, 운영위, 정무위, 기재위 등 주요 상임위 위원장 배분도 당연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 ‘양보 불가’ 방침으로 돌아선 데에는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노동개악,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정부의 주요 법안 처리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군다나 여소야대 정국으로 안 그래도 국회 내 입지가 좁아진 여당이 의장직까지 야당에 내어줄 경우 이들 법안 처리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의화 의장 재임 당시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사례를 감안하면 여야 이해관계 법안에 의장직은 쉽게 내줄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의장 아니면 주요 상임위 전부 달라”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견제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싸움만 하는 국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는 나라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균형추를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가 국회의장 자리”라며 “(야당의) 통 큰 양보가 있어야만 한다”고 의장직 양보 불가 방침을 강조했다.

    다만 법사위를 포함한 정무위, 운영위, 기재위 등 주요 상임위를 모두 자신들이 가질 경우 의장직을 양보할 수 있다는 모양새다.

    김 원내수석은 “새누리당은 2당이지만 여당으로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서민경제를 살리고 또 국가경제와 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의장, 경제관련 상임위, 운영위 등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운영위·정무위 위원장 자리는 절대 사수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실 등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청와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나 청문회도 할 수 있다. 정무위는 전체 상임위 소관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상임위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요 상임위로 여겨진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서 “책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을 여당이 맡는 것이 타당하다”며 “의장직을 굳이 야당이 가져가겠다면 상응하는 상임위원장에 대한 양보가 있어야 한다. 지난번에도 교착상태로 간 이유가 더불어민주당이 의장도 가져가고 운영위, 정무위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하면서 협상이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본래 의장직에 대해 모호한 태도였던 여당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자 야당들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더민주 일부에선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협상 권한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민주 “법사위 양보도 내부 설득 힘들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같은 매체에 출연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분명히 5월 초에 새누리당 역시 총선 직후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 국회의장직은 더민주가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비쳤다”면서 “그런데 다른 명분 없이 별안간 태도가 변하는 바람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며 상임위 배분에 대한 청와대 개입을 지적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당이 여러 가지 내분에 휩싸이고, 청와대의 연이은 간섭 때문에 정상적인 협상에 여러 장애요인 있지만, 법사위원장 양보하면서까지 교착 상태의 정국을 풀기 위해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구성이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면 테이블에 있는 사람이 진정 권한을 가지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을 거 같다”고도 했다.

    더민주는 협상 테이블에서 앞서 우상호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제안했던 의장직 사수, 법사위 양보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상임위는 야당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 더민주의 입장인 셈이다.

    이 원내대변인은 “여당의 반응은 싸늘했지만 법사위를 통 크게 양보하겠다고 한 것이 정치적 레토릭에 그친 게 아니었다. 법사위를 내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 내부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의장직과 관련해서는 어제까지도 저희가 양보를 하지 못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의장 표결 선출 후 상임위 배분 논의”
    더민주, 의원총회통해 수용 …  새누리당, 수용 불가

    의장직보단 상임위 배분에 당의 이해관계에 더 가까운 국민의당은 우선 각 당 의장직 후보를 확정하고 표결한 다음 추후에 상임위 배분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을 연계하지 않고 분리해서 처리하자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서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한꺼번에 협상하려다 보니 복잡해지고 시일이 지체되고 있다. 양당에서는 먼저 의장 후보부터 확정할 것을 제안한다”며 “의장부터 선출하면 부의장 선출은 쉽게 이뤄질 수 있다. 그 다음에 상임위원장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자율투표에 반대했지만 더민주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당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모든 의원들이 대표가 지적한 원칙의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시한 내 타결을 짓기 위한 대책으로 국회의장 자유투표 등에 대해 별다른 이견 없이 토론되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과”라며 “원칙에 반하는 짓을 해서 되겠는가”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또한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장직과 상임위 배분을 분리 처리할 경우 추후 야당에서 협상 태도를 달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도읍 원내수석은 “국회법이 먼저 의장단을 구성하고 그 3일 뒤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도록 그렇게 돼 있다. 의장을 어느 당이 가지느냐에 따라서 협상을 해야 될 경우의 수가 상당히 많다”며 야당이 의장직을 가져가고 나서 상임위 협상에서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장과 상임위 배분이) 연계가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반면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김도읍 원내수석의 주장에 대해 “법정 시한 내에 혹은 법정시한을 어기더라도 가급적 최단시간 내에 해내야 한다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며 “여당의 경우 이렇게 오랫동안 협상을 질질 끌게 되면 오히려 국회를 열지 않는 것이 (여당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이런 오해도 살 수 있다는 점을 여당은 좀 더 책임있게 봤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사위를 제외한 주요 상임위와 의장직을 가져야 한다는 더민주에 대해 김 정책위의장은 “더민주 나름대로 가장 중요한 상임위라고 할 수 있는 법사위, 운영위, 예결위와 관련해서 조금 너무 많은 과욕을 처음에 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런 점들이 불신을 낳으면서 협상을 좀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경제정책 변화 필요, 경제 관련 상임위는 야당 맡아야”

    정의당은 국회의장을 비롯,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위해 경제 관련 주요 상임위를 야당이, 운영위는 관례대로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원내 유일 진보정당이지만 국회법상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로 원구성 협상에서 배제됐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에서 “국회 운영과 관련한 총선 민심은 야당 주도 국회 운영과 일당 독주가 아닌 다당이 대화와 타협의 묘를 발휘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상임대표는 “느닷없이 국회의장을 갖겠다며 협상을 공전시키는 새누리당은 억지를 그만 부려야 한다”며 “지난 총선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 심판이었던 점을 고려해 경제 관련 주요 상임위원장 역시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야의 협상 난항 이유에 대해 “여야 모두 마음이 콩밭에 가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원 구성에서 대선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흑심을 버려야 한다”며 “관례대로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고,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으면 된다. 제1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등 주요위원회를 독식하는 것이 문제라면 국민의당, 정의당과 함께 나누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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